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의 힘 -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웨스트포인트 리더십 훈련의 비밀
로버트 캐슬런 2세.마이클 매슈스 지음, 오수원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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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승자라고 하면, 정글의 법칙 위를 교묘하게 줄타기하여 최대한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어떤 모습을 대뜸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남을 이용하고, 뒤통수 치고, 말을 바꾸고, 결국 나한테 뭐 이익이 된 거 없지 않느냐며 뻔뻔스럽게도 과거를 부정하고, 이런 사람들이 언제나 승자가 될까요? 그렇다고 여긴다면 오히려 생각이 부족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그 정도로, 자신 혼자만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날뛴다고 트로피를 안겨 주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인성"이라는 덕목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대략 십여 년 전부터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에서 강조되어 온 듯합니다. 물론 한국사회는 고려, 조선 시대 내내 유교 혹은 불교적 덕목을 강조했기에 재승덕박형 인물은 정계나 관계에서 대접 받기 힘들었습니다. 인품이 소인배라는 이유만으로 탄핵된 인물들도 부지기수였죠. 이러던 게, 압축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저 능력이 최고라는 식으로 사회적 합의나 가치가 변질한 게 사실입니다. 인성, 인격, 덕성, 품성 등이 공인(아주 널리 잡아 연예인도 포함하여)에게도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건 의외로 내력이 짧습니다. 


책 3장에서는 "지능"의 문제에 대해 접근합니다. 이 덕목, 혹은 리더십의 한 요소를 왜 다루냐 하면, "인성" 역시 리더의 자격으로서 분석되는 주제이기 때문이죠. 책에서는 지능 외에도 용기, 정의, 인간애, 절제, 초월 등도 함께 논하는데 이 역시 본 독후감에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책에서는 "인성"이 다소 넓게 정의되는 편인데, 아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성은 곧 리더십입니다. 즉 서로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게 이 책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리더의 인성이 조직이 전부(p46)"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인성, 혹은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가 저 여섯 가지, 즉 용기, 정의, 인간애, 절제, 초월 등이라는 거죠.


그럼 지능을 구성하는 요소는 어떤 게 있겠습니까? 로버트 스턴버그의 주장(p83)을 우선 소개하는데 이에는 분석 지능, 창의 지능, 실용 지능의 세 범주, 혹은 하위 유형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저 스턴버그 모형에다가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을 적용, 변형하여 자세한 주장을 이어갑니다. 창의력, 호기심, 개방성, 배움에 대한 애정, 조망 능력 등이, 저자(들)이 지능의 핵심으로 파악한 요소들입니다. 


지능이 낮은 사람은 대개 개방적이지 않고 폐쇄적입니다. 지적 체계는, 혹은 지식이란,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고 부단한 업데이트, 수정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지식이 풍부하고 지적 작용을 활발히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일수록 어떤 폐쇄적 고정적 사고를 싫어합니다. 반면 머리가 나쁠수록, 어떤 과거에 꽂혀서 머리 안에 한번 수용한 부분적 지식을 절대 진리인 양 숭배하고 이에 어긋나는 모든 시도를 적대시, 심지어 불온시합니다. 


배움에 대한 애정을 저자들이 지능 요소로 꼽은 점도 독특합니다. 사실 지식이 오래 머리 속에 보존되고, 혹은 타 분야에 활발히 응용되려면 어떤 감정적 요소가 작용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계산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감정은,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머리 속으로 사고를 할 때 결정적인 동인 노릇을 합니다. 알파고가 얼마나 전력을 많이 잡아먹습니까. 그러나 사람은 가성비를 따졌을 때 훨씬 작은 에너지만으로 그에 버금가는 사고와 전략 수립을 해 냅니다. 그래서 저자는 "배움에 대한 애정" 그 자체를 지능 요소로 파악한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일반적인 IQ 같은 게 그리 높지 않은데도, 특정 주제에 대한 애정만으로 천재들이나 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는 그 사람이 바로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겁니다.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리더들이 한결같이 공유한 덕목이라면 "용기, 배짱"이 있습니다. 마오쩌둥은 행정 능력 면에서는 류사오치에 미치지 못했고, 군사적 능력에서는 펑떠화이, 린뺘오에 비길 바가 못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결정적 순간마다 범인으로서는 품지 못할 대단한 배짱을 발휘했고 결국 이 덕목 하나가 전 중국 인민이 그를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덕목을 거츠(guts), 혹은 그릿이라고 부릅니다. 저자는 용기 역시 세 가지 덕목으로 분석하는데 자유의지, 고귀하거나 가치 있는 목표, 개인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 등입니다. 우선 무슨 미신이나 광신에 홀려 폭주한다거나,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사람이 설치는 건 용기가 아닙니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할 때 용감이란 비꼬는 반어법이지 칭찬이 아니죠. 또 인류 보편의 가치에 반하는 목적이 있다면 이것은 이 책(리더십 혹은 인성 관련)에서 논하는 "용기"가 결코 아닙니다. 또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인생이라거나, 남의 부담으로 일을 벌인다면 이것은 배임 내지 도박 중독 심리이지 절대 용기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리더십으로서의 인성 요소 중 "공감"을 꼽습니다. 애정, 친절, 용서, 감사 등과 함께 리더의 "마음의 힘"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예전 오기(吳起)라는 장수는 전쟁에 임할 때 피부에 종기가 난 병졸의 상처를 입으로 빨아 주는 놀라운 성의를 보여 그 수하의 군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이것이 가공할 만한 위선적 제스처일 수도 있겠으나, 여튼 병사들이 그 장군에 대해 받은 인상은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낮은 곳으로 한껏 내려온 리더"였기에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었죠. 그저 업무능력이나 빈틈없는 전략적 머리만으로 부하의 존경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천성적으로, 나를 제 몸처럼 챙겨 주는 리더를 따를 수밖에요. 또,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저런 성의를 보이는데 나도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해 주고 싶습니다. 


책에서는 또한 신뢰를 중시합니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은 이미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신뢰를 잃은 조직으로 책에서는 고펀드미(퇴역군인을 위한 모금 사기), 미국 가톨릭 교회(미성년자 성추문), 미시건주립대의 의학 주치의(역시 미성년자 성범죄) 등을 예로 듭니다. 패트릭 스위니는 신뢰의 3C를 드는데, 컴피턴스, 캐릭터(인성, 인격), 케어링(배려)라고 합니다(p131). 저자는 이에 더하여 네번째 C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p135)을 듭니다. 


여기까지 책은 리더 개인의 인성과 덕목을 논했습니다. 2부부터는 "집단 인성"을 논합니다. 물론 집단에서 그 지도자의 품성이나 인격, 능력은 외부 대중에 대해서나 내부 성원을 향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이미지 대부분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조직의 성공은 그 대표자의 성공이 아니라 조직 전체, 나아가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공과 자질 향상을 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집단 인성"의 논의가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2부 6장에서는 앞에서 논의돤 3C를 다시 짚는데 존슨앤존슨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네요. 미국 자계서나 조직이론 대중서 중 일류의 책들은 이처럼 저자(들)이 직접 수집하고 연구한 사례가 무척 많이 포함된다는 게 또 장점입니다. 성 토마스 병원이, 경영상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은 사례를 읽어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인성이 나쁜 단 한 사람 때문에 조직이 수십 년 간 애써 쌓아온 평판이 무너지는 예를 책에서 여럿 들고 있습니다. 이런 재앙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감독 기관의 기능 강화, 내부자 고발 시스템 마련, 직원 교육의 내실화 등을 듭니다. 역시 시스템적인 대응책입니다. 근원적인 대응은 역시 리더십 교육을 전 직원에게 두루 거치게 하여 모든 구성원들의 "리더화"를 갖추는 것이며 그 핵심에 "인성 함양"이 있습니다. 그래서 8장에서는 "인성도 진화한다(p220)"는 전제 하에 여러 모범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공감 능력까지 두루 잘 갖춘 리더라고 해도, 역경 앞에서 쉽게 무너지면 이것 역시 곤란합니다. 역경의 결과는 1) 회복 탄력성이 발달하거나 2) 장애가 생거거나(육체적, 정신적) 3) 강인함이 갖춰지거나 4) 성장하거나 입니다. 3)의 경우 밑에서는 "원래 저 사람은 강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4)는 본래 성장형 리더도 있기 마련인데 전장에서 위기를 겪을 때 바지에 대변을 지린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사람을 예로 들 수도 있죠. 


시련이 닥치면 리더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p264). 저자는 1) 훈련, 2) 팀 구축, 3) 기준 공개 및 집행 4) 피드백 제공을 꼽습니다. 어느 경우에도 중요한 건 리더와 팀원의 소통과 신뢰입니다. 또 여기서 명예의 조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덕목은 앞의 3C 외에 헌신(p259, p266)을 꼽습니다. 책에서는 또한 소셜 미디어가 인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걸러지지 않은 정보 유통 과정에서 기인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이 책에서 파악하는 "인성"의 본질과 요소는,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인성 개념과 공통되는 요소도 많지만, 강인한 신념이라든가 유능함이라든가 굽히지 않는 배짱 등 다른 요소도 많습니다. 인성을 갖춘 리더를 선택헤야 할 때, 그저 사람만 좋은 유형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결과를 생각하면 복합적 자질로 인성을 파악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 조직을 더 알차고 생산적으로 가꾸고 싶은 직원 모두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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