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약용 - 시간을 거슬러 온 조선의 다빈치,‘실학 21’로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에 서게 하다
윤종록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전인(全人)적인 역량을 갖춘 분이, 예전이 아닌 요즘 우리 곁에 다시 와서 국민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하는, 그런 위인은 몇 분이 있습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황희정승... 그 중에 빠지지 않고 꼽힐 만한 분이 있다면 다산 정약용이겠습니다. 다산께서 현대로 와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을 경영한다면 과연 얼마나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만들어질까요? 이 책의 저자는 다산을 두고 다빈치형 인간이라 규정하며, 대통령 정약용의 지도 하에 세상에는 팍스 코리아나(p181)가 구현될 것으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다산의 가문에는 유독 천주교 신도들이 많아서 정국이 바뀔 때마다 다산은 죄를 입고 귀양가기도 참으로 자주 겪었습니다. 이 책은 다산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었는데, 황사영 백서 사건 때문에 또다시 서학이 문제가 되어 박해의 여파를 입고 귀양을 가게 된 고충을 토로(p25)합니다(물론 작가의 상상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중국의 덩샤오핑도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아 하방(下放)으로 고생할 때조차 지역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하는데 범상치 않은 도량과 재능을 지닌 이들은 이처럼 어느 순간에도 빛이 나는 것입니다. 책에는 어느 늙은 주모가, 유배자인 당신 덕분에 외손자가 문맹을 면했다며 감사의 뜻으로 음식을 가져오는 장면(p40)이 나옵니다. 


한편 p48부터는 배경이 현대 대한민국으로 바뀌어, 실학청년미래포럼이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정치에 새 바람이 불 조짐이 보입니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는데 국회에서는 날마다 여야가 소모적 대립을 일삼고 구태를 벗어날 기미가 대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전남강진의 다산초당에서 새해를 맞는 윤공 앞에 홀연이 어떤 계시가 들려오는데 내용이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애타게 메시아를 찾는 청년들의 외침에 어떤 응답처럼 내려온 듯도 합니다. 18이라는 숫자에 굉장한 상서로움이 깃들었으며 우리 민족은 일찍이 가나안을 배회하던 열두 지파 중 단 지파에 속한다는 깨우침도 있습니다 ㅎㅎ


주인공인 윤공은 이름이 그저 "공"이며 어떤 존칭은 아닙니다(p103:4). 이처럼 현대에 재림한 옛적의 위인께 그간의 사정을 설명드리고 당황 않으시게 납득을 시켜 드리는 일이, 타임슬립 상황에서는 가장 난감할 것 같은데 윤공은 엘리트 청년이라서인지 200년 전 어르신(인데다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께 설명을 참 요령 있게 잘합니다. 진짜 이런 일이 생겨도 다산께서는 천재이므로 잘 이해하고 따라와 주실 듯합니다. 다산은 그 와중에도 자신을 알아 주었던 군주 정조 대왕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어쩔 줄을 모르십니다. 


p112에서 KTX에 탑승한 다산은 수많은 승객이 일시에 열차에 오르는데도 질서정연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 걸 보고 놀라지만 어떤 합리적인 방식이 약속되어 있겠거니 여깁니다. 이런 당연한 것도 과거에서 온 분(더군다나 비범한 두뇌와 지혜를 지닌 분)에게는 경이를 부를 수 있겠는데... 여튼 여의도에 도착한 다산은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습니다. "신 대한민국 국회의장이옵니다...." 다산은 국회의장을 만나, 자신의 저서가 200여년(정확히는 221년)이 지나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치고 숭앙되는 중인줄 몰랐다며, 정중하게 대통령 취임을 수락(p145)합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지 싶습니다. 


"나의 시련은 바로 지금을 위한 것이었구나!" (p157)


바야흐로 세상은 코로나 때문에 큰 고생을 치르는 중이죠. 이번에는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로 세계의 존경을 받게 된 한국이 정조대왕도 현대로 초빙합니다. 이는 어떤 혁신적인 기술 같은 건 아니고 하늘이 우리 코리아에 주신 약속(p180:1)이며 따라서 어떤 번잡한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정조대왕과 다산은 과연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지성들답게 한국과 세계를 향해 도도한 지론을 펴며 대중을 설득합니다. 극우, 극좌 식의 사고를 가진 자가 도대체 몇이나 되기에 그들의 대립 때문에 온 인류가 이 고생을 해야 하냐는 것입니다. 


이어 초대된 이는 시몬 페레스, 지난시절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쟁 와중 큰 공을 세웠으나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는 강경 노선을 취하지 않고 아랍과 이스라엘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노선을 주창하여 노벨상까지 받은 인물이죠. 우리가 다 아는 대로 그는 암살을 당했습니다. p217에서 그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엔테베 작전에 대해 감개 어린 회상을 합니다. 


다음으로는 김성주라는 인물이 초청됩니다. 이 자도 다산 같은 민족의 위대한 스승 앞에서는 겸양한 태도를 취하는군요. 그러나 그의 말은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p235에서 그는 남한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자인합니다. 그리고 제 손자인 아무개한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합니다. 흠. 아무개도 눈 앞에서 이런 기적 같은 일(죽은 지 할애비가 나타남)이 벌어지니 꼼짝 못하고 세계 앞에서 평화를 약속합니다. 후... 이 작자는 아마 정말로 이런 천상의 기적이 일어나기라도 해야 정신을 차릴까요?


윤공은 이제 조국이 나아갈 바를 구체적으로 비전으로 만들어 연설을 이어갑니다.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등이 규모가 작으면서도 혁신과 진취적 정신을 통해 번영을 이룬 모범으로 거론됩니다. 앞에서도 소프트파워가 나왔지만 이런 나라들로부터는 더욱 구체적으로 그 성공 사례를 분석 추출합니다. 이어 대학의 자율성을 100% 보장하며(그런데 부작용은 없을까요?), 구글 같은 고부가가치 기업을 만들어 세계 경제를 주도함과 동시에 봉사하는 자에게는 천국을, 위에 군림하며 누리려는 자에게는 지옥이 되는 나라(p294)를 만들자고 합니다. 개업은 비즈니스 오프닝이요, 창업은 비즈니스 크리에이션이라고 하며(p309) 자영업자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 활동이 그 자체로 창의의 산물이 되게 지원한다고 선포합니다. 농토는 역 모기지 정책(p334)을 적극 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원을 더 넓히겠다고 밝힙니다. 


2027년 정약용 대통령은 거의 모든 것을 이루고 전세계의 존경과 축복 속에 퇴임합니다. 이제 세계는 코리아를 중심으로 대립과 질시를 지양하며 끝없는 번영과 평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것이 국뽕이라고 해도 참으로 뿌듯하며, 망상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와 닮은 이상향을 건설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사심을 버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정진할 시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