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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심리 도감 - 색이 지닌 힘으로 사람의 심리를 간파한다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색과 인간 심리 사이에는 오래 전부터 미묘한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불교에서도 그 심오한 가르침의 정수를 "색즉시공"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을 시도했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서양 문학에서는 "그것을 보게 해 주는 빛을 내려 주신 신에게 감사" 등의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이는데, 빛을 분해하면 각각의 색이 나옵니다. 이처럼 빛, 그리고 색은 사람이 사물을 파악하는 매개 중 하나이며 우리가 (불완전한) 눈과 뇌를 통해 그리 파악할 뿐 사실 사물의 참모습이 뭔지는 모르지만 여튼 근삿값으로 저런 색을 지녔겠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더 완전한 생명체의 시각(그런 게 있다면)으로는 지금의 사물들이 또 어찌 보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책은 주로 마케팅, 광고업, 기타 시각적 디자인을 중시해야 할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곁에 두고 수시로 참조하면 좋을 그런 내용들로 꾸려졌습니다. 아마 원 저자가 일본 전문가들 같은데, 일본은 2차 대전 후 산업과 경제를 부흥시키면서 그간 많은 성공을 거두었고 성과를 꽤 축적시켰습니다. 그 중 광고와 디자인, 색채 관련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물 중 하나가 이 책 같습니다. 내가 어떤 효과를 대중 상대로 어필하려 드는데, 일단 광고에서 셰이프도 셰이프지만 가장 간략하게는 색, 컬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자가 채 안 들어갈 공간에도 색은 배치할 수가 있습니다. 과거 간호사들은 흰색 유니폼으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표시했고 지금도 의사들은 그리합니다. 또 경찰 역시 거의 만국 공통으로 현장 업무에서 특정 색을 착용합니다.
비즈니스 영역은 더욱 미묘한 심리가 색에 반영됩니다. 물론 우리들도 일을 하다 보면, 또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라 해도 하다못해 광고만 줄창 보는 입장이라 해도, 어느 색이 무슨 상황, 무슨 메시지와 연관이 있겠다 정도는 감을 잡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드물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해도 자신의 업무를 볼 때 수시로 참조를 필요는 항상 있다시피합니다. 하다못해 ppt나 기안 올릴 때조차 과연 색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 우리 자신도 모르고 지나가는 색 연관 심리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이 필요합니다.
p60이하에는 "좋아하는 색과 성격"에 대한 여러 설명이 나옵니다. 조금만 인용해 보면 "진한 분홍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적 교양도가 높고...." 등 설명이 자세합니다. 한 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격 분석 사항이 제법 많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짙한분홍과 밝은분홍, 그리고 빨강에 대한 설명이 다 분리 제시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건 아닙니다만 업계의 노하우 정도로만 여겨도 실무에 도움이 많이 되지 않겠습니까? 읽어 보면 상식선에서 납득도 되고, 또 많은 현업 종사자들이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이 선상에서 일을 진행한다면 그게 곧 진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p56에서는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색"과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물론 실제로 우리가 출근길에 "나는 지금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중"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 이런 의상을 걸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선택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소양을 넓혀(...) 아 저 어두운 색 옷을 입으신 분은 지금 이런 생각이신가 보다 하고 바로 메시지를 접수했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혹은, 내가 지금 어떤 광고 초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스트레스에 민감한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상품이라면 모델한테 이런 옷을 입히고 특정 상황 속에 넣을 수 있겠지요.
원론적인 설명도 있습니다. 주로 책 초반에 나오는데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배웠던 명도, 채도 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개념상으로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만, 막상 이걸 실무에 적용해 보라고 하면 못하는 사람이 또 대부분입니다. 이 책이 진짜 좋은 점은, 원론 다음에 "이 색은 이런 메시지를 담았어요!"라며 바로 실전 설명이 나오니까, 그제서야 아 우리가 전에 배웠던 채도 명도 색상이 실제 일에서는 이렇게 적용이 되는구나 하고 참 때늦은 깨달음이 온다는 거죠. 미대에서 정식으로 이론 안 배운 저 같은 독자는 최소한 그랬네요.
미술 이론뿐 아니라 이 책 제목이 "색채 심리 도감"인 만큼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사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심리 이야기입니다. 물론 심리학과에서 배우는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마케팅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레벨의 내용들입니다. 감정, 감각, 판단, 심지어 색은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피부에 근육 등에 영향 끼치는 색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위 위 문단에 적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 항목도, 색이 감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 내용 일부입니다.
제 눈이 이상한 건지 이 책에서 제시한 청록색(p65 등)은 제 눈에는 짙은 파랑으로 보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배운 청록은 이것보다는 더 그린에 가까웠는데... 하긴 우리가 일상에서 부르는 색이 엄밀히 정의된 채 그리 불리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또 이 책에서 말하는 파랑은 괄호 안에 "시안(cyan)"이라고 더 특정화합니다.
위위위 문단에서 신체도 색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책 내용을 인용했는데 p104 등에 "피부의 광감각"이라고 해서 정말로 물리적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자세히 가르쳐집니다. 단백질의 일종인 옵신이 피부에 분포하여 감광 작용한다는 설명이 있는데, "아직 과학적으로 세밀히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설명도 붙어 있습니다. 또 근육 긴장도를 표시하는 라이트 토너스 값에 대한 설명도 이어집니다. p168에는 추체의 기능을 설명하며 퍼킨제 효과가 자세히 나오는데 역시 유익합니다. p148의 먼셀 표색계는 이제 뭐 상식이죠. 정말 이 정도는 실무에서도 알아 둬야 합니다. p164에는 항상성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일을 떠나 그저 흥미를 위해서도 잘 읽히는 대목입니다.
역시 원론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대비효과, 시인성, 유목성, 식별성, 가독성 등이 나옵니다. 정말 이런 내용은 전공자 아니라도, 아니 오히려 아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반드시반드시 알아둬야 하겠습니다. p134에 나오듯이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색은 과학"인 것입니다. 색은 그러나 인간의 인식에 좌우되는 하나의 편의, 혹은 환상이라고 해도 됩니다. 항상성이란 게 뭐겠습니까. 분명 환경이 달라졌으니 색도 달라 보이는 게 정상인데 인간의 뇌는 종전의 정보를 잊지 않고 어느 정도는 대상의 색을 동일하게 인식합니다. 색은 매우 "인간적"이므로 이런 일관성이 유지되는 거죠. 색과 인간 심리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 이 정도가 아니라, 색이 곧 인간 심리였던 겁니다. 이 책을 읽고 새삼 확인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