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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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연말에 김난도 교수님 팀의 미래의창 <트렌드코리아>를 안 읽고 넘어가면 뭔가 인생을 불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는 느낌입니다. 어떤 분은 키워드 고안이 갈수록 억지스러워진다고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어차피 분석 대상이 될 만한 크기의 트렌드는 거기서 거긴데 뭐 매년 새로워질 게 있냐고도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이 다 가능합니다. 또 저자진 역시 그런 비판을 의식하는 흔적이 역력하게 매년 새 책에 반영이 됩니다(눈치 빠른 독자는 다 눈치 채죠). 의식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적극적으로 피드백까지 됩니다. 


뿐만 아니라 벌써 몇 년 전부터(아니, 거의 초기 버전부터) 작년 책에서 트렌드라고 예측한 바에 대한 상세한 리뷰까지 첨가하는 게 이 시리즈입니다. 다만, 저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올해판부터 편제상으로는 이 부분이 생략된다는 겁니다. 뭐 여튼 결론은, 적어도 산업계의 동향과 시장의 바람 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안 훑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아니 적어도 자신만의 어떤 관점을 갖고 세상을 주시하는 사람이라면 김난도 팀과 내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만이라도 비교를 해 보고 싶어진다는 거죠. 


올해가 소띠 해였는데 어째 연초를 제외하곤 아무도 관심 안 기울이는 듯합니다. 여튼 올해가 소띠였으니 내년에는 호랑이띠겠는데... 책에서는 "TIGER or CAT?"를 타이틀로 내세웁니다. 뭐 저 말만 봐도 저자팀의 일차 의도가 무엇인지는 짐작이 되지만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저 타이틀의 "벼리 키워드"는 "나노 사회"라고 하네요. 이 말은 거의 20년 전부터 산업계의 핵심 동력 중 하나인 나노공학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거리두기 때문에 개인 단위로라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의 절박한 "돈 벌기 욕구"를 특히 유념했다고 밝힙니다(p13). 또 우리 독자들이 언제나 관심 많은 서브 키워드로 破字(?)에 들어가자면 특히 T에서 "트랜지션 인투 나노사회"로 풀기 때문에 벼리 키워드가 서브 레벨에서 다시 등장하는 셈입니다. p13 이하에 10개 두문자(타이거와 캣 뿐 아니라 연결사 or도 포함입니다)에 대한 설명이 나오므로 정 시간 없는 분들은 이 머리말이라도 정독을 할 필요가 있겠네요.


머리말에서도 잠시 언급이 있었지만 보복 소비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차피 코로나 이전부터 그리 방향을 틀었던 만큼 이제 코로나 치하(?)에서 한번 방향을 잡은 건 다시는 예전으로 안 돌아간다는 게 이 책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언택트와 콘택트가 조화를 이루며(p30)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이 언택트 추세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겁니다(p31). 음... 트렌드에 대해 거의 무관심했던 이들도 코로나 19가 세계를 휩쓴 후에는 주식 투자건 일선 현장이건 언텍트다 뭐다 하는 트렌드에 대해 거의 생존 차원에서 관심을 안 기울일 수가 없겠는데 한국에서 이런 트렌드 분석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아직도 언택트를 짚어 준다는 점에서 고마움까지 느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너무 멀리 안 나가 주신 데 대한... ㅎㅎ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분석이 구체적이고 한국의 실정에 미세초점까지 다 맞춰 준다는 점입니다(반복되지만, 전년도 책에 대한 리뷰가 있다는 것 역시). p117 이하에서는 중고시장, 바이백(N차 신상), 구독시장 등에 대해 자세히 짚습니다. (온라인) 중고시장이야 그전부터 있던 거지만 요즘은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탈바꿈하며 당OOO처럼 근거리 가입자만을 연결하는 새로운 포맷도 등장하죠. 컨셉 구독, 토털 구독 등 갈수록 세분해가는 구독 서비스도 자세히 소개합니다. 참, 구독이라는 건 본래 신문 등 읽을거리에만 쓰는 말이었는데 영어의 subscription을 그대로 갖다쓰다 보니 "읽기[讀]"와는 전혀 무관한 영역에까지 적용됩니다. 물론 이 책뿐 아니라 모든 다른 책, 미디어에서 다 그리 쓰긴 합니다만. 여튼 한국의 실정에 대해 이리 자세한 분석이 이뤄지는 건 오로지 이 미래의 창 시리즈만의 특장점입니다. 


10대 트렌드 상품. 역시 이 책만의 기대되는 feature이며( 요즘은 각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꼽는 올해의 10대 뉴스 같은 게 궁금하지 않고 올해는 김난도 교수님이 뭘 뽑으셨을지가 궁금합니다. 물론 책에도 나오듯이 설문조사 등 체계적 메소드를 거칩니다만 이 절차 역시 해당 연구진만의 고유한 개성이 있죠. 다만 개별 상품이 아니라 상품군이라는 게 저 개인적으론 아쉬워서 다음부터는 과감하게 개별 상품도 좀 선정하시면 어떨지 희망사항을 가져 봅니다. 


이제 이 책의 본론이라 할 수 있는 2장에서 본격적으로 10개 키워드 전망이 시작됩니다. 트렌드의 미세화, 노동의 파편화, 산업의 세분화 등이 선도하는 게 바로 나노사회로의 이행(트랜지션)인데, 이 안에 긱(gig) 노동도 들어가고 요즘 논쟁이 첨예하게 붙은 공정성 이슈도 포함됩니다. 이에 저자가 강조하는 가치는 공감력 증대와 세렌디피티의 가치를 깨닫는 것입니다. 후자는 기술만능주의의 지양도 함축합니다. 


"피어 오브 미싱 아웃"을 줄여서 포모라고 하는데 이 현상과 "머니 러시" 즉 돈벌이에 대한 강박을 연결시킨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강남 건물주는 그냥 노는 게 아까워서 배O 라이더를 한다는데 한국 특유의 실용주의를 반영하는 면도 있으나 이 책의 관점에 연관시키자면 그 역시 일종의 강박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만의 강점은 그저 건조한 마케팅용어나 경영학의 툴(tool)만 동원되지 않고, 풍부한 인문적 전거와 상경 영역 외적 개념이 풍부하게 끌어와진다는 점입니다. 


베블렌은 백 수십 년 전 미국이 속물사회로 맹렬한 몸부림을 펼칠 때 만연하던 현상을 "속물적 소비"라는 짧은 말(과 체계적 분석)으로 잘 요약한 학자이며 유시민 같은 사람도 그의 책에서 소개한 적 있습니다. 이걸 두고 책에서는 "득템력"과 연결시키는데, 확실히 무슨 플랙스라든가 험블브래깅 같은 것도 베블랜적 관점에서 보는 게 더 포괄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그런데 특히 MZ세대가 이런 득템 활동에 민감하고, 기존의 온오프라인 매장은 이런 취향을 빨리 이해하여 이들에게 "판"을 깔아주라고 책은 조언합니다. 


러스틱 라이프는 이 책의 표현에 의하면 "촌스러움의 트렌드화"입니다. 미국에서 러스트 벨트라고 할 때의 그 러스트입니다. 이 배경을 두고 코로나 사태가 가속(p263)한 면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데카메론>에서처럼 전염병을 피해 사람이 덜 붐비는 시골로 일시 피하여 그곳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도심 복귀 후까지 이어진다는 거죠. 저자는 이를 젠트리피케이션 회피와 임팩트 투자에까지 연결시킵니다. 트렌드 분석의 묘미와 요체는 연결에 있습니다. 


길티 플레저(p277)가 아니라 헬시 플레저라고 이 팀이 새로 말을 코이닝할만큼 우리 주변에는 이제 헬스에 미친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 장에서 다루는 "헬시"는 피트니스 관련 운동만 말하는 게 아니라 두루 건강을 챙기는 모든 액티비티와 산업을 다 포함합니다. 건기식은 노인층만 찾는 게 아니라 이제 젊은이들도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며 이 역시 코로나가 촉진한 바 큽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시리즈는 지난해판에 대한 리뷰가 따로 있었으나 올해부터 전년도의 10대 트렌드 분석이나 본문 중의 이런저런 코너로 회고 파트가 분산 이동되었습니다. 이 중 바른생활 루틴이 트렌드는 2년 전의 "업글인간"과 맥이 닿는다고 합니다(p331). 실재감 테크라고 하면 요즘 핫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캣의 C를 뽑아 커넥트와 연관짓습니다. 다중감각, 동시성, 체험성 등의 3요소를 이 실재감의 핵심으로 꼽네요. 얼마 전 이재용 홍라희 모녀가 통도사를 방문하여 원본과 똑같은 <반야심경>을 선물했다는 기사도 떴는데 역시 실재감이란 이 시대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라이크커머스라고 들어 본 적 있을까요? "좋아하면 산다"고 책에선 요약합니다. 책에서는 C2C, D2C와 함께 H2H 모델을 이 라이크 커머스의 3대 핵심으로 꼽습니다. 기호와 지향점이 같은 휴먼끼리의 상거래를 가리키는데 어쩌면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거래는 이 형태로 수렴하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고양이로 움츠려 들 게 아니라 시장에서 호랑이로 군림하려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잘 꿰뚫어 봐야 하겠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김난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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