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긍정주의자 선언 -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답게 살기를 원하는 당신에게
우희경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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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생각하면 가장 예뻐야 할 20대에 너무 궁색했나 싶기도 하다... 젊은 아가씨가 재테크를 한다고 돈을 아끼면서 살다 보니 남편 잘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 수시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소신을 지켜야 했다.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내가 쥐고 싶었으므로(p49)."


나는 돈 한 푼 아끼겠다고 이처럼이나 아둥바둥 궁상떨면서 사는데 어떤 친구들은 보다 쉽게 사는 방법을 택해서 온갖 명품 다 걸치고 젊은 시절 누려야 할 호사를 다 누리는 걸 보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당연히 들 것입니다. 게다가 저자께서는 당시 항공사에서 일했으며 주로 부유층을 상대하는 업무였다고 합니다. 이때 저자는 놀랍게도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명품백 드는 사람보다는 내가 명품이 되어야지."


이런 말이라는 게, 떠올리기도 쉽고 듣기도 쉽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기는 정말 힘듭니다. 별 힘 안 들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위신을 부리고,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더 풍족한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나 혼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의 노력 덕분에, 나중에 경력단절이 되었을 때 나에게 투자할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 이 소중한 돈으로 직장을 그만두고도 계속 나에게 투자하며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난 처음부터 돈 걱정 안 시키는 남자와 결혼했기에, 애초에 취업할 필요도 없었고 따라서 경력단절 같은 걸 걱정 안했으며 지금도 풍요롭게 잘 산다. 머리아프게 뭘 공부할 필요도 없고 돈 잘 쓰며 행복하게 잘 산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죠. 사람이 누구한테도 그 자유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남에게 피해 안 주는 범위 안에서)을 펼쳐 나가며 내 삶을 내 뜻대로 펼쳐 나가는 삶이야말로 그 인생을 가치있게 만듭니다. 매 순간이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궈 나가는 삶은, 그 주인공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게 만듭니다. 풍족한 삶을 살아도 노예로 사는 삶, 무엇에 질질 끌려가는 삶은 이미 그 인상에 좋지 못한 흔적을 남깁니다. 아무리 비싸게 꾸미고 다녀도 "저 여성은 자기 삶을 사는 분이 아니구나" 같은 느낌은 누구라도 받게 마련이죠. 면전에서는 돈 몇 푼 더 뽑아내느라 다들 좋은 대접을 해 주겠지만 말입니다. 


"생계형"이라는 말 뜻에 대해 이 책 표지에서는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함"이라 정의합니다. 이 책 1장 맨처음에 나오는 부잣집 훈이가 부러웠다는 회고, 맨날 계란 후라이만 먹어서 생각보다 키가 안 커서 속상했다는 이야기 등을 독자로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훈이도 그렇지만, 돈은 정말 있다가도 없는 것이어서, 사업은 한번 망하면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어려운 사람이 계속 어렵게 사는 건 물론 재미도 없고 죽을 맛이겠지만, 잘살던 사람이 망하게 되면 바뀐 삶에의 적응 자체가 어렵습니다. 키가 안 크는 건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기초적인 영양 자체가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남들보다 뭘 못 먹어서 키가 안 크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계란에 얼마나 많은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습니까? 균형 잡힌 영양은 신장(身長)보다는 건강과 체질에 영향을 주겠죠. 그보다는 독자로서 제 주변의 경험을 보면 "무엇인가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건 집안의 경제 형편과는 무관하죠. 


"부러우면 지는 거다." 독자인 제 생각에는, 아니 마음이 이미 부러운데 그걸 어쩌겠습니까. 내가 정직하게 저 사람이 부럽다고 여기는데 그건 뭐 부인할 방법이 없이 부러운 게 맞고, 진 것도 맞죠. 그것보다는 내가 책을 읽든지 뭐 세상 경험(p214)을 좀 쌓든지 해서, 정말로 진심으로 나만의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저 사람은 저런 장점이 있지만 나도 내 나름 좋은 점이 있으니 부럽지 않다"는 확신이 생기고, "안 지는"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 저자님도 "그때는 부러웠는데 나중에 훈이한테 오순도순 사는 게 더 부러웠다는 말을 듣고 그때 가진 것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p21)"고 합니다. 뭐 어렸을 때야 이런 성숙한 생각을 하기가 힘들죠. 그리고 뭐 우리가 안 성숙해도, "암만 돈이 많음 뭐하나, 저렇게 양아치 같이 살면서 아슬아슬해지는 건 하나도 안 부럽다" 이런 생각 들게 하는 사람, 가족도 있지 않습니까. 세상 일이 다 그런 겁니다. 애초에 돈을 가질 자격도 없는 인간들이 나중에 사업도 보면 꼭 망하곤 하는 거죠. 근본이 없고 배운 게 없어서 그런 겁니다. 근본이 없기 때문에 사업도 재기를 못 합니다. 주제도 모르고 과거 잘살때만 계속 생각하니 형편이 어디 나아지겠습니까. 


"명품백 드는 사람보다는 내가 명품이 되어야지."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 말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해서가 아니라, 이 말을 정말 본인이 영혼 레벨에서 각성하셨기에 그처럼 억척같이(20대의 나이에) 돈을 모으셨던 것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2,30대에 안 먹고 안 쓰고 해서 돈 모아 봐야 태어날때부터 금수저인 사람을 못 당합니다. 죽어도 역전 못합니다. 그래도 배부른 돼지처럼 세상사 깊은 이치도 모르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자신의 눈으로 발견 못 해 보고 그저 배만 부른 채 죽는 돼지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삶 아니겠습니까? 부모에게 100억을 물려받아 (별 낭비나 실패 없이) 90억을 세이브하고 죽는 사람보다, 돈 천만으로 시작해서 5천으로 불린 인생이 훨씬 가치 있는 삶입니다. 근데 이걸 책에서 그렇게 읽어서 말로만 머리로만 그리 아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그리 확신을 갖고 그런 삶을 사는 게 보기 드문 겁니다. 그래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p207)인 겁니다. 


"사람은 가끔 나에게로 초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p103)." 이 말을 들으니 저는 과거 버즈의 히트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란 곡이 생각났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아무리 바쁘게 열심히 살아도 가끔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나이가 십대인 줄 알고 연예인 동정 기사에만 정신이 쏠립니다. 허황된 망상에만 젖어 단톡방에서 주워들은 주식이 그저 최고일 줄 알고 상담비 50만원을 겁도 없이 송금하다 고스란히 떼이죠. 물론 그렇게 해서 산 주식은 모두 물려서 반대매매로 다 청산당했습니다. 반면 눈 밝은 사람은 종목 하나를 추천해도 하나하나가 윈픽입니다. 작년 11월에 19,000 하던 게 지금은 7만원이 넘었습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잘 걸으며 사는 삶"을 강조합니다. 저자 본인이 결혼을 잘 했으며 결혼관 자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눈이 뜨였다 생각되니 지인에게도 좋은 사람을 추천(p121)했습니다. 문제는 그 남자가 돌싱이었다는 건데, 친구분은 제법 큰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책에는 그 지인분이 평소에 돌싱도 괜찮다는 말을 해 왔다고 나옵니다만). 저자는 이 점이 지금도 후회된다고 합니다. 자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서 추천해 준 건데... 사회의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돌싱이든 뭐든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이 중요한 건데 말이죠. 근데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그 친구분은 아직도 독신이긴 한데, 대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싱글이 돌싱과 초혼을 하는 것도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면이 있지만, 여성이 계속 독신으로 사는 것도 역시 조직에서는 그리 좋게 보지 않습니다(이게 맞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자신 나름대로 잘 산다는 겁니다. 이 역시 또 좋은 겁니다. 남이 어떻게 보든 말든 화려한 솔로로 잘 사는 것 아닙니까. 취집해서 기도 못 펴고 맨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당연히 이게 나을 수 있죠. 


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전후 피폐해진 프랑스에서 "Non, je ne regrette rien"을 불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p151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적어도 저는 제 인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나 자산을 이해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삶(p250)은 산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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