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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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인정 받고, 올곧고 무리 없는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또 그렇게 살아온 모습이 자신의 외모로 드러나길 원합니다. 이 고전도 서두는 "그 남자"의 사진 여러 장을 둘러보는 주인공 화자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그 남자"의 얼굴을 평하면서 이런저런 느낌을 털어 놓습니다. 사실 이런 느낌은 "그 남자"의 어떤 객관적인 면모를 반영한다기보다, 결국 그런 느낌을 받고 털어 놓고 싶어하는 자기 자신의 관점, 세계관, 느낌, 처지 등에 대한 고백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몇 곱절은 난해한 존재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이 사람처럼 기괴한 내면을 자아 안에 감추고, 또 그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라며 은근 프라이드까지 간간이 드러내는 사람으로서는 여성이란 정말로 이해 못 할 난제였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회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성공적으로(여러 기준이 있겠으나) 마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을 찾자면, 그들은 대체로 여성들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입니다. 여성을 잘 다루고, 여성에게서 공감을 많이 받는 상사람이 대개 자기 만족도까지도 높습니다. 그 반대가 바로 이 주인공 같은 인간, 아주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 친누나라고 생각해" "그럴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을 겁니다. 좀 뒤로 가서 p75에 보면 시부타의 숨겨 둔 자식으로 어느 점원 아이가 나오는데, 주인공은 바로 이 아이한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느낀 것입니다. "제게 차가운 의지를 주시옵소서." 하고많은 소원 다 놔두고 구태여 이런 걸 신에게 비는 어린이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요? 이런 소원을, 어렸을 때 비는 아이일수록 정말로 커서 그런 사람이 되는 경향이 많더라구요. 이는 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줘서라기보다(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성장 과정 내내 그 아이한테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성경을 잘못 읽은 거야. 그게 아니라면 상식도 지혜도 없는 거지."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담배는? 주사는? 약은? 이런 명사들은 비극일까요 아니면 희극일까요? 어떤 맥락에서 보느냐로 결론이 크게 달라짐은 자명합니다. "지금도 폐결핵인데, 균을 술로 죽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한때나마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고, 지금은 코로나라는 새로운 강적을 맞아 백신도 마음 못 놓고 맞는 고충이 있습니다. 균을 술로 죽인다니, 완전히 삶을 포기한 인생이라야 이런 자가당착 합리화를 시도할 수 있겠지요. 


"이제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냥 지나갑니다." 어쩌면 안일과 퇴폐와 무기력의 극한을 달려야 이런 표백이 가능할 듯도 합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고, 혹은 환희에 가득차게하고, 때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성격의 결함을 완전히 잊게 할 수 있는 체험은 어떤 것일까요? 이런 것만 절묘히 추출할 수 있어도 어차피 고해라는 인생 크게 마음 쓰며 시간을 지낼 일은 없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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