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수전 폴락 지음, 서광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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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 걸리는 어머니들, 요즘은 그런 아빠들도 많다고 합니다. 동물들은 자연 상태에서 잘만 출산되고 또 건강한 성체로 성장하는데 사람은 왜 이렇게, 뜻대로 자라기가 힘든 것일까요. 아기가 순한 아기라서 다행히 잘 키우고 있다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육아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울증, 심지어는 죄책감에까지 시달리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건 참.... 육아와 별 관계 없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만듭니다. 이런 부모님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어느 경험 많고 생각 깊은 저자분의 책이 여기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들이 이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만, "아이를 낳고 나서 나 자신이 상실된 것 같다(p36)"는 느낌.... 자연계에서 개체들의 교미는 매우 슬픈 느낌을 주는데, 이는 더 이상 해당 개체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이유를 지니지 못하는 단계에 가까이 갔다는 뜻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자녀를 교육시키고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며 좋은 상대와 혼인까지 시키는, 더 무거운 책무까지 부여 받아 한창 활동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내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그 벅찬 감동은 어떻습니까.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약간의 허무감, 상실감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p37에 이런 부모님들이 따라해 보면 좋을 듯한 여러 육체적, 정신적 지침들이 나옵니다. "나를 돌보는 호흡 하기"... 그저 올바른 호흡, 정성들인 호흡이 이런 효과까지 주는 줄은 몰랐습니다. 꼭 육아하는 부모가 아니라도, 이런 호흡법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Allow and let it go! 무언가 참을 수 없고 불쾌한 느낌, 감정이 밀려올 때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르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감정의 원천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내가 애한테 이처럼 짜증을 내다니... 짜증은 짜증 그것대로 내 감정을 망치고, 내가 아이한테 짜증을 냈다는 사실이 나중에는 자괴감과 자책감으로 또 한 번 내게 내상을 입힙니다. 이때 저자는 p55에서 어느 부부(부모)의 사례를 듭니다. 나중에 그들의 감정은 멋진 성취감으로까지 바뀝니다! 참 사람의 감정, 마음이라는 건 어린이와도 같아서, 누가 잘만 다스려 주면(대부분은 자신이 해야 합니다) 180도 상태가 바뀌어 지옥이 천국으로 변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우리들도 이런 비슷한 경험은 대부분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요즘은 mindfulness, 즉 "마음챙김"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육아와 직접 관계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여기에도 적용 못 될 이유가 없습니다.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씁니다만 한 군데 마음을 집중하고서, 산란해진 정신을 다스리고 토닥거리는 작업은 어느 상황에 처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비추어보기"를 누누이 강조합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본 적 있나요?" 특히 서양인 저자의 책이라서인지, 이웃에 있는, 혹은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 누구하고도 안면을 트고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는 공감의 신호를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그들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처방이 책에는 많이 나옵니다. 선함(나든 타인이든)을 기억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지나치게 가혹한 태도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나한테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기"입니다. 


서양인들은 보통, 누군가가 이런저런 "징징거림"을 시전할 때 self-pity라며 당장 멈추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반대로, 자기연민인들 뭐 어떻겠냐며 너무 나를 코너로 몰아붙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우리 대다수에게 어차피 삶은 힘든 것이다(p101)." 맞습니다. 아니 세상 자체가 나를 많이 힘들게하는 판에, 왜 나까지 나를 몰아세워야 하죠? "오늘은 어른 노릇 못하겠어요.(p114)" 사실 나를 다그치고 어렵게 하는 건 대부분 어떤 책임(감)에서 유래합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어른이라 할 만한데 그걸 못하니 다른 사람들이 책망하기 전에 나부터 나서서 나를 혼내는 겁니다. 하지만 어디 매번 잘할 수가 있습니까? p116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실행해 보면 좋을 여러 즉석 처방이 나옵니다. 


음, 아무래도.... 나를 다그치고 엄격하게 혼 내고... 이런 자아와 초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실제로 어린 시절에 그의 부모들에게서 그런 훈육을 받았던 탓이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p146에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나를 지배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TV쇼는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게 참 많은데 p147에는 <트랜스페어런트>라는 프로그램도 나오네요. "투명성"과 "부모"를 결합한 말장난이겠는데 우리 나라에는 요즘 <금O 같은 내OO> 같은 게 인기가 있죠. 


"바깥 세상은 정글이다(p234)." 왜 아니겠습니까. 정글이다 보니 우리는 뜻하지 않게 상처도 많이 받고 때로는 회복불능의 어려운 지경까지 가기도 합니다. 책에는 여러 종류의 자애문구들이 나오고 p235는 특히 "놀이터"에서 쓸 만한 문구들을 추천해 줍니다. 이 책은 육아책이다 보니 육아의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알맞은 처방을 제시하는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힘든 감정 파탄의 상황에 마주하여 대책없이 방황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건 "모든 걸 다 통제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p278)"는 점입니다. "약점을 드러내지 말고 강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직장에서 출장 장소에서 우리는 그럴 필요가 자주 있지만, 어디 매 순간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까? 적어도 나 혼자 남아 마음챙김의 필요성과 마주할 때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면 안 됩니다. 


청소년기에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게 또 수치심이기도 합니다(p311). 나에게 결점이 너무 많아서 남에게 수용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적정선에서 끊어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남과 소통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느낌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청소년기를 잘 졸업한 성인이 됩니다. 또 부모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정한 재판관이 될 필요가 있는데 수치심이 강한 부모는 이 노릇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싸움에 항상 나를 끌어들이려 해요." 부모가 언제나 겪는 딜레마이자 난관입니다. 


희한하게도 아직 현실이 된 게 아니고 그저 생각에 머무는 건데 이게 사람 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생각일 뿐 아직은 현실이 아님(p358)"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 줘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균형을 되찾게(p359) 됩니다. 나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물 밀듯 밀려오면 그때마다 그것을 음악으로 바꿔 보라고도 조언합니다. 이책에 제시된 중 가장 재미있는 조언이었습니다.


자신을 들들 볶지 마십시오. 일단 그렇게 해서 뭐가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부모가 정서가 불안하면 아이들도 그 점을 바로 알아채고 같이 불안해합니다. 부모가 먼저 마음을 편히 갖고 이런 안정감을 아이한테 공유하는 게 어쩌면 부모된 도리의 가장 처음 걸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덩달아, 함께, 드디어, 완전히, 안정된 정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식이고 돈이고 체력이고간에, 이런 게 마련되려면 먼저 안정된 마음이 필수 조건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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