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십대를 위한 작은 습관의 힘
장근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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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녀가 훌륭한 인물이 되기 바랍니다. 버젓한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남들한테 존경을 받거나, 빼어난 기술과 지식, 어떤 원리를 발견하는 창의적 인물이 되거나...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도 이를 갈고 닦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재능에 알맞은 훈련 과정을 겪으려면 몸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십대들이 딱히 어른에 비해 게으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부지런한 면도 있죠. 그런데 십대때는 아직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성이 절실하지 않고 이런 것보다는 딴짓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으니 어른들이 보기에 "게으른" 것이죠. 여튼 버릇만 잘 들이면 훨씬 큰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십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뇌가 좋아하는 습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들도 그렇지만 우리의 뇌 역시 좋아하는 습관, 그렇지 않아서 뒤로 밀려나는 습관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뇌가 원하는 게 서로 다르다니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사실 우리도 다 아는 바입니다. 내가 내 마음같지 않다는 것, 행동, 욕구, 당위를 관장하는 기제가 다 달라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일이 매우 잦다는 것. 


저자는 "우리의 뇌가 게으른 녀석"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이 점을 알고 노력이라도 하지만, 십대들은 그걸 모르고 게으른 (자신의) 뇌가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애들이 게으르다"라고 지레 단정을 해 버리는 거죠. 사실 게으른 건 사람(어른이든 애들이든)이 아니라 "뇌"입니다. 여기서 "뇌"가 대체 뭘 뜻하는 건지 먼저 정리하자면, 저자는 "내장이나 호흡기관을 움직이기,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해석하기, 걷거나 달리면서 균형 잡기" 등을 하는 기관이 바로 "뇌"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니 "아 내가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에서 시킨 일을 해야 하는데" 라며 나 자신을 다그치고 통제하려 드는 정신, 초자아, 자아 등을 가리키는 말이 (이 책에서는) 아니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순수하게 자연과학적 의미에서 신경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이 뭐가 되었든 간에 얘를 잘 길들여야 애들이든 우리 자신이든 "안 게을러지고 원하던 일을 제때 잘 해 낼 수" 있겠습니다. 


"갈망이 행동을 유발한다." 우리의 뇌는 이유, 동기,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것을 갈망해야 행동을 유발하게 합니다. 이것은 애들 같으면 또래 집단에서 뭐가 유행이다, 이런 게 가장 큰 갈망의 생성 이유겠죠.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주식해서 코인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하면 나도 해야지 같은 갈망이 생깁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보상"이 안 생기더라, 이려면 이 갈망은 일회성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습관"으로 바뀌질 않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제임스 클리어의 주장을 인용하며 단서→갈망→습관→보상→단서의 순환이 잘 이뤄지는 게 핵심이라고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특정행동을 막기 위해 부모가 애한테 겁을 준다, 그래서 아이가 행동을 한다, 상황이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상황을 마무리하는 행동은 한 번이면 되는데(세수, 옷매무새 정리, 문단속, 마지막으로 재검토), 이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강박"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뇌가 겁을 먹어서 쪼그라든 탓에, 침착성을 잃고, 두려움을 그저 없애기 위해서 반복하는 것이며 심하면 정신과에 가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론 필요도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게 문제이지, 과업이 중요하고 난도가 높으면 몇 번을 재검토해도 무방하며 오히려 결과에 유익합니다.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가 자신의 열등감을 무마하기 위해 잘하는 사람더러 "강박" 타령을 하는 건 정말 한심하죠. 


여튼 저자는 이런 말로 1장을 마무리 짓는데요, "두려움을 채찍질하는 건 오히려 진짜 답에서 멀어지는 것이다(p52)." 애들한테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끊기 위해 다그치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 어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바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이 정도야 뭐" 하며 혼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애들은 안 그럴 수도 있고 평생 트라우마로 남거나 이상한 강박이 생길 수도 있죠.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이 말은, 지금 이 책은 10대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 독자에게 가르치는 책이지만, 그런 맥락을 떠나서도 중요합니다. 생각은 그저 생각에 머물 뿐 우리들을 전혀 실제로 바꿔주는 바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도 처음부터 "뇌"와 "우리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고 논의를 전개하지 않습니까? "나는 이렇게 진심을 다해서 말하는데 왜 너희들은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니?" 아무리 친구들에게 호소해도 이 사람의 전적을 알기 때문에 말이 씨가 안 먹힙니다. 이게 지금 이 책에 실제 나오는 예입니다. 다들 이런 사람 예를 하나 정도는 보았지 않습니까? 어른도 이러한데 하물며 애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도 오늘은 뭘 해야지 라며 몇 번이고 결심하지만 작심삼일입니다. 무엇이 나에게 이로운지 이론적으로 감성적으로 100% 납득하는데 실천에 옮기지를 못하며, 에휴 나는 그저 이렇게 생겨먹었나 보지 하며 나중에는 자포자기합니다. 이러니 발전이 없는 것입니다. 십대도 십대이지만 저는 어른들 역시 이 책을 보고 똑같은 방법으로 습관 교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오히려 중학생 고등학생들 보는 책을 보고 겸허한 마음으로 공부를 새로 시작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애들 책이 쉽게 쓰였다는 장점도 있겠고 말입니다. 


"동기는 감정이고 감정은 (곧) 변덕이다" 진짜 맞는 말입니다. 누구한테나 동기는 생기며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 한 번 안 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도 행동에는 안 옮겨집니다. 이게 그저 감정에만 머물고, 그건 정말로 변덕스러워서 행동으로 굳기 힘들고 따라서 결과가 성과가 안 나옵니다. 앞에서 말한 순환체계를 제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긍정적인 행동 습관"이 감정 중에서도 가장 "변동성이 적은" 감정을 채워 주는데, 그 감정이 바로 "자신감"이라고 합니다. 자신감은 쉽게 치솟지도 않고, 한번 근거가 있게 마련된 자신감은 쉽게 죽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순환체계와 자신감! 이 둘을 통해서만 우리는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p75)."


저자는 마크 그리피스 박사의 이론을 인용하며, 나쁜 습관이 그저 나쁜 습관에 그치지 않고 아주 심각한 수준까지 왔을 때 나타나는 게 행동 중독(p108)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진짜 만족감이 뭔지를 몰라서, 순간의 공허감을 그저 채우기 위해서 이런 행동 중독에 빠진다고 하네요.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대충 하는 습관, 스마트폰 중독, 늦잠 자고 늦게 일어나기" 이런 것들을 책에서 예시하며, "대부분은 이런 행동이 자신도 잘못임을 알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런 건 즉시, 마음 먹은 즉시,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서 내 몸에서 끊어내지 않으면 인생 전체를 망칩니다. 


그렇다고 무모한 싸움에 도전하여 거창하게 패배한 후 자신감도 상실하고 "역시 난 안 돼" 같은 패배감만 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길 수 있는 싸움 작은 것 여러 개를 골라 이긴 후 그 결과 좋은 것을 몸에 습관으로 붙이고 더 큰 싸움(힘들지만 좋은 습관 길들이기, 아주 나쁜 습관 끊어내기)을 준비하자는 겁니다.


책에서는 이런 예도 듭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기는 싸움만 하는 기회주의자였다" 물론 민족의 성웅에 대한 폄하나 모독이 아니라, 오히려 저렇게 영리하셨기 때문에 더 위대하셨다는 겁니다. 11배나 병력이 더 많은 명량은 그럼 어떻게 된 건가? 우리는 가망없었겠다고 여기지만, 그분 눈에는 이 싸움이 충분히 이길 가망이 있다고 보여서 그렇게 한 것이고 또 실제로 이긴 것입니다. 사실 이길 가망이 없는 싸움을 하면 부하들부터 제 목숨 살려고 다 도망갑니다. 이분 시키는 대로 하면 이기겠다는 확신이 있었으니 휘하 장졸들도 일심동체로 싸운 거죠. 반대로 가등(=가토)의 목을 베어 오라는 명령은 임금이 시켰는데도 안 따랐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왜 가망 없는 전투에 아까운 화력, 병력을 낭비하겠습니까? 우리도 성웅이신 이 충무공처럼 이기는 싸움을 해야지, 빤히 지는 싸움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에서는 우리도 잘 아는 스키너 박사의 이론을 인용하며 "보상을 주되, 자주가 아닌 드물게, 또 나중이 아닌 즉시, 보상을 주게 하라"고 합니다. 시간적/공간적 인접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아니면 행동과 보상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서 습관화가 어렵습니다. 또 드물게 줘야 하는데, 이건 예를 들어 저 스키너 박사의 실험에서 쥐한테 레버를 매번 누를 때마다 보상을 주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행동을 안 한다고 합니다. 배가 고플 때쯤 맞춰서 줘야 지속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죠. 우리가 스포츠 선수들의 나태하고 성의 없는 플레이를 볼 때마다 "저 새x 이제 배가 불렀구만!" 하고 욕을 하는 걸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워크에식이 뛰어난 선수들도 많고 인터뷰에서 그게 팍팍 느껴지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제 롯데 손아섭 선수처럼 말입니다.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해서는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눈 똑바로 맞추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하다못해 식당에서 서빙하는 분들에게도 "꼭 눈을 맞추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 독자들도 다 짐작하지만 아예 눈을 안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둘이 눈을 마주치면 거의 반드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고 하네요. 심지어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혹 누구한테 맞을 때 한번 때리는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라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더 맞을 수도 있지만(ㅋ)"... 저는 예전에, 음, 좀 끔찍한 이야기지만 청나라 때 능지처참을 행하는 형리가, 당하는 죄수의 눈꺼풀을 얇게 잘라(이것도 끔찍하지만) 눈을 덮는 게 관례였다고 하는데 이유는 형리 자신이 죄수의 눈을 보면 차마 형을 집행할 마음이 안 들어서였다고 합니다(이 역시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물론 눈만 맞춘다고 다가 아니라 예를 들어 나이 드신 분들에게 아이컨택한답시고 눈을 빤히 보면 무례하다고 혼 날 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서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하고, 혼자 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 되며, 매사에 너무 기대를 크게 갖지 말며, 수업 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하는 게 이후에 이중으로 시간을 쓰지 않는 비결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합니다. 실패하는 사람의 특징은 항상 거창하게 결심하고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운 후 쉽게 포기하고 쉽게 타협합니다. 집요하게 결심하고 작은 것부터 성취하며 나 자신을 여튼 좋게 좋게 바꿔 보려는 사람이 진정 인생을 아름답게 가꿔 나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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