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교육열은 세계에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고 거의 과열 광기 수준입니다. 어머니들이 필요 이상으로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사교육 광풍을 주도하는 현상은 부동산 투기만큼이나 사회적으로 큰 빈축을 사며 심지어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결과적으로)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자녀가 그런 과정을 통해서라도 성적이 향상되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부모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적 통념과 인식은 그 근본이 바뀌기가 무척 힘들며 사회 성원 모두가 어떤 큰 계기를 통해 집단 각성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적 현상이 발본색원되기는 무망하죠.


이 소설은 황건휘, 황선휘 두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쌍둥이이지만 건휘가 형이고 동생 선휘가 이 소설의 1인칭 주인공입니다. 두 형제는 무역업을 하는 기업인 아빠와 전직 입시 피아노 학원 원장님 엄마 사이에 태어나고 성장했는데, 두 분 부모님 역시 대한민국 최상류층에서 태어난 그야말로 축복받은 인생들입니다. 그나마 아빠가, 본인 역시 우수한 학력과 경력을 지닌 엘리트 집안에서 성장하며 공부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애들한테 공부 공부 재촉은 덜하는 편인데, 엄마가 좀 정도가 심합니다. 자신의 아이들한테만 닦달하는 게 아니라 주변 엄마들한테도 영향을 끼치는 이른바 돼지엄마인데, 그 친구 중 한 명인 O우는 소설 후반부에 자살하는 걸로 나옵니다. 


황건휘 황선휘 두 형재는 적성이 없는데도 돼지엄마가 잘 리드해서 모범생이 되었다거나 한 게 아니고 본인들 스스로가 우수한 머리를 타고난 경우입니다. 하긴 엄마 아빠 집안 모두 머리가 좋으니 그 유전자를 애써 피해서 태어나기도 어려웠을 터입니다. 엄마는 다소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낳았는지라 가끔 신세 한탄을 하길 너희 때문에 학원일도 도중에 그만두고 출산시 고생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거죠. 이런 경우일수록 더욱 이기적인 집착으로 아이 교육에 매달리게 되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여튼 형제 모두 24개월에 한글을 마스터하고 옹알이 없이 말도 한 경우라서 이건 뭐 의심의 여지 없는 영재입니다. 주변에서도 아니 하나도 아니고 둘을 모두 영재로 키웠다며 부러움이 자자하며 형제는 고교에서도 전교 1등을 맡아 놓고 합니다만 형인 건휘가 더 공부를 잘합니다. 둘째 선휘는 좀 더 멘탈이 강하다는 게 장점인데 아마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형 건휘는 분노조절 장애가 있음이 뒤에 나오는데 이것 역시 엄마의 단점을 닮은 듯합니다. 엄마는 성격이 불 같고 매우 이기적입니다. 동생인 "대종 이모"하고도 성격이 판이하며 아빠는 오히려 이모와 더 의견이 잘 통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 이하 소설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이미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인데 뭐하러 엄마가 저렇게까지 극성을 피우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운동이나 공부나 타고난 재능, 적성이 크게 좌우하며 엄마가 얼마나 개입하고 케어하는지는 부차적 변수에 불과한데, 가만 내버려둬도 알아서 할 아이들을 엄마가 망친 듯도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애와 길에서 시비가 붙어 거의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가하는 바람에 형 건휘는 인생을 망치기 직전까지 가며....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건 그 엄마의 태도인데... 형 건휘가 공부를 훨씬 잘하는 대신 멘탈이 약한 걸 알고는 동생 선휘더러 형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라고 권하는 겁니다! 이쯤 되면 이 엄마는 정상이 아니라고 봐야죠. 


저는 여기까지 읽고 엄마가 자신을 안 아픈 손가락 취급하는 줄 알고 선휘가 크게 엇나가는 진행이겠다 지레짐작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엇나가는 건.... 어느 정도는 뭐 그 이전부터 그랬고, 형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는 말도 선휘는 (마음이 아프고 충격 받을망정) 그대로 듣습니다. 아마 이유는, 자기 생각에도 형의 멘탈이 감당을 못 할 것 같으니 차라리 냉정한 자신이 짐을 지겠다는, 참 순수하게 형에 대한 애정만으로 내린 결단이라는 생각이... 여튼 엄마가 원망스러울망정 현 시점에서 가장 나은 방법이다 싶어 또 이걸 그대로 수용하는 선휘를 보면서 얘도 엄마처럼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다 싶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타당한(?) 전략이라 해도 겨우 고등학생이 말입니다. 


여튼 진상은 의외로 눈이 날카로웠던 피해자 학생에 의해 그대로 드러나고 형 건휘는 자살을 택합니다. 이런저런 충격적인 일을 겪고 정신이 망가질 만한데도 과연 엄마를 닮아(!) 멘탈이 강철인 선휘는 그 와중에 김은빈이라는 (자신과는 교과 성적이 극과 극인) 편모 슬하에서 자란 김은빈이란 여학생을 만나 좋은 감정을 키워 가는데 이것도 참 놀랍다 싶었습니다. 음.... 피아노는 고전음악이지만 김은빈은 실용음악인 뮤지컬을 배우는 학생인데 성대 쓰는 법을 어려서부터 잘못 익혀 작곡 쪽으로 진로를 선회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적성을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듣고 어려서부터 형에 대한 열등감이 있던 선휘는 깨끗이 한국식 공부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사실 가짜 모범생이라고 하면 머리도 나쁜데 억지로 부모 서슬에 눌려서 사교육으로 근근히 연명하는, 참된 자신을 잃고 주위 시선만 의식하며 허깨비 인생을 사는 좀비 같은 주인공을 떠올렸는데, 이 소설의 선휘는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 성격도 야무지고 감정도 스스로 잘 추스르며, 형에 비해서 못한다는 것뿐이지 그 좋은 머리를 타고나서는 왜! 한국식 공부를 포기한다는 건지 읽으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건 그 엄마의 광기 어린 행보 탓입니다. 차라리 가만 놔뒀으면 잘할 공부를 그 엄마 때문에 넌덜머리가 나개 한 거죠. 뭐 여튼 좋은 유전자 50%를 물려주신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미국에 가서 영재로서 제대로 포텐이 터지는 공부를 하길 독자로서 기원합니다. 현실이 소설을 능가한다고 사실 우리 나라에는 이보다 더한 충격적인 사건이 터진 적이 있습니다. 이땅의 모든 학생들이, 정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살을 찾아나갈 수 있는 날이 하루바삐 와야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