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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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추천사(p4)를 보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리 차일드의 말이 나옵니다. 리 차일드는 책좋사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잭 리처>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느낀 감흥은, 이 스릴러의 진수와 본질을 저 리 차일드만큼 몇 마디 말로 잘 요약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확실히 그의 말은 공력 깊은 저자 답게, 소설 내용에 대한 스포가 전혀 없으면서도 작품의 핵심을 꿰뚫는 안목의 산물입니다. 


어떤 사람은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다 쏟아 부어 정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어떤 사람은 그저 태어나 보니 생의 온갖 행운과 축복이 다 제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그럼 전자는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이고, 후자는 그저 비난과 비웃음의 대상이라서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그저 주어진 처지에서 최선의 레이스를 펼치면 생이 주어진 목적은 다 달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인생을 부실하고 안이하게 사는 사람이 욕 먹어야 할 뿐입니다. 


소설에서 AK 47이 발견(p64)되면 일단 독자는 긴장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화기를 마주하게 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소설에는 중국제라고 나오고 실제로 중국 아니라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건 쉽게 제조할 수 있는 화기입니다. 그러나 아득한 기원은 러시아(구 소련)이며 많은 가난한 전사들에게 성능 면에서나 가격 면에서나 큰 도움을 준 친구라고 봐야 하겠죠. 여튼 톰은 우리 독자처럼 이 수상쩍고 운수 불길한 물건을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 들어!'


"케이트가 한 걸음에 두 계단을 올랐다. 473개라는 계단의 숫자는 예전에 베스와 함께 세어 봐서 알 수 있었다.(p124)" 마음이 급할 때에는 아직도 올라야 할 수가 한참 남은 계단의 수만큼 야속한 것이 또 없습니다. 이 장면은 나중에 소설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제법 의미심장한 상징이 숨어 있었음을 독자가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명작 회화를 실제 소유할 만한 재력이 되는 사람뿐 아니라, 그저 일반인이라고 해도 수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인류 전체의 문화재를 감히 훼손할 마음 자체를 품지 못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케이트에게 코너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 알면 아마 놀랄 걸요?(p182)" 정말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인지, 누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이 될 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줄 압니다. 


이상하게도 클로드 모네의 <수련>은 스릴러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이 스릴러 작품에 잠시 언급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고, 아예 작품의 주된 제재로 등장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케이트는 작품을 응시하면서 그 섬세한 색과 음영에 빠져들어갔다(p254)." 여기서 조금만 더 몰입하면 그건 그녀건 스탕달 쇼크를 받는 거죠. 


어느 누군가에게, 다른 누군가를 지킬 만한 "자격" 같은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적어도 누군가는 그럴 만한 자격을 요구할 권리가 있거나, 혹은 그럴 자격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 안의 내밀한 일은 외부의 누군가가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용의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어느 누구도 감히 의심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결말을 알면 마음이 몹시 무거워지지만, 반대로 결국 진실(그 밝혀지기 어려웠던)은 밝혀진다는 안도에 가슴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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