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새로운 행동, 믿음,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
데이먼 센톨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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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해야 할 때 적절한 변화를 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국면에서는 변화란 변화 그 자체로 긍정적이고 생산적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지, 작은 변화가 어떻게 일파만파 번져가며 조직이나 사회, 국가 안에서 엄청난 결과를 낳는지, 이런 과정은 많은 학자, CEO, 실무자들이 연구하는 주제입니다. 이 책은 "변화"라는 주제 하나에 엄청나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연관되며, 그런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유익한 교훈을 우리가 캐치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줍니다. 


일어날 법하지 않은 변화, 예를 들면 1980년대말 철의 장막 붕괴, 2011년 아랍 세계를 휩쓸었던 민주화 바람, 이런 놀라운 변화의 배후에는 소셜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동독을 위시한 공산권 붕괴에도,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인터넷을 통한 소셜 미디어는 없었지만, 대신 영향력 있는 소수의 움직임이 유발한 사회적 파동이 체제 변혁에 큰 몫을 했습니다. 책에서는 이 사건보다 훨씬 이전인 1950년대 미국에서 흑인 차별 철폐에 큰 영향을 끼친 로자 파크스 씨의 예를 들기도 합니다. 이들보다 덜 알려진 활동가 중에서도 위대한 이들이 많았으나,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소수입니다. 그 이유를 책에서는 소셜 네트워크의 위력 차이라고 짚습니다. 


산아 제한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한국에서 몇몇 마을을 대상으로 한 피임법의 확산은 피임법 자체로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마을마다 대세로 받아들인 피임법들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케냐에서는 이와는 패턴이 달라, 어느 마을에서는 성공한 반면 다른 곳에서는 전혀 수용되지를 않았습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의 성공은 피임법 자체의 확산이 아니라, 피임법의 수용하는 태도의 확산이며 피임법의 효용이 아닌 지인들 사이에서의 승인이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피임법의 가치를 개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친구, 이웃이 좋다고 하면 너도나도 따라하는 식이라는 건데 이는 한국에서 사실 아직도 보편적인 행태입니다. 1970년대에 한정된 게 아니라 말이죠. 대체로 교육을 잘 못 받은 축에서 이런 식으로 의사를 결정합니다. 냉철하게 이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단톡방에서 뭐가 대세다 싶으면 그대로 따라하는 등. 


네트워크의 질, 영향력 등을 따질 때 가교(bridge)의 길이와 폭 두 가지의 기준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좁은 가교는 약한 유대를 통해 정보를 빨리 전달한다. 넓은 가교는 강한 유대를 통해 사회 변화를 촉진한다(p149)" 즉 어떤 가교든, 각자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그 조직 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p152). 단순한 정보 공유에는 "좁은 가교"가 좋지만,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는 좁은 가교만으로 충분치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설득을 더 쉽게 하고, 나아가 변화를 유발하려면 "넓은 가교"가 필요하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넓은 가교는 "신뢰"를 얻기 쉽게 돕고,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서, "협응(coordination)"을 더 광범위하게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네트워크 성패 여부의 키 팩터를 "협응"으로 본다고 독자인 저 개인적으로는 판단될 정도였습니다. 협응은 그저 법이 이러이러하게 강제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1967년 스웨덴은 D데이 H아워를 정하여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변경했습니다. 법은 그러하지만, 지금 애매한 시각에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운전자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고 했을 때, 나는 법을 고지식하게 지켜야 할까요, 아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큰 사고를 피하기 위해 융통성 있게 처신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는 사실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 나빠서, 윤리적으로 타락해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나 혼자만 받을 수 있는 손해를 모면하려는 계산 심리의 발동은 마냥 비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걸 두고 책에서는 협응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위 문제에서 상대방 운전자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갈등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저 법을 지키려 들거나, 그 반대로 반사회 성향을 드러내며 대놓고 위법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게임 이론에서는 이런 걸 두고 "상대방 반응을 살펴 가며, 만약 배신의 징후가 나타나면 한 수 빠르게 내가 규칙을 어겨 응징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기도 합니다. 법을 어기라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해법을 내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책에서는 모든 협응 게임에 티핑 포인트가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변화를 누가 주창할 때 처음에는 보수 성향이 발동하여 대다수가 그에 호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일정 시점부터는 대세가 바뀌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주류가 교체되는 것입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이처럼 사회 생활을 일종의 협응 게임으로 파악한 선구자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미투 열풍에도 이 법칙을 적용시킵니다.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며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산탄총 전략이라는 걸 제시합니다. 이것이 바이럴 마케팅의 핵심이라고도 하는데(p269), 변화 촉진자 열 명 정도를 먼저 선정하여 소문을 퍼뜨리게 하고 나중에 "팬데믹"을 이룰 만큼 확산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책을 소수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고 좋은 평을 퍼뜨리게 하는 것도 다 이런 전략의 응용이겠습니다^^


이것은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소문이 널리 퍼지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그 혁신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면 이번에는 "그게 망했다더라" 같은 소문만 널리 퍼뜨리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 여러 군데에서 구글글래스(웨어러블 디바이스), 구글플러스의 실패 사례를 거론합니다. 이런 실패 사례가 생기면 이후에 론칭하는 신상품의 앞날에까지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재미있는 건 요즘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놓고 "좋다, 나쁘다"의 평판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과 특정 시장을 놓고 벌이는 싸움도 승패를 정해가며 추이를 관전한다는 겁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놓고 그 심리를 교묘히 조장하려 들지만, 소비자 역시 알고보면 그런 기업들의 심리를 꿰뚫고 갖고 놀려 든다는 거죠. 우리도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그런 품평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렸을 때는 교과서에서 대체 에너지의 중요성을 계몽 받았지만 당시만 해도 실제로 대체 에너지가 산업화의 단계까지 간다거나,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그 어떤 것이 대신하리라고까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당위로서 인식하기만 했죠. 하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풍력, 태양열 발전 등이 중요한 산업 섹터로 부상했고 이 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의 주가도 코스닥에서 춤을 춥니다. 또 길거리에는 테슬라 등 전기차 모델이 이제 얼마나 많이 다니고 있습니까. 책에서는 이런 혁신의 수용, 혹은 전염이 어떤 패턴과 경로로 퍼지는지 재미있게 분석합니다. 


여튼 우리는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묘수가 없나 하고 매일 골몰하며 고민합니다. 거창한 도덕적, 정치적 신념의 확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널리 팔리게끔, 쓰이게끔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짜내가며 윗선에 올리는 게 다 그의 일환입니다. 이 책에서는 변화의 확산을 위한 일곱 가지 전략을 마지막 챕터에서 제시합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에 바로 효과를 내며 적용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내가 지금 고민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더 잘 들여다 보고 더 근원적인 솔루션을 찾게 돕는 것 같기는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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