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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 14년여 참살이 귀촌 생활 노하우 전격 공개
이창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현재 직장에서 잘나가는 분들이라고 해도 마음 한편에는 귀농의 꿈을 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중장년층이라고 해도 내내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이 많은데 그렇습니다. 자연은 정직하고, 건강에도 좋은 환경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노력하고 정성 들인 만큼 성과가 나오는 세상을 어느 누구라도 그리워하는 게 당연하며, 그래서 누구에게나 귀농은 최후의 보루가 될 만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내려가 보면 내 생각과 달라도 크게 다른 바가 많고, 막상 닥쳐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미리 준비를 갖추는 편이 역시 낫겠습니다.
저자는 특히 가부장적인 사고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저 갈등을 악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의 여러 문제를 따로 파생하며, 능률 위주의 관점에서 봐도 이게 해롭다는 분명합니다. 그래도 지금 여성들은 많은 문제가 개선된 사회 환경에서 활동하지만 저자님 연배 정도의 여성들은 얼마나 고생이 크셨을까 생각하니 제가 다 죄송해집니다. 비단 성별 갈등 문제뿐이 아니라, 저자의 말대로 사람은 "서로 처지를 바꿔 보는" 역지사지의 사고를 해 봐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결국 교육 말고는 길이 없다고 보고 이에 매진했다(p24)"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숙여집니다.
우리 나라, 혹은 동아시아가 세계에 웰빙식품으로 내놓을 만한 건 아무래도 발효식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곶감은 우리 나라에서 간단하지만 참 맛있게 개발해 낸 전통 레시피 중 하나인데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이창순(저자 성함입니다) 발효곶감"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책을 읽어 보니 그 제조법에 자연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투영되었기에 그런 성과가 난 게 아니었을까 짐작이 되었습니다. "곶감을 많이 드셔 본 분들은 그 맛을 알아 본다(p45)." 사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설령 맛을 많이 본 입이 아니라 해도 그 참된 맛과 정성을 알아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 뒤 p105에 다시 한 챕터를 할애하여 발효곶감만의 장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 한 마디만 좀 적자면 "곶감은 무조건 냉동고에 보관"하라고 하십니다. 발효라고 그냥 보관 대충하면 안 된다는 거죠.
"황토집이 안기는 숙면(p62)" 역시, 꼭 나이 든 분들이 아니라도, 몸에 좋은 건 몸이 벌써 자연스럽게 알아 봅니다. 지금 한국인 중에 어려서 과연 황토의 좋은 기운을 받아 자란 이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래도 황토만이 풍기는 좋은 기운(?)은 그게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로 몸에 좋은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합니다. 과학적으로 명쾌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웰빙이라는 외국어 대신 의도적으로 "참살이"라는 국어원의 권장에 따른 대체어를 매번 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국어원의 그런 태도에 별로 찬성하는 편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은 "참살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웰빙보다 원래 참살이가 더 강력한 말이고, 이 책에서 설명되는 거의 모든, 부러운 체험은 정말 이게 말 그대로의 뜻에서 "참살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정말 돈 좀 벌고 나면 귀농해서 꼭 이 책에 나온 대로 한번 다 따라해 보고 싶습니다. 황토집 이야기는 후반부인 p168 이하에 또 나옵니다.
감으로 가능한 레시피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p89에는 "홍시 김치"라는 게 나옵니다. 홍시로 김치를 만든다.. 이 책에 나온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저는 예전에 떫은 감을 먹으면서 이것이 김치와 어떤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체에 갈고, 믹서에 갈고.."하는 그 준비 과정이 좀 길긴 한가 봅니다. "나도 반했다. 우리 남편도 반했다. 펜션 손님들도 반했다(p90)."
기름은 무조건 안 좋다고만 할 게 아니라, 사실 기름이 적절히 들어가지 않으면 무슨 풍미란 걸 즐길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들기름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시는데 요즘은 동네 마트에만 가도 정말 다양한 기름류를 취급은 합니다만 들기름은... 최근 학자들은 "감칠맛'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위상을 부여하기도 했는데요. 우리 음식에서만 만날(맛[이] 날) 수 있는 이 감칠맛은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오로지 들기름만으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p115에는 들기름으로 만들 수 있는(=들기름이 들어가야 제맛 나는) 다양한 나물 요리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일본하고 우리하고 깨 값이 차이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지금은 뭐 한국에 딱히 없는 물자가 없고 모든 것이 풍요한 편이라서(요소수 제외) 깨에 뭐 특별한 집착들을 하진 않죠. 저자는 특히 비만 예방이 된다며 도토리전의 효능과 맛을 강조합니다(p121). 저자가 강조하는 건 "값이 싸다고 시중의 수입 들깨를 구입하진 말길 바란다"입니다. 이 말씀을 읽고 저는 "아니, 요즘도 수입 깨가 싼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대목뿐 아니라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건 저 위의 발효곶감의 경우도 그렇고, 원래 다른 건 다른 것이며 비싼 만큼 제값을 하는 게 따로 있으니 제발 좀, 그저 싸다고 무작정 찾지는 말라는 겁니다.
요즘은 우스개 삼아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로망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면 얼마나 좋겠냐는 겁니다. p152 이하에는 정말로 놀이처럼 놀면서 큰 소득까지 올리는 저자 자신의 삶에 대해 자긍심 가득한 설명이 길게 이어집니다. 사실 이 대목뿐 아니라 저 앞 머리말에도 손 대는 모든 일마다 척척 잘 풀리는 저자 자신의 행복한 삶에 대한 긍지 가득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 이런저런 맛있는 요리법 따라해 보는 것도 물론 좋고 유익하겠으나 저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배울 게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행복한 삶은 사업이나 의식주에서도 기인하지만 저자분이 자랑하시는 건 또 부부관계입니다. 정말 천생연분끼리 만나신 듯 그야말로 깨가 쏟아지는 부부 사이이신가 봅니다. 오랜 동안 부부 사이를 화목하게 유지하는 비법 중 하나로 저자가 가르쳐 주는 건 "부부 사이에 '환기통' 만들기"입니다. "싸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성인(聖人)이다." 비유적 의미에서의 "환기통" 중에는 "그릇 깨부수기"도 있는데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들 보시기 바랍니다.
"좋다 좋다 더욱 좋다 황장산이 좋다(p242)."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참 환경 따라 사람의 정신, 혼, 기분, 심지어 운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그저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큼만 행복했으면 한다는 말씀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자연 속에서 말그대로 "참살이"하는 분들은 우리가 아무리 따라해도 나쁠 게 없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