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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내년은 한국 경제가 대 기로에 놓이는 시점이라고 관측됩니다. 과연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부동산 가격 대폭등이 몰고온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겠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발톱을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 호시탐탐인 현실이 더욱 엄중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분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대응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특히 연말에 진중히 성찰할 일이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대표 저자 두 분은 GVC, 즉 글로벌 가치 사슬의 전면 재편에 따라 한국이 어떤 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어조로 제안합니다. 근 20년 넘게 한국은 교역과 경제성장의 절대적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 추세가 이제는 세계사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거죠.
우리는 아직도 중국과 미국 중 과연 어느 경제권(그 분화가 필연적이라고 봤을 때)에 속해야할지 그 태도를 국론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나라로서 더 기민하게 눈치를 봐야 할 한국이 아직도 우왕좌왕인 반면,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당시 태도를 이미 정한 듯도 합니다. 한한령은 사실상 5년째 발효 중이라고 봐야 하며,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 컨텐츠의 중국 방영, 상연, 공연이라든가 중국인 관광객의 대거 입국은 이뤄질 가망이 아직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쭉 이렇게 가지 않을까도 예상됩니다. 저자들은 "안미경중"에서 이제 "안미경미"로 가야 한다고 거의 노골적으로 주창합니다.
만약 이런 현실 진단이 옳다면, "진퇴양난"이라는 수동적이고 비관적인 언사로 현실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적극적 마인드셋으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하겠습니다. 중국이 당분간 우리한테 의존할 부분도 있을 테고, 미국은 이제 중국이 떨어져 나간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공급자를 찾아야 할 텐데 그 셰어를 동남아에 뺏기지 말고 우리가 가져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안 속겠으나) 한국의 전략성 모호성 같은 것도 그대로 최대한 유지해 보든지 하고 말입니다.
트럼프는 4년 전 취임 직후부터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자유 무역"을 옹호하며 광범위한 동조 전선을 형성하려 애 썼고 한국의 문 대통령도 여기 보조를 맞춘 적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전통적으로 쇄국정책을 펴 온 중국이 오히려 개방을 내세운 건 아이러니이기도 하며, 다만 이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비(非)시장 경제(p29)"로 규정하며 체제의 변혁을 촉구하고 국경세를 부과하는 등 반격에 나서는 중이죠. 바이든이 취임한 후에도 중국에 대한 강경한 스탠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필자진 중 한 분인 신원규 교수는 "당분간 중국을 대상으로 한 직접투자는 제3국수출보다 중국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 할수록 한국기업의 윈셋은 커질 수 있다(p29)"고 합니다. "윈셋"은 퍼트넘의 양면게임 이론에서 나온 용어이며 국내 이해 당사자들의 허용 한도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크면 국제 협상력이 대체로는 약화됩니다(국내에서 반대자가 많아야 협상 테이블에서 더 터프하게, 이건 못 들어드린다고 나갈 수 있다는 뜻). 여기서는 오히려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해야 국내 기업 운신의 폭이 넓어지며 중국이 (미국의 보복을 예상하여) 세게 못 나온다는 문맥으로 읽힙니다. GVC는 이른바 쌍전환(친환경과 디지털)을 맞이하여 급격히 재편되는 경향이 또 두드러지므로 딱히 대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제언합니다.
지원금을 풀면 당장은 지갑이 넉넉해져서 좋으나 거시경제의 생산이 그에 맞게 뒷받침되지 못하면 인플레의 압력에 직면합니다. 불과 몇 년 전 현대통화이론 진영에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맞아 급속도로 부가가치가 느는 요즘 인플레 걱정 없이 무한대로 돈을 찍어도 된다고 주장했으나 벌써 미국은 바이든 취임 직후 대중에 지급한 지원금 때문에 이런저런 곤욕을 치르는 중입니다.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면 통화 증가분의 압력을 흡수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지난 1970년대와 같이 미국은 혹독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김형우 교수는 다만 "현재의 인플레 국면이 비용인상인지 수요견인인지는 확실치 않으며 제롬 파월은 확장기조를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청해야 하겠으나 독자도 신중히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최소한 양적 기준에서, 혹은 구매력 기준으로 언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인지를 궁금해합니다. 십 년이나 십오 년 전이면 지금쯤 벌써 중국이 앞서고도 남는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현재는 중국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전망이 더 우세해졌죠. 이근 최병권 두 분은 중국이 코로나 이후 미국을 다시 맹추격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 근거는 전면적 GVC 재편이란 불가능하고 디커플링도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 뿐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 필자들은 한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정도도 시계열 분석하는데 여전히 70% 벽을 넘지 못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겠다는 게 결론입니다.

류덕현 교수는 한국에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마땅히 수행했어야 할 부분은 여태 민간이 수행한 탓에 "정부부채는 낮으나 가계부채가 높은 경제(호주와 비슷한)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태 한국인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왔다(p105)"고도 합니다. 교육, 의료, 주거복지 등에 정부는 과감히 지출을 늘려야 행여 발생할 수 있는 가계 파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최근 제기된 특정 정치 진영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하기에 주목되기도 합니다.
반면 장종회 매경비즈 대표의 경우 "중과세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며 차라리 양도세를 일시 완화하여 매물압박을 완화하는 편이 낫다고도 하는데 현 정부의 기조라는 게 있어서 그렇게 전환하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철도 인프라는 현재 계속 확충되는 추세이며 이렇게 되면 지방의 거주 여건이 상향되기에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당연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구 지역 같은 곳에서도 집값 폭락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 대표의 전망(p137)이긴 하나 역시 독자가 신중하게 판단할 사항이겠습니다.
"융합의 꽃은 데이터다(p166)" 김준연 박사의 명쾌하면서도 심오한 진단입니다. 어찌보면 결제와 자유로운 송금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해 보이는데도 그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핀테크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사실 한국은 1990년대 포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기에 일본과 같은 심각한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대기업의 이른바 빅블러 전략을 강조하며 기존의 선형적 성장 전략은 포기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요즘 잘나가는 알서포트의 신동형 팀장은 메타버스의 유래와 전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p192에는 매타버스 2.0에 대해 단순화한 표가 나오며 이로써 기존의 VR, AR 등이 어느 수렴점, 혹은 지향점을 향해 가는 중인지 문외한인 독자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방향성 중 특히 "디지털 트윈은 비용 절감과 안전의 공간"이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p201 이하에는 김윤지 박사의 K-컨텐츠 전망이 펼쳐지는데 독자로서 제가 판단하기론 아직 <오징어 게임> 열풍이 반영 안 될 무렵에 집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런 현상을 다 내다본 듯 "글로벌 OTT가 한국에 구애하는 양상"을 벌써부터 논합니다. 여튼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이만큼이나 성장한 건 놀라운 일이며 정부는 문화 영역에 놓여진 각종 규제와 장벽을 대승적으로 더욱 가속하여 걷어내는 노력을 경주할 때입니다.
과연 한국의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요. 중국 시장에서는 십 년 넘게 고전중이며 아직도 회복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오철 교수는 오히려 "아직도 규모의 경제가 유효하다"고 하니 독자가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역시도 기존의 법칙에 따라 규모의 경제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전기차 수소차도 완성차 업체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으나 다만 자율주행의 경우 데이터가 중요하므로 이 부분에 한해서 누가 우위에 설지 불투명할 뿐이라고 합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특히 유념해야겠네요.
제4부에서는 국민소득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뤄집니다. 각 정치진영에서 내세운 주장이 어떤 장단점을 갖는지 살펴 보면 유익하겠습니다. 이어 신장섭 교수가 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논의가 재미있습니다. 장기 투자을 유도하는 규준이 무엇일지 면밀히 살피고 기존에 유효했던 추격 모델을 잘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김기찬 교수는 "대전환기에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신사업이 승부 포인트"라고 단언합니다. 분사, 통합, 인수합병이 특히 코로나 이후 큰 변혁을 맞은 대중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여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현상이 이처럼 큰 후과를 몰고옴을 우리는 직시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