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독서 습관 60일의 기적 -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책을 읽습니다
김선호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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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부터 알찬 독서 습관을 들여 놓아야 상급 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잘 하게 되며, 무엇보다 독서는 주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함양해 주기에 그 자체로 매우 유익한 습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생적으로 독서를 좋아하기 되기란 힘듭니다. 요즘은 더군다나 놀 것, 재미있게 즐길 소재들이 주변에 지나치게 많은 까닭에 아이들이 독서에 몰입하기가 더욱 어려운 환경입니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체계적으로 아이한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찾기 힘들겠죠.


"독서 습관이 자리잡기까지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p27)" 사실 많은 학부형들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아이들이 독서 습관을 몸에 잘 붙이길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결국 습관을 들이기만 해도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여기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저자는 적어도 60일이 필요하며, 이 60일 동안 어떻게 잘 교육하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거의 평생을 갈 수도 있는 아이의 독서 습관이 좌우된다고 주장합니다. 60일이 무작정 길다고 여기는 학부형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짧다고 느끼겠죠.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만 한다면야...


아이들은 왜 이렇게 책읽기를 어려워할까요? 사실 책 p27에서는 주어가 "어린이들, 초등학생들"이지만, 그 주어를 "어른들"로 바꿔 놓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왜 우리 어른들은, 또 아이들은, 책 읽기를 어려워할까요? 답은 저자가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어려운 단어가 자꾸 나오기에,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없고, 또 한번 뜻을 잘못 이해하고 읽어 나가면 그때부터 내용이 이해가 안 되기에 독서를 이어갈 수 없다." 이게 가장 정곡을 찌른 답입니다.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거의 모든 게 스토리입니다. 심지어 수학책, 과학책, 공학 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 이어지질 않는데(독자가 이해를 못하거나 해서) 어떻게 책을 읽어 나가겠습니까. 어른도 지금 자신이 읽는 책, 혹은 인터넷상의 짧은 글이라도, 자꾸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도저히 읽어 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말로 된 책을 자주, 즐겨 읽는 분들이라도, 같은 책인데 영어로 된 책은 꼭 잘 읽는다는 보장이 없죠. 왜? 단어를 모르니까요. 


그러니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일단 본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저자는 누가 옆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아이들에게 자꾸 설명해 줘야 한다고 합니다. 독자인 제 생각에도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중2때 도덕과목 선생님이, 일단 아이들더러 교과서에서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라고 하든가, 혹은 자신 생각에 이 단어들은 아이들이 어려워하겠다 싶은 걸 골라 수업 전에 먼저 설명을 해 주는 방식을 선택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수업 내용을 못 따라오는 애들 수가 훨씬 줄어들고 그 선생님은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공부를 원래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별 필요가 없는 과정이었겠으나 의무 교육 과정의 교사는 학생 중 낙오자 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사명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독서는 참으로 정(靜)적인 활동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독자인 저는 "아, 참으로,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싶었습니다. 아니 애들이 얼마나 활발하고, 다이내믹하고, 좀이쑤셔 못 견디는 그런 나이이겠습니까. 그런 동(動)적이기 짝이 없는 애들한테, 더없이 정적인 활동인 독서를 시키려니 이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저자는 "독서보다 정적인 활동은 명상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어른인 저도 명상이 잘 안 되며 어쩌다 시도해 보면 바로 잠이 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책 읽으라고 시킬 때 딱 이렇지 않겠습니까. 


"독서는 참으로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들은 독서를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사실 본인들도 어렸을 때 그리 잘하지 못했으면서 애들더러 잘하라고 하니 어디 잘 되겠습니까. 심지어 엄마 아빠 본인들더러 "지금, 바로 당장" 독서를 (그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해 보라고 해도 잘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아이들 독서 교육은, 전문가가 시키는 대로 체계적인, 또 검증된 방법에 맞추어서 시켜야 합니다. 이게 생각만큼 그리 쉬운 게 아닙니다. 


"독서만큼 유의미한 학습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도구는 없다."


이 명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의를 달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뇌 활성화는 그저 학습, 인지 능력의 상승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기도 하고 감정에 반응하기도 하는 기능 또한 높여 줍니다. 감정에 대한 공감력도 뇌 활성화를 통해서 더 높아집니다." 저자가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독서를 통해 활성화한 뇌가 얼마나 다른, 미처 우리가 생각도 못 했던 다른 작업에까지 유능해지는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한번 독서를 통해 뇌가 활성화한 아이는, 그냥 똑똑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정도 풍부해진다는 겁니다. <레미제라블> 같은 책을 읽고 혼자 감동하여 눈물 펑펑 쏟는 자녀를 보면 이제 부모들은 만세를 불러야 합니다. "우리 애가 드디어 독서 습관 제대로 들였구나!"라고 말이죠. 사실 옛 성현들이 그리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그저 공부잘하는 기초 단계 하나가 제대로 자리잡혀서만은 아닙니다. 감정도 풍부하고 훌륭한 인성을 갖추는 첫걸음을 떼기도 했기 때문이죠. 공부잘하는 모범생뿐 아니라 먼저 인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혀야 합니다. 그것도 어렸을 때.


혹 어려서 때를 놓쳤다 해도, 나이 들어서 새로이 독서하는 습관을 잘 들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이 역시 훌륭한 일로 장려받아야 마땅하겠으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평생 독서는 의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어린 시절 무의식적으로 독서에 대한 분류를 끝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려운 책은 별론데 가끔 재밌는 책은 좋아요.'"


아이들은 얼마나 영악합니까? 저렇게 대답하는 애들 99%는 솔직히 책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경우이죠. 그러나 독서를 거부하는 반응이 사회적으로 당연히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기니, 부분적인 반사회적 특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저리 꾸며 대답을 할 뿐입니다. 혹은 독서를 싫어하는 데서 드러나는 자신의 학습 능력 부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죠. 아이한테서 저런 소리가 나오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무의식의 힘이 엄청나게 크다"고 하는 거죠. 어른이 되면 고치기 힘들고, 사실 불가능합니다. 뭘 공부하려고 해도 이미 무의식이 거부를 합니다. "넌 이걸 할 수 없어." 그러니 공부도 안 되고 독서도 안 되는 거죠. 저자의 다음 말을 눈여겨 보십시오. "무의식은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것만 우선시합니다. 다른 건 가둬두고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공부해야지 해야지 처음에 의욕은 가득하지만 나중에 결국 안 되는 애들(중고등학생)은 초등학생 시절 무의식을 그리 간수했기 때문에 이후에 잘 안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초등학생 때 독서 "습관"을 들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습관은 무의식 레벨에까지 내려가서 습관으로 자리잡은, 아주 근원적인 습관입니다. 이건 다그치고 혼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책을 손에 잡고 그에 쓰인 지식과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즐겁다는 걸 무의식 레벨에서 느끼는 그런 습관입니다. 이건 초등학생 때 안 들이면 평생 어렵거나 불가능하죠. 


독서를 통해 어떤 능력이 계발될까요? 정신에 관련된 한, 모든 것입니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능력이 아니라 감성을 포함하여 모든 것입니다. 이 책의 4장에는 그럼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아이한테 독서 습관을 붙일 수 있을지 구체적 방법론이 나옵니다. 요즘 4차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통합적 학습능력이다 통섭이다 창의력이다 메타인지(認知)다 다양한 정신적 자질이 논의되는데, 이 모든 건 독서를 즐기는 아이라면 학원을 안 보내도 최소 비용으로, 저절로, 자기 주도 방식으로, 체득이 가능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잡아도, 엄마가 억지로 공부를 시킨 아이는 결국 조직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스로 불행한 사람으로 머물거나, 혹은 어딘가 정신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결국 노출하더군요. 독서를 통한 자기 주도 학습은 아이의 스펙뿐 아니라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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