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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소리쳐! - 세상을 바꾸려는 십대들의 명연설문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1
아도라 스비탁 지음, 카밀라 핀헤이로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참 멋진 책입니다.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존 F 케네디라든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라든가, 마더 테레사라든가, 이런 성인(成人)들의 연설을 모은 책은 여러 권 읽고 자랍니다. 그런데 나이가 비교적 어린 유명 인사들의 연설은 그리 자주 접한 적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에는 물론 위대한 어른들의 발자취도 눈여겨 보고 따라 밟을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만, 같은 또래, 혹은 몇 살 위인 언니 오빠들의 종적과 행동, 개성, 생각 등을 목표로 삼고 따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보다 더 배울 게 많지도 않을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은 그렇게나 열을 올려 가며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말입니다.
이 책은 모두 45인의 청소년 혹은 청년들의 연설을 담았습니다. 남들과 달리 이른 나이에 세상에 대한 눈을 뜨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며 모순과 병폐를 지적하는 건, 여느 연예인이나 스포츠 아이돌보다 더 멋지고 더 성숙하며 많은 수련과 사고 과정을 거쳐야 보일 수 있는 행동이고 성과입니다. 그러니 이런 젊은(혹은 어린) 사자들, 연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행동을 살피는 건 특히 청소년기에만 쌓을 수 있는 체험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들 중에는 연설을 행할 당시 청소년이었으나 지금은 성년에 도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우테즈칼 마르티네즈라는 이름을 들어 본 분 있을까요? 저는 처음 듣는데 원주민 출신(첵에 있는 대로 옮기겠습니다) 기후 운동가이며 현재 나이는 22세라고 합니다. 그는 행동에 나설 뿐 아니라 적성을 살려 대중 앞에 퍼포먼스를 펼치는 힙합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그는 원주민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그러면서도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처럼 세상의 어두운 면을 향해 과감하게 No!라고 외치자고 청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또래 친구들이 많이 망설이고 확신 없이 방황할 줄 알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기 죽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청소년다운 이런 소탈한 면이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툰베리가 나옵니다. 그녀가 앓는 병은 여럿이라고 나오는데 자폐 말고도 선택적 함구증이 있다고 합니다. 병자가 아니고 어른인데도 이러는 사람이 제 주변에 있어서 아주 미칠 것 같습니다. 여튼 그녀의 언사는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정말 "벼락 같이 퍼붓습니다."
벨기에에 큰 도시 중 하나로 앤트워프가 있죠. 툰베리의 연설을 듣고 아누나 데 베버라는 소녀는 자신도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책에 그 연도가 명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아마 2019년 즈음에 큰 시위가 저 도시에서 있었나 봅니다. 세계적으로 당시 화제가 되었던 듯한데 한국에서는 크게 뉴스화하지는 않았죠. 책에 언급되는 조크 쇼브리즈 장관은 50대 여성인데 문제의 발언은 제가 위키백과에 찾아 보니 앤트워프 시위보다는 브뤼셀에서 열린 75,000명의 시위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여튼 이런 말은 장관이자 정치인으로서 신중했어야 했습니다.
십대인데도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통해 세상에 이바지하고 동시에 대중(청소년 포함)에 행동을 촉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에머 히키, 시아라 저지, 이 두 명은 "겨우 열 네 살의 나이에" 뿌리혹박테리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작물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있다는 결과를 밝혀 냈습니다. 사람은 일단 식량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다음 단계로서 자유를 논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또래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말합니다. "누구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행동으로 옮기세요!"
크르틴 니띠야난담은 2000년생입니다. 15세의 나이에 그는 알츠한이머를 조기 진단하는 테스트를 출품해서 상금도 받고 해당 분야의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아무리 재능이라는 게 어린 나이에 결실을 맺기도 한다지만 생각해도 생각해도 놀랍기만 합니다. 그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학은 나이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하는 것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고 큰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16세의 소년 이스턴 라샤펠은 3D 프린터로 로봇 팔을 만들어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도움을 받은 이들 중에는 일곱 살 어린 소녀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세상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기여하는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영웅으로 존경하고 감사해야 할 분들입니다. 그 나이에 무관하게 말이죠.
케네스 시노즈카(성씨도 그렇고 책의 일러스트로 보아 일본계인 듯합니다)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치매로 고생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양말에 센서를 달고 치매 환자가 밖으로 혹 나가기라도 하면 바로 간병인에게 통지가 되는 장치를 만들었죠. 사소해 보이지만 구글 과학 경진대회 등의 행사에서 그는 큰 주목과 갈채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장 이 장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편의와 희망을 안겨 줬기 때문이죠. 우리의 불편을 덜어 주고 삶에 의지가 되는 이런 소중한 공헌을 남기는 분들에게 마땅히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나이가 어린 이들에게서 이런 멋진 작품과 기여가 행해진다는 게 더욱감탄스럽네요.
좀 예전의 사례도 나옵니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지만 1960년대에는 지성과 자유의 전당, 상아탑이라 일컬어지는 대학에서도 여러 부조리와 차별, 지나친 제약이 횡행했습니다. 이때 마리오 사비오를 비롯 일단의 대학생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과도하게 정치적 자유를 캠퍼스에서 제한하는 대학 당국의 조치에 대해 과감하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1964년에 절정을 이룬 FSM, 즉 자유언론운동인데 이때의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지금은 (때로는 도에 지나치게) 자유를 누립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는 이처럼 과거의 투쟁을 통해 오로지 대의를 위해 몸바친 소중한 족적이 있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엉뚱한 자가 공적만 가로채려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우리가 이름을 잘 아는 행동가입니다. 그녀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 아직 어린 소녀였는데 지금은 꽤 성숙했죠. 이 책에는 2015년 당시 그녀가 UN 총회에서 행한 연설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 용감한 자매 살람과 모든 난민 어린이들에게, 전쟁이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가지 못할 거라고 약속해 주세요." 그녀의 외침입니다.
p196에는 자유를 찾아 압제로부터 탈출한 조셉 킴이라는 청년도 나옵니다. 그가 탈북을 감행하게 된 건 딱히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희망은 온전히 개인적인 것이니, 누가 만들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어 내라"고 그는 말합니다.
마야 S 펜은 어렸을 때 사업을 시작하여 큰 돈을 번 사업가입니다. 의류 회사의 대표이자 영화 제작에까지 손을 대는 대단한 역량과 성과를 자랑합니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그녀는 다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마인드가 아닙니다.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인 여성 청소년들을 위해서도 뜻 깊은 행사를 자주 주관합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의류품은 100% 친환경적입니다. "나는 강하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멋지다. 나는 내면과 외면이 모두 아릅답다. 나는 다른 소녀들을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젊은 영웅들이 우리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희망을 잃지 말며, 자신의 진짜 가능성을 찾아 꽃 피우라는 거죠. 청소년기는 질풍 노도의 시기입니다. 무엇을 찾아 배우고 따라하려 해도 마땅한 롤모델을 찾기 힘듭니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미래상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게 이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