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 : 당전과·포과편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9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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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국사 시간에, 조선 후기 실학자와 그의 저작을 공부할 때 꼭 한 번은 접하곤 하는 게 서유구라는 분이 쓴 <임원경제지>입니다. 이 책 제목은 반드시 암기해야 하는 사항에 속하죠.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저자님의 성함과 책 제목 정도만 알 뿐 무슨 소중한 내용이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기가 쉽습니다. 개탄스러운 일이죠. 이 책은 저 <임원경제지>의 연구를 통해 "전통 음식 복원 및 현대화"를 표방하며 나온 두번째 책입니다. 조상님들이 저술한 책 중에, 현대인들이 그 레시피를 공부하여 전통의 맛을 오늘에 다시 살릴 가능성이 이처럼 높고도 구체적일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제 주관적 느낌으로는 마치 <쥬라기 공원>에서 호박 중에 매몰된 모기의 피 중 공룡의 DNA를 추출하는 작업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서유구 저자께서 조선 후기 당시 이 대목을 서술한 동기도 정말 놀랍습니다. "왜 우리는 맛있는 과자를 먹을 때, 이처럼 귀하고 어려운 경로를 통해 높은 사람이나 접촉하고서야 진미를 간신히 만날 수 있는가?" 요즘이야 서민들도 단 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염려 때문에 자제를 하는 편이지만, 당시에는 단 맛을 물씬 풍기는 이런 별미를 특권층이라야 맛볼 수 있었을 겁니다. 소수만 누리는 특권을 전 백성에게 두루 공유시키려는 정신이야말로 실학의 핵심 모토 아니겠습니까. 자랑스럽고도 감사한 일입니다. 또 그 귀한 레시피를 현대에 재현이 가능하다니, 맛도 맛이겠거니와 정말 보람되고도 색다른 체험이지 않겠습니까.


"찹쌀 즙, 전분 가루를 섞어 오래 달이는 제법(p83)" 이것은 당시 기준으로도 고급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학적으로" 고안되고 연구된 조리법이라고 합니다. 과학이나 세련된 조리법은 그저 현대인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임원경제지>에 나온 저 구체적이고도 체계 있고 과학적이기까자 한 조리법은 얼마나 놀랍습니까. 이런 과자류는 화학적 첨가물이 없기에, 많이 먹어도 건강에 그닥 해롭지 않고, 손님에게 접대용으로 내어 놓으면 큰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고급 음식은 접대하는 측의 자랑과 긍지가 될 수 있죠.


이 책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단어가 "가수저라"입니다. 한자로 가차하여 저런 발음이며, 우리가 잘 아는 카스텔라를 가리킵니다. 사실 카스탤라는 해방 후에 비교적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빵류였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매우 친숙한 기호식품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영향을 받았겠으나 우리 나라처럼 카스텔라가 큰 환영을 받아 온 나라도 별로 없지 싶습니다. 지금은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을 거치며 선호도가 크게 감소했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이른 시기에 우리 조상들도,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카스텔라를 먹곤 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시건방". 여기에서 시건은 곶감을 가리킵니다. 뭐, "시"라는 글자는 감을 가리키며, "건"은 건조한다는 그 뜻이니 쉽게 이해는 됩니다. 흔한 감 하나로 그런 과자류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우리 조상들의 독특한 지혜를 증명합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에(p226) 남방 한계선이 올라가 사과 대신에 감을 재배한다는 풍기(경북) 지방의 현황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이런 뜻밖의 지점에서도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는 인식하고 조우하게 되네요. 


이 책은 참으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구체적인 설명, 또 컬러 사진과 함께하는 분명한 레시피들이 유익합니다. 400페이지에 달할 만큼 분량도 많아서, 독자는 자기 입맛에 맞는 대로 골라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조상들이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우리 특유의 미감을 만족시키게끔 고안한 과자 레시피, 너무도 흥미롭고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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