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육아 필살 생존기
김희연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육아란 너무나 힘들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그저 사랑과 정성만 있다고 잘 진행되는 게 결코 아니며, 혹 아이 울음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하여 타인이 "저 부모가 아이한테 소홀한가 보군" 같은 짐작을 함부로 할 게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살뜰히 아이를 돌본다 해도 아이 기분은 맞추기 힘들며, 또 설령 순한 아기라고 해도 탈이 안 나는 건 또 아닙니다. 아이 돌봄이란 일이 너무도 힘들기에, 도대체 원시 시절부터 우리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어떻게 이 단계까지 진화, 아니 기초적인 생존이라도 해 왔는지 궁금해지까지 합니다. 기적 같기까지 합니다. 모든 부모는 위대하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걸 해 내 온 셈입니다. 그러니 이 책 저자 같은 (극히 드문) 분이 혹 "명랑" 육아를 한다 해도, 그 뒤에 "필살 생존"이라는 살벌한 한정어가 따라 붙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데 젊은(대체로는요) 초보 엄마한테 혼자 맡길 수가 없습니다. 아빠는 대개 육아가 엄마 책임이라 여겨 너무도 육아에 소홀한 게 보통입니다. 애초에 엄마든 아빠든 혼자 힘으로 할 수가 없는데 혼자 하라고 하니 이게 독박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자는 운이 좋은 분인지도 모릅니다(육아는 부모 공동 책임이라는 [당연한] 전제 하에). 아빠(물론 저자의 남편이기도 하죠)는 (저자의 아이한테) 정말 좋은 아빠 노릇을 해 주었으며 저자는 자신 부부를 "육아 어벤저스"라고 재미있게 자평합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호흡이 마냥 좋기만 했던 건 아니고 때때로 나오는 잔소리도 ASMR로 받아들일 만큼 인위적인 노력도 개입해야 했나 봅니다. 여튼 전쟁과도 같은 육아를 이처럼 흥겹게 추임새 넣어 가면서 진행한 건 대단한 "능력"이며 부부 간의 진정한 사랑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현상이겠습니다. 


아이를 기계적으로 케어한다고 다가 아니라(이것만으로도 무척 힘들지만) 그걸 넘어 추가로 아이와 교감을 수시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책 p26 이하에는 몇 가지 요령이 나오는데 1) 아기 소리 무조건 따라하기 2) 뜬금없이 깜짝 놀라며 감탄하기(!) 3) 온몸에 차례차례 뽀뽀하기 4) 온몸 간지르기 & 배방귀 5) 눈빛(으로) 탁구하기 (첵에는 오?엥?롸?하는 표정도 권장한다고 나옵니다) 6) 아기 귀에 속삭이기 바람넣기 7) 엄마의 모든 행동에 흥 스피릿 넣기 등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하는 엄마를 자주 보며 그게 정상이라고는 생각해 왔습니다만 그건 그냥 엄마가 아기가 좋으니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게 교감하기 위한 (어느 정도) 필수 행동이라는 건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게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겠으나 그게 여러 이유로 잘 안 되는 엄마들도 있을 건데 이걸 지식으로라도 알아서 육아에 실천하셔야 하겠습니다. 엄마가 어떤 이유로라도 이게 힘들다면 아빠라도 대신 아기한테 해 줘야겠네요. 그리고 책 읽으면서 "흥 스피릿" 같은 말을 쓰시는 걸 보고 저자가 진짜 명랑 육아를 하시는 분이구나 실감했습니다. 


저는 뽀로로를 잘 모르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이 캐릭터가 엄청 인기라는 건 뉴스 보도 등을 통해(혹은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사실 이 독후감을 쓰는 지금도 예컨대 사지선다형으로 다음 중 뽀로로를 고르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풀 자신이 없습니다. 캐릭터는 귀여울 줄 알았는데 이 책에 의하면 키가 180cm이 넘고 그 중 얼굴 크기만 90cm이라는, 황금 비율(!)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뽀통령으로 꼽힌다는 이 캐릭터를 아이한테 자주 노출시키고 감성 훈련을 시키는 데에 (이 저자님처럼) 아주 열심이면 정말 뽀로로 하나를 보고도 p15 이하에서처럼 열렬한 뽀로로론(論)이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아이 낳으시기 전에는 큰 관심 없으셨겠죠?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좀 오버해서) 나중에 아빠가 되면 아 난 뽀로로도 모르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뭐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교육학에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다(p30)."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이처럼 현실에서 실천하면서 그 실천적 의의를 다시 새기는 건 확실히 서로 다른 일입니다. "뼈가 탈골되도록 춤도 춘다.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는 엄마" 정말 그렇죠? 이렇게 열정적인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가 커서 자신 역시 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온갖 시련도 이겨 내며 자신만의 성취를 이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말, 표현은 정말로 당사자가 그런 사람, 개성이기에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겁니다. 엄마는 돈 많은 엄마, 예쁜 엄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처럼 열정과 올바른 꿈을 아이한테 어려서부터 암암리에-아니 표현이 좋지 않네요-, 감각적으로,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신과 몸에 배게 하는 엄마가 정말 최고인 듯합니다. 


"엄마 나랑 토끼 놀이해요.(p54)"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고 해도 "14시간 중 13시간을" 토끼로 살아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는 푸념이 책에 나옵니다. 토끼놀이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럴 것 같습니다. 참 이 책은 정말 독특한 게, 와 이 구절은 정말로 이런 심정에서 썼겠다 싶은 느낌이 지면 밖으로 다 전해져 옵니다. 저자의 목소리를 행여 한 번 짧게라도 혹 들어봤다면 아마 오디오북처럼 음성 지원이 되는 느낌일 듯합니다. 


"벤 다이어그램의 중간점(p113)"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교집합(인터섹션)이라 배운 바로 그것이죠.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집에서 아무리 아이를 조용히 재우려 해도 소리가 일시에 딱 안 멈춰진다는 겁니다. 창 밖에서 나는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등 육아를 위해 정작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던 소리들에 비로소 집중하게 되면 와 아이가 조용히 잘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게 무지 힘들다는 걸(아니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뜻입니다. 집합이 두 개뿐이면 좋은데 백 개가 넘고 그 백 개의 소리가 일시에 조용해지는게 중간점입니다.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급이죠 거의. 아이 하나 재우는 게 이렇게 힘들고,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는 건 거의 조물주의 천지창고급입니다. 휴~~~~~


비데 쓰시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조준이 그리 쉽지는 않고 민감한 분들은 더 힘들어합니다. 일일이 샤워로 씻어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해 내는데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사실 대충 적응하고 넘어가는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p155에서 아기 비데를 쓰다 중고로 팔아버렸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이런 상품은 게으르고 진정성 없는 엄마들한테 맞지 싶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기는 나를 닮았다(p140)."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아이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이와 밀접 교감하다 보니 아이가 어떤 성격인지 그게 나와 닮았는지 아닌지 벌써 이렇게 감이 오는 겁니다. 심지어 무의식 중에 묻혀 있던 자신의 유아 시절 모습도 떠오르는 겁니다. 뭐 아닐 수도 있죠. 다 크고 보니 나하곤 전혀 안 닮은 아이가 내 앞에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착각일 수도 있으나 이렇게 몰입을 해야 아이가 제대로 크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율욕구와 애정욕구의 길항관계도 우리 독자들이 꼭 읽어 봐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 들었습니다.


요즘은 그게 부동산이든, 요수수든, 야구든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 그 정보와 느낌만 공유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세상입니다. 정보가 설령 없어도 그저 걱정하고 좋아하는 느낌만 공유해도 한시름 덜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육아도 아마 유익한 카페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좀 타의 모범이 되어야할 엄마가 육필로 절절히 쓴 책은 그것대로 따로 읽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의 자연스러운 흥과 애정이 잘 묻어나는 책이라서 읽기만 해도 아빠(혹은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질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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