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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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세상은 다채로운 빛깔이 한데 모여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단색으로 채워지면 그 세상이 빛을 발하기 힘듭니다. 약육강식의 진화 논리가 지배한다고 하나 실제 세상을 보면 사자, 호랑이 등 맹수만으로 가득한 게 아니고, 다양한 초식 동물들이나 식물, 곤충의 수가 더 많습니다. 세상의 질서는 강자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더 나은 생존의 길이 모색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자녀는 덩달아 셀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준과 알렉스는 물론 대통령의  자녀는 아니지만, 특히 준은 관련 학위가 있기에 각종 저널에 실리는 특정 인물의 동향에 다소 민감(p11)합니다. 이 소설은 실존하는 여러 미디어의 제호가 일상 용어처럼 작품에 등장합니다. 한때는 우리 일반인들도 이런 사항을 잘 알아야 상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평가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대안 미디어가 발달하여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고 사회의 권력도 크게 이동한 상태이죠. 


네타냐후는 얼마 전 실각한 이스라엘의 총리입니다. 이 소설 p79에서는 아직 이 사람이 해당 직을 유지하고 있던 시점임이 드러납니다. 알렉스의 엄마 엘런은 국제 정치의 미묘한 이슈에 대해 제법 명쾌하게 상황을 파악, 정리하여 아들에게 알려 줍니다. 하긴 워낙 이 사람이 오래 집권했기 때문에 특정 세대는 이스라엘 하면 대번에 네타냐후부터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어도 원하던 결과를 미처 얻지 못 할 수 있고, 많은 일은 사람의 힘으로 이뤄 내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아빠는 정치인으로서 아빠가 원하는 삶이 있고, 이 방향성이라는 게 나머지 가족들과 안 맞기도 하죠. 그래도 알렉스는 제법 이해심을 발휘하여 당시의 상황을 이해(p112)하려 듭니다. 준 역시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에는 생각지도 않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의 자제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 중 헨리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왕족이며, 동시에 게이이기도 합니다. 그는 p165에서 알렉스에게 키스하려 드는데, 그러면서도 "네가 혹시 날 죽이려 들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럴 만합니다. 


p230에서는 분위기에 알맞게 퀸의 <돈 스탑 미 나우>가 나옵니다.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자였는데, 그의 보컬 실력은 물론 불세출의 것이지만 예전 사람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잊을 만도 하건만 몇 년 전 어느 영화 때문에 젊은 세대도 다시 다 아는 이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p301에는 애니스 송이 언급되네요. 이 노래는 들으면 한국 사람들도 다 알만한 아주 유명한 노래입니다. 존 덴버가 불렀는데 이 사람은 물론 헤테로이며 성소수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헨리는 알렉스의 입술을 노리는데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합니다. 


이 소설은 젊은 감각이 물씬 배어나며 소설의 형식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다양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그만큼 다양한 감성과 가치를 소화해야 하며, 우리가 하는 일도, 어떤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마음가짐 없이는 유지해 나가기가 그만큼 힘들어짐을 실감하는 요즘이죠. 정치나 일상이 젠더 이슈와 함께 어떻게 엮이며 어떻게 복잡해지거나 단순히 해법을 찾는지 유머러스하게 확인 가능한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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