스포츠도 인공지능이다
김명락 지음 / 미문사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는 요즘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는 듯합니다. 의료, 법률, 경영, 교통, 레저... 그런데 저자는 스포츠 여러 영역에 특히 인공지능이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고 이 책에서 전망합니다. 그럼 저자는 전문 체육인이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일까 추측할 수 있는데 책날개에 소개된 약력을 보면 스포츠와는 적어도 거리가 꽤 멀어 보입니다. 모 대학 학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분인데 이 저자분 연배라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소위) 입결이 높았던 때이기도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 종사하려면 면도날 같은 두뇌가 필수일 듯해서 학력과 약력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또 이 저자분 또래 세대가 유독 스포츠에 (야구를 비롯해서) 열광하던 이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수한 두뇌와 집단 열정의 교차점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되더군요. 


<스토브리그> 같은 드라마만 봐도 요즘은 프로 선수들이 "부상 방지"에 늘이는 노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연투에 연투(뿐 아니라 완투까지)를 거듭해 4승을 챙기고 팀에 우승을 안기는 최동원 레전드 같은 말도안되는 혹사는 요즘 세상에 상상도 못합니다. 1991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재일교포 출신 김성길 피처는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혹사당한 끝에 선수생명이 단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떠어떠한 패턴으로 훈련해 온, 혹은 실전에 투입된 선수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부상을 당할 수도 있을지 예측(p27)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를 통해 선수(의 건강과 능력치)를 최대한 보호하고, 혹은 연봉 협상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쓰는 등의 용도를 생각할 수 있겠죠. 물론 전자가 최우선이지만. 


또 야구의 경우 통계가 정말 다각도로 활용되는데 요즘은 각 팀의 전력 분석원들(p27)이 타자의 타구 방향을 분석하여 수비 위치를 이동시키는 전술 수립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 지능이 적용된다면 정말 놀라운 결과가 나올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경기 진행 스피드 촉진 등의 이유로 시프트를 금지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리는데 여튼 어떤 종목보다 야구는 인공지능 등 통계의 체계적인 활용이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책날개에는 스스로를 "부족한 운동신경과 형편 없는 체력"으로 소개하지만 p45을 보면 학사장교 출신임이 나옵니다. 한국 남성 평균 체력과 신체 능력을 넉넉히 상회하지 않으면 장교 생활을 감당할 수 없죠. 아무튼 청년 시절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고 틈날 때마다 야구 시합에 몸소 참여하고 싶어했던 저자는 자신처럼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취미삼아 운동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문가에 레슨보다 더 큰 도움이 되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돕는 게 바로 AI라고 말합니다. 


마음으로는 하고 싶어도 막상 해 보면 전혀 적성이 발견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거나 할 때 인공지능은 당사자에게 여러 테스트를 시켜 보고 그에게 가장 맞는(혹은, 가장 맞지 않는) 종목을 정해 줄 수 있습니다(p60). 야구로 만약 정해지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이 무엇인지도 인공지능이 추천해 주는데 팀에서 그냥 목소리 큰 순서대로 위치를 정하거나 주먹구구로 선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서도 부상의 위험을 최소로 줄이는 게 가능합니다. 


사회인 스포츠를 우습게 볼 수 있으나 직장에서 생각보다 낮은 만족, 직위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낮아진 이들에게는 자신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종목을 골라 부상 위험 없이 체계적으로 운동에 몰두함으로써 일종의 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인뿐 아니라 젊은 혈기를 주체못해 맨날 사고나 치던 틴에이저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을 골라 한우물을 파게 되면 이는 한 인생에 대한 멋진 구제 방법이 됩니다. 엘리트 스포츠건 생활체육이건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은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큰 규모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입니다. 


요즘은 야구에서 이른바 클래식 스탯 외에 WAR, WPA 등 다양한 통계 지표를 활용해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며,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도 OO톱OO 등 여러 단일지표를 개발해 내어서 투수와 야수를 통합하여 순위를 매기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EOPS라는 지표를 소개하는데(p84) 이는 주로 야수로서의 능력치를 계산하는 방식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회인 야구는 수비수의 실책이 잦고 포수는 도루하는 주자를 거의 잡아내지 못합니다. 책에는 또 스낫 상황에서 포수가 포구 미숙이나 1루 송구 능력 부족으로 타자를 출루시키는 일이 잦은데 이럴 경우를 상정해서 E-출루율이 사회인 야수 능력치를 재는 데 보다 적합(p85)하다고 합니다. 또 감독으로서의 능력도 객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서 뜻밖의 탄핵(?)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경영의 영역으로 옮아가면, p110에 그 구체적인 적용례가 나옵니다. 특정 선수에 주목하여 어떤 기업이 장단기 스폰서십을 체결하고자 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삼성그룹도 1990년대에 테니스의 전미라, 골프의 박세리 등 유망주를 조기 발굴하여 장기 후원을 시도한 적 있습니다. 책에서는 NBA 스테픈 커리의 예를 들며 이 선수가 아직 어린 나이였을 때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선수로 성장할지 인공지능 예측을 시도할 수 있다는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또 이건 독자로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선수로서의 퍼포먼스뿐 아니라 장래 대스타가 되었을 때 그의 이미지 방향성과 기업 자체의 지향점, 비전이 서로 얼마나 잘 맞을지에 대한 예측도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또 선수가 광고에 출연했을 때 가장 잘 맞을 분야를 미리 예측하여 괜한 실패 광고에 출연해 선수 이미지를 괜히 소진하지 않게 방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p185에서 "과거 3차 산업혁명 당시에는 공간과 역량 부족으로, 예컨대 100개의 데이터가 있으면 이 중 10개의 정보(인포메이션)와 90개의 비(非) 정보 데이터로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서는 이 100개를 모두 데이터 상태로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잘 보존된 데이터는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제련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지난시대의 IT가 아닌, 보다 진화된 DT, 즉 데이터 테크놀로지로서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IT와 DT의 차이,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격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일단 컴퓨터 언어 몇 개를 잘 배워 두어 코딩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p197)가 있습니다. 또 클라우드 기술에 익숙해져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접근하고 가공하는 쪽으로 항상 관심을 유지하며 또 업무에도 활용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그저 컴퓨터공학의 한 분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신경과학, 경제학, 심리학, 언어학 등이 두루 만나는(p205) 학제적 영역인 만큼, 정말 큰 야심이 있다면 다방면에 두루 관심을 두고 천착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국은 알고보면 올림픽 종합 순위 10위권 안에 꾸준히 드는 편이며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의 규모도 매우 큽니다. 그런 만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 스포츠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마련할, 이른바 창업의 여지가 생각보다는 넓은 편이라고 저자는 귀띔합니다. 스포츠와 동시에 첨단 발전 학문 분야에 두루 주의가 쏠리는 젊은이라면 꿈을 크게 가지고 도전할 만한 비전이 있다고나 할까요. 진정한 적성은 생각지도 않은 계기에 뜻밖의 방향으로 발견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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