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남편, 불면증 아내 - 디지털 헬스케어 전쟁의 저자, 노동훈이 알려주는 숙면 여행 안내서
노동훈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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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p61에도 드라마 <슬의생>의 한 장면이 잠시 나오지만, 의사들이야말로 숙면이 가장 필요한 직업군이겠습니다. 저자 노동훈 원장님은 의대생 시절 자신도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개복 수술 중 복부를 다소 잘 못 잡아 교수님께 불호령을 듣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문가의 조언이 가득 담겼을 뿐 아니라, 저자인 전문가 자신도 해당 질환으로 고생을 하셨다니 더 관심이 가기도 합니다. 


잠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은 특히나 뇌를 많이 쓰는 동물이며, 중학생 정도 때에 배우는 상식으로도 잠이 뇌의 휴식 과정이라는 건 배워서 압니다. 치매 환자들이 그처럼 잠을 많이 자는 이유도 이미 뇌가 많이 손상되어서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죠. 저자는 수면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뇌(와 몸)에 휴식을 준다(특히 장기도 쉬게 해 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 기억을 정리하여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거나 나쁜 기억은 지운다

3) 내분비, 면역 시스템을 강화한다

4) 신경계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 (pp.75~76)


이어 책에서는 시상하부, 뇌간, 송과샘(=송과선) 등의 기능에 대해 설명합니다. 컬러 도판이 함께 실려 있고, 지금 이 책이 코골이와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쉬운 설명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읽어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며, 책 전체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읽기 위해 필요한 부분 같습니다. 


의사가 되는 일은 입시 통과 자체도 어렵지만 의학 공부 과정 자체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습니다. 이 책 p164에는 저자분이 의대생(더 정확하게는 전공의 3년차) 시절 우울증 비슷한 증세로 고생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멀쩡한 청년에게 그런 증세가 다 찾아왔겠습니까. 이럴 때 가장 직접 영향을 받는 부분이 바로 수면입니다. 당시 저자분은 지식도 있고, 하필 좋은 책을 골라 읽어 이 시기를 극복했습니다만 많은 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책 p165에는 우울증 진단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병을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객관적으로 진단을 받아 보고 스스로 병을 빨리 인정하여 전문가의 처방에 따르는 것입니다. 


p112에는 불면증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불면 환자는 야간에 심장 박동수가 빠르고 근육 긴장도가 높다. 뇌파 패턴이 빠르다는 건 정신 활동이 활발하다는 걸 입증한다. 체온 변화의 폭도 적다." 이러니 낮에 행하는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쉬게끔 만들어진 동물이니 말입니다. 


p46에는 불면 때문에 고생하다가 주의력이 흐트러진 근무자가 빙산을 제때 발견 못 하여 그토록 큰 참사(타이타닉 호 침몰)가 일어났던 예를 듭니다. 또 렙틴 감소, 그렐린 중가로 식욕이 늘어나 과체중, 비만 등을 유발한다고도 말합니다. 


잠을 못 자는 건 정말로 큰 고통입니다. 과거 고문 방법 중에는 일부러 잠을 안 재우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듯이(p82) 협심증 등 다른 원인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원인 필요 없이 불면 그 자체가 고통을 만든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 동물이 코골이를 하는 걸 보신 적 있습니까? 코골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반려동물이 주인의 무릎 위에 누워 갑자기 코를 고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게 그저 재롱인지 무엇을 흉내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제 나름 코를 고는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판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코골이는 인간의 언어 발달 과정에서 나온 부작용"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매우 친연 관계가 큰 유인원은 구강 구조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코도 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갓난아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숨은 잘 쉴 수 있는 대신 말을 하는 건 무척 어렵고 여러 번 옹알이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가위눌림, 악몽, 이갈이 등은 수면과 관련된 명백한 질환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학명은 물론 상식선에서 판단, 이해할 수 있는 이 병들의 여러 증상이 나옵니다. 혹시 하나라도 해당된다 여겨지면 되도록 빨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봐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수면 관련 병, 또 이와 관련되어 처방 받은 수면제 때문에 고생한다는 호소를 참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니 의사의 처방을 정확히 따라야 하고, 환자는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숨김 없이 설명해야 의사가 어떤 중요한 설명을 누락하지 않겠는데, 여튼 서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의사는 그저 방대한 지식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전인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자 성숙한 인격자라야 할 듯합니다. 이들을 그저 고소득 기술자로 보는 시선이 사회에 만연해서는 제대로 된 인력이 양성될 수 없다는 점 책을 읽으며 절감하게 되네요. p136 이하에는 수면제의 작용 기전(機轉)이 나오는데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알기 쉽게 잘 설명됩니다. 


저자는 p131에서 새로이 개발 중인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를 소개합니다. 개발 회사명만 나와 있고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서인지 제품명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 "약"이 식약처를 꼭 통과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한국이 빨리 의학의 디지털화라는 시대 조류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적응했으면 하는 소망을 여러 표현으로 피력하네요. p202 이하에는 침대, 매트리스 등 침구류에 대한 여러 안내가 나옵니다. 우리가 TV 광고를 통해 얼굴이 익숙한, 장OOOO를 만든 최OO회장도 그 사진이 나오네요. 


"성공은 수면 시간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문제다(p241)." 또 " 잘 자는 것은 그저 버리는 시간이 아니고 행복과 건강의 출발점"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잠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복 받은 사람들은 이 말들이 얼마나 절절한 고민과 고통의 흔적을 담았는지 실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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