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합격할 자격이 있습니다 - 취업 합격을 부르는 STL 글쓰기
남현우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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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다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며 어떤 유의 글이 딱히 잘 쓰는 글이라며 독점적으로 자격을 갖추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업 입사나 학교입학전형 등에 쓰이는 자기소개서 등의 글이라면 아마 합격이 더 잘 되는 글의 유형, 완성도, 경향 같은 게 따로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은 주로 그런 글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만, 그런 특정 목적을 떠나서 읽는 사람에게 두루 감동을 주는 글쓰기의 방법도 알려 줍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글쓰기가 그저 자기 만족이 아니라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꼭 감동까지는 아니라도 어떤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한 번 정도는 고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차별성이 중요하다(p53)." 읽는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서류를 눈으로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의뢰나 주고 받아온 듯 천편일률적이기까지 하다면 그 이상 고역이 없을 듯합니다. 저는 두어 달 전에 다른 책을 읽고 그 속에서 그저 차별성 하나로 면접위원의 눈에 띄어 큰 언론사에 기자로 뽑힌 분의 이야기를 접한 적 있습니다. 물론 면접위원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저 튄다고 그 지원자를 선발한 건 아니겠죠. 그러나 아무 스펙 없는 처지(p60)에서 그 모든 불리한 점을 뛰어넘으려면 확실히 "차별성 부각"은 승부를 걸어볼 만한 전략이 됩니다. 


"취업에서 차별화 요소는 두 개인데, 스토리와 룰 파괴다(p53)." 흔히 차별성이라 하면 후자만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아주 강조되는 요소가 바로 "스토리"입니다. 요즘은 면접(전형)뿐 아니라 정치인, 선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는 그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원하며 저는 6년 전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 당시 어떤 이용자가 "이제 그에게 스토리가 생겼으니 딱히 불운으로 여길 것 없다"고 댓글을 남긴 걸 보았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당사자가 정치에 야심을 두었다면 저런 전망을 딱히 불쾌하게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중요한 말을 덧붙입니다. "차별성의 완성은, 스토리이든 룰파괴이든 간에 행동에 달려 있다(p56)." 구직 활동에서 이런 "행동"의 예라면 중요 문의 사항이 있을 때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 본다든가 하는 게 있습니다. 이것도 과하면 안 좋은데, 저는 예전에 저한테 조언을 구한 이에게 "나하고 함께 해당 기업을 찾아가자"고 한 적 있습니다. 그분 대답은 "보여주기식이 될 것 같다"였죠. 어떤 대안이 썩 내키지 않을 때 우리는 갖가지 방법으로 그럴싸한 합리화, 핑계를 찾아 냅니다.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지만, 반대로 과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 생각으로 과함과 그렇지 않음의 기준선은 "진정성"입니다. 진정성 없이 그저 튀어야겠다는 동기라면 인사 담당자에게도 그게 느껴지죠. 


"좋은 자기소개서는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것이다(p65)." 무슨 소리인가 하면 나의 자소서를 정말 빛나게 하려면 RISS 같은 곳을 찾아가서 멋진 논문을 좀 인용하자는 겁니다. 우리는 학교 다니면서 갖가지 교과서, 학술서도 읽고 그 안에 표시된 출처 등도 다 한 번 정도는 구경합니다. 졸업 논문에도 이런 걸 표시하는 방법을 다 배우고 졸업합니다. 그런데도 막상 배운 걸 써먹지를 않죠.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말씀이 옳습니다. 왜 자소서에 논문을 인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p77에는 어떤 의뢰인이, 애써 저자가 작성해 준 걸 거부하고 이렇게이렇게 고쳐 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그러면 좋은 점수를 못 받습니다." 가르쳐 줬는데도 막무가내입니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살면서 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분들이 참 많고, 하나같이 ill-advised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결과가 안 좋으면 이건 또 남 탓을 한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한테는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며, 악성 후기를 안 올리겠다는 어떤 다짐을 받아야 합니다. 잘 되었어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잘해서 결과가 좋았다고 나올 겁니다. 


스펙이 나쁜데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하여 성공한 예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 책 p94에도 그런 분이 하나 나옵니다. 저자가 꿰뚫어본 그의 비결은 "성장과정을 스토리로 풀어낸 능력"과 "진정성"입니다. 특히 저는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스토리 역시 우리 주변에 차고넘치는데, 그게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마음을 끌지도 않습니다. 진정성이란 (그것이 없는 사람한테는) 어찌보면 가장 얻기 어려운 자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문계 졸업자라고 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여타 전공자보다 더 못 쓰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저자는 원래 공대 출신이라 글쓰기를 잘하는 편이 못되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겪어 보기로는 공대 출신이 더 조리있게, 정확하게 잘 쓰는 경향도 있습니다. 여튼 이런 저자가 스스로 "긴급처방"아라면서 가르쳐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필사입니다. 필사도 많은 분들이 해 보는 방법이지만 성과가 안 나는 수가 있는데 이건 방법이 잘못되어서입니다(라는 걸 이 책을 읽고 확인하게 되었네요).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맛, 리듬을 느껴 가면서(p114) 필사를 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베끼기만 하면 실력이 늘 수가 없겠죠. 


또, 문장이 아니라 문단 단위로 승부를 보라고도 합니다. 평범한 할머니가 무슨 글쓰기를 능숙하게 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그런 글을 인용하며 왜 이렇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것이다" 같은 말투를 남발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서평 쓰는 데 무한정 시간을 쓸 형편이 안 되어 고치지 않고 그냥 올리는 게 후회가 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ppt 같은 걸 만들 때 인터넷에서 막 템플릿을 급하게 찾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게 안 되지요. 책 p158 이하에는 저자가 제시하는 자소서 템플릿이 여럿 나오는데 물론 그런 템플릿은 아니고(그런 건 있을 수도 없죠) 논리 템플릿, 스토리 템플릿 같은 것입니다. 짧지만 엄청 임팩트 있고, 과연 글쓰기의 본질이 뭔지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이 책의 부제는 "SLT 글쓰기"인데 바로 여기서 앞 글자를 따와 만든 말입니다. 스토리와 논리(logic)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SLT.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 책의 진가는 3장부터 드러납니다. 왜 구체적인 숫자, 수치를 인용해야 설득력이 생기는가? 소제목은 어떻게 붙여야 하는가? 읽어 보면 아 정말 타인을, 독자를 설득하고 적어도 영향을 끼치는 글쓰기란 이래야 하겠구나 하고 절로 느낌과 각성이 옵니다. 또 신입 자소서와 경력직은 글쓰기 패턴과 강조하는 포인트가 달라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특히 경력직 지원자는 꼭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읽으면서 자소서 종류가 세상에 이렇게 많다는 점, 또 자소서 등 글쓰기뿐 아니라 면접 방법론도 엄청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이런 게 그냥 잘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극소수이겠으며, 혹 잘하는 분이라고 해도 기왕이면 더 다듬고 더 폭 넓게 통하는 기법을 익히면 좋지 않겠습니까? 사실 자주 불합격하는 사람은 냉정히 말해 그럴 만해서, 자격이 없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듬어 봅시다. 남한테 지적 받고 고치는 것보다 나으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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