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임팩트
이주선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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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란, 참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 양가 감정을 유발하는 존재입니다. 아주 예전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미래 인류의 모든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마치 사악한 신과도 같은 스카이넷이라는 시스템이 고유의 의지를 갖고 군림하던 모습이 아마 가장 널리 퍼진 AI의 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때도 관전자들은 그 가공할 만한 랜선 너머의 대국자를 그저 게임기로 보질 않았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기술적, 인문적 연구가 열심히 이뤄진다고 하며, 우리 나라 역시 2000년대 초의 IT 혁명 당시 주류 트렌드를 잘 타며 크게 성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는 듯합니다. 일반인들도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과 사회 구조가 크게 뒤바뀔 거에 대비하여 AI가 무엇인지 잘 알아 둬야 미래에 생존이 가능하겠으므로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으로 이를 바라봅니다. 


책에서는 공간을 좌표로 해석하는 방법을 최초로 만든 르네 데카르트가 제시한 "인간은 생각과 경험을 쌓았으며 뇌라는 태엽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라는 관점을 AI 태동의 기초로 평가합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또 앨런 튜링 등 컴퓨터의 개념과 실제 기능의 초석을 놓은 선구자들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도 기호학을 깊이 연구한 학자들이 일찍부터 이를 인지과학으로 확장하고 여러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의외로 그 발달 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책에서도 몇 번씩이나 "그저 비싼 장난감"이란 혹평을 받으며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가 끊긴 역사를 거론합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회의어린 눈으로 인공지능의 장래를 어둡게 보거나 현란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후려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알파고 시리즈가 바둑이라는 게임에 특화되었다면, 알파제로는 2인용 보드게임 모두를 할 수 있으므로 범용 인공지능 개념에 한 걸음 더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p71)" 이 외에도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경연대회에서 3차원 접힘 구조를 사람 전문가 모두를 따돌리고 압도적 성능을 과시한 알파폴드를 3년 전에 선보였다고 합니다(좀 뒤인 p120에도 다시 언급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역시 완전정보 하의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사람처럼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의 의사 결정에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도 잘 적응하는, 완전한 인공지능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걸 잘 해 내는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가 대견해 보이기도 합니다. 또 현재 AI의 발달상이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정보를, 관련 전공자들이 잘 파악하고 대비해야 할 듯합니다. 이제는 머리만 좋아서는 자기 분야엑서 대박을 칠 수 없고, 나만의 보조 도구로 AI 시스템 하나를 나의 작업에 최적화하여 항시 활용할 줄 알아야 할 듯하네요.


사실 전통적인 전산 시스템에 대한 이해, 즉 창조주 같은 프로그래머가 모든 상황을 감안하고 설계도를 깔아 준 후 사고 과정을 계산으로 치환한 컴퓨터가 연산을 대신 행해 준다는 식의 개념으로는, 기계에게 학습을 시켜 방대한 데이터를 주입하고 기계가 알아서 알고리즘을 만들어 결과를 내어 놓는다는 게 아직은 꽤 낯선 개념입니다.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레이블된 데이터 세트가 이산적인 경우에는 분류, 연속적인 경우에는 회귀, 그리고 인공 신경망 학습 기술의 핵심인 역전파(p93)" 이 셋을 책에서는 간단히 거론합니다. 레이블된 데이터 세트를 통해 레이블 되지 않은 데이터를 유형 구별하는 기술! 이를 통해 컴퓨터는 기존의 단차원 연산이 아니라 비로소 사람처럼 복합적인 판단과 가치 부여를 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입니다. 


반면 비지도학습이라는 것도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레이블 안 된 데이터를 학습해서 데이터 안에 내재한 구조를 추출하게 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차원축소, 군집화, 패턴 규칙 인식 등이 있는데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인 딥페이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하는군요(p95). 이후 책에서는 비선형 방정식도 해결 할 수 있는 다층 퍼셉트론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이어가며, 과적합 현상, 시간 복잡성, 경사 소멸 문제 등 여전히 이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슈를 독자들에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만 애초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체 최솟값이 아니라 여전히 국지적 최솟값만을 구할 뿐인 한계도 여전한 듯합니다. 우리도 중3때 이미 2차함수의 최솟값을 구합니다만 극솟값은 고2 이후 미분을 배우고 나서야 관련 문제를 풀기 시작하죠. 


요즘 주식 투자자들도 꼭 전산이나 전자공학에 소양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화에 끼기 위해서라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GPU가 뭔지 자주 이야기들을 하죠. 근데 이제는 아무리 피상적 지식의 과시적 낭독에 불과하더라도 이 책에 나오는 심층오토인코더, 합성곱사신경망, 심층신뢰망, 순환신경망 등이 뭘 말하는지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예를 들어 CNN 하면 방송국 이름보다 합성곱신경망이 먼저 떠올라아 하겠죠. 가짜 효자가 마을에서 자꾸 칭찬해 주니 어느새 진짜 효자가 되었다는 민담처럼,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려고 어깨너머로 주워 듣고 읊어대던 지식이,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전공서적 뒤져 가며 진짜 공부 좀 하다가 일정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자기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이 분야를 좀 파야 합니다(그래서 저도 이런 대중서부터 읽기 시작하는 거고요). 전공자가 무슨 태어날때부터 손목에 전공분야 찍혀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겠고 말입니다.


아직도 인공지능 분야의 한계는 뚜렷합니다. 책 p117, p135 등에서 거론되듯, AI는 현재 특정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 전문가를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지만, 두루두루 상황에 적응하는 면에서는 1살짜리 아기보다도 못하며 이것을 두고 모라벡의 역설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p141에서는 기억의 기제에 대해 단서지정과 위치지정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하는데 사람은 주로 전자를 이용하므로 볼품없는 성능일 뿐이지만 기계는 후자를 이용하므로 체계적이고 정확한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사실 공부 잘하는 애들일수록 자기 머리에 기억해두는 정보마저도 CAM이 아니라 LAM을 주로 쓰더라구요. 본능적으로, 두뇌가 우수한 애들은 그렇게 하나 봅니다. 그러니 두문자라든가 기타 우스꽝스러운 방법은 주로 공부 못하는 애들이 선호하기 마련이고 말입니다. 전자는 특히 확증 편향의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본질이 아니라 감정적 친근도에 따라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결정). 


사실 우리 어른들도 말 안 듣고 장난만 치는 아이들을 보면 "저거 언제 사람 될꼬?"라며 걱정을 합니다. 그러는 우리들은 대체 언제 어디서 티핑 포인트를 넘어 자기만의 고유한 기억과 감정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요? 학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여 특정 분야 전용에서 번용으로 넘어갈 수 있게 발전시키는 단서를 여기서 찾으려고 합니다. 이런 걸 두고 리버스 엔지니어링 오브 마인드, 즉 정신역공학이라 부른다고 하네요(p153).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가장 관심 있는 건 인공지능이 현재의 직업이라든가 뭘 생산하는 방식, 사회가 작동하는 기제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적응할지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면 그 혜택을 얼마나 우리가 잘 누리고 더 행복해질지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막상 21세기의 1/5가 지나고 보니 당장 내 직업이 유지나 될지, 살아남으려면 무슨 기능을 배워야할지를 걱정하게 되는 게 역설적입니다. 책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을 설명하며 단순반복노동은 그게 정신적인 것이라도 쉽게 도태, 대체될 것이며, 특히 저숙련과 중숙련 노동은 아주 낮은 수준에서 임금이 정해질 것이라고 합니다(p202). 


p216에서 거론하는 노드하우스는 폴 새뮤얼슨의 수제자죠. 이 사람은 "향후 수십년 혹은 금세기 안에 인공지능이 가속화한 혁신으로 어떤 특이점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함"을 "경제학적으로는 최초로" 보여 낸 업적이 있다고 합니다. 여튼 요즘은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인데, 발달된 알고리즘은 이런 선택의 문제를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하며(p235) 이것이 분명 소비 촉진에 기여하는 바 있겠습니다. 또 1990년대 WTO 체제가 만들어지고부터 분업화, 오프쇼어링, 아웃소싱을 주축으로 하는 세계화가 촉진되었지만, 이제는 정반대로 데이터 중심의 경제가 본격 발전하고부터 자국우선주의가 대두하며, 또 AI 덕분에 기존 개발도상국들의 노동집약비교우위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구태여 가격이 싼 중국산을 쓸 이유가 없으며 미국도 자국산 제품으로 충분히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죠. 과거에는 관세장벽, 블럭화가 세계적 재앙을 불렀다면, 현재는 자국 일자리 창출을 기하고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보호 무역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AI는 심지어 국제 정세의 근본적 변화마저초래한다는 것이니 우리들도 남의 일, 전공자만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가 없습니다. 배워야 살아 남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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