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달러 미래 - 기회와 추월의 시간
권세호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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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자체 모순으로 프롤레타리아 중심의 공산주의 체제 이행을 주창한 이래 인류 역사는 어떤 이념, 당위에 대한 신념이 역사의 큰 부분을 이끄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소련이 체제 경쟁에서 서서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이가 "역사의 종언"을 논했고 그 무렵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진화의 종점(p26)이 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체제 경쟁의 최종 승자가 과연 누구였는지도 불분명해질 만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좌파 이념, 적어도 가치를 지지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은 쪼그러드는 인상이며, 이에 대항하는 패권 세력으로서의 중국, 러시아 등은 성장 동력이 별반 축소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역사는 어떤 정점에 도착하여 내적 성숙만 다져 가는 것 같지 않으며, 그 방향성만 예측 불가일 뿐 여전히 그릇 안에서 끓어 오르며 밖으로 넘치려는 불안정한 그 무엇처럼 보입니다. 확실한 건, 이처럼 변동성이 확산된 국면에서라야 커다란 부(富), 권력의 변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사에서 미국에게 커다란 굴욕을 안기고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조금 다르며, 10년 동안 이어진 경제봉쇄 때문에 베트남은 결국 백기투항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개방 정책을 도이머이라고 부르며, 다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방한 것이라면 현재까지 베트남 경제가 미국이나 기타 외부 영향에 그리 종속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베트남 경제가 자립적인 것도 아니며, 최초 기대와는 달리 이도저도 아닌 정체 상태가 지속도되는 듯도 합니다. 여튼 저자는 미국이 베트남식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하려 든다는 분석인데, 만약 이 시각이 옳다면 두어 해 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회동 장소가 베트남이었던 사실이 의미심장합니다. 


예전에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도전으로 곤욕을 치르고 나서 "돈 가진 사람이 권력까지 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긴 했습니다. 그 영향이라는 건 아니지만 책에도 p63 같은 곳에서 "어떤 가치 영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다른 가치 영역의 재화(sic.)를 쉽게 소유하게 되는 전제는 반대한다. 또 지배적 가치는 자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평균적인 상식을 지닌 어떤 한국인에게 질문해도 이 명제, 원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정당의 혁신, 또 정치 결사가 활동하는 기반을 이루는 규칙 체계는 정치 참여자 모두의 합의를 거쳐 마련되어야 합니다. 책 p68에는 링컨 대통령이 남북 전쟁 중 노예 해방 조치와 더불어 헌법 개정을 통해 해방 선언의 항구화, 제도화를 도모한 예가 거론됩니다. 80여년 후 FDR의 뉴딜 같은 것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 원상복구가 되기도 했으니 현명한 결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혁이나 어떤 정치적 결단은 1회성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어 지구 생태계와 환경 이슈로 논의를 확장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인류를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 보는 중이다.(p82)" 사실 다른 어느 동물보다 인류를 두려워할 만한 생물은 바로 인간입니다. 같은 종인데도 타 개체를 배려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근시안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생물이 어찌 두럽지 않겠습니까. 한밤중에 산길에서 마주치기가 호랑이보다 두려운 건 바로 인간이죠. 여튼 그래서 세계 각국은 대체 에너지 개발에 그간 골몰해 왔는데 책에서는 p89 등에서 ITER 프로젝트 등을 언급합니다. 여기서 한국은 주도적 위치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중이 작거나 소극적인 스탠스는 더욱 아닙니다. 1990년대만 해도 탄소세라든가 배출권 거래 같은 게 꿈 속의 허황된 논의 같았으나 이제는 엄연히 실현되는 중이며 테슬라가 요 몇 년 동안 주가 고공행진을 한 것도 이에 비롯한 바 큽니다. 챕터 말미에는 제레미 리프킨이 최초 제언한 "피어 어셈블리" 같은 것도 환기됩니다. 이런 문제는 국경을 초월하여 논의될 필요가 크기 때문이죠. 


여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질병은 무척 많았으나 코비드19처럼 큰 혼란을 초래한 경우도 드문 듯합니다. 페스트처럼 치명률이 높지도 않으면서 일상에 충분히 큰 지장을 끼쳤으며 많은 나라들이 집단 면역을 거의 포기하고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30여년 전 에이즈, 20년 전 사스 같은 게 유행할 때도 결국 진압되리라는 확신이 모두를 지배했던 걸 기억하면 이번 팬데믹은 무척 우려스럽고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편입니다. 고령화로 고생 중인 일본에 결코 못지 않습니다. 생산활동참여인구가 줄면 현재 노동일선에서 퇴진한 노령층의 생계에 무척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노동시장 구조의 대대적 개편, 노후 대비 교육과 컨설팅의 강화입니다. 


과거에는 국제기구나 NGO에서 어떤 선제적인 아젠다를 제시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 해도 그저 소 닭 보듯 할 뿐이었습니다. 아직 여건이 미성숙하기에 일일이 선진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핑계 하에 졸렬한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의도 때문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대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기준과 비전도 (사후적, 동조적으로나마) 발표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작게 보면 초국적 플레이어들이 두루 참여하는 증시에서 보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한 PR이나 마케팅의 일환이지만, 크게 보면 국제기준의 충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입니다. 이 책 뎍시, 변화의 방향성을 일단 캐치했으면 간 보지 말고 필드에 적극 뛰어들어 분위기를 주도한 후 큰 기회를 잡자는 주제이므로 맥락이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입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물리학자들이 4차산업혁명 같은 용어보다 더 이른 시기에 창안한 개념입니다만 요즘 특히 산업, 증시 섹터에서 다양하게 응용되어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여중생 여고생 등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소속된 회사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꼭 들어가는 용어이므로 그 뜻을 그리 낯설어하지도 않습니다. 알아가면 갈수록 어려운 개념인데도 말입니다. 책에서는 이 외에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에서도 간단히 조감합니다. 


AI와 로봇은 일자리 감축의 원흉이자 동시에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의 주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이 트렌드에 잘 적응하는 나라, 사회, 조직에서는 기존의 일자리를 다 뺏어와 자신의 수입원으로 삼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주체는 종전보다 가난한 처지에 빠지는 게 필연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사람 겁주는 디스토피아상은, "미래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이라는 전제가 붙고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는 애초에 어떤 불안에 떨 이유가 없습니다. 


경쟁에 뒤처진 국가, 조직의 노동자는 기존의 파이마저 내어준 채 더욱 불안정한 지위로 내몰립니다. 현재는 그나마 노조에 소속된 정규직은 생계에 큰 위협은 받지 않는 형편이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휩쓸고 간 후 종래의 프로레타리아트는 이제 프레카리아트(p200)로 한 단계 더 떨어질 위기에 놓입니다. 마찰적, 구조적, 계절적 실업 외에 이제 기술적 실업이 사회의 위협 요인으로 부각될 것입니다. 


1990년대 세계화 바람이 한창 일 때 오프쇼어링이란 어떤 불가역적인 대세였고 자유무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엉뚱하게도 보호무역 바람이 각국에서 부는 중이며 리쇼어링도 여러 선진국에서 거리낌 없이 정책적으로 장려됩니다. 20년 전에는 예측이 어려웠을 동향들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애드벌룬이 자꾸 띄워지며 증시도 덩달아 요동칩니다. 책에서는 금리 인상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로 보아 이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는 듯도 합니다. 단, 언제나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계층에게 접근을 더 쉽게 해 줄 정책적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업에는 세금 관련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보호무역주의 대응의 일환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각종 경제협정과 공동체에 참여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국민소득 10만달러를 일찍 달성하여 더이상 국제정세 속에 종속 변수 신세를 면하고 통일국가를 이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비전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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