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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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후미진 주택가라 해도, 없으면 하다못해 작은 문방구 하나 정도는 반드시 동네에서 서점 노릇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번화가에 나가도 번듯한 서점 하나 찾기가 힘듭니다. 얼마 전에는 반디앤루니스가 드디어 문을 닫아서(일부 매장 제외) 많은 이들이 우울해기도 했죠. 이런 판에 도시에서 시골(비교적)로 이사하여 작은 책방 하나를 내신 작가님의 생각, 느낌은 어떤 것인지 누구든 궁금해할 만합니다.

서점도 서점이지만 도시 생활을 접고 구태여 먼 곳으로 이사헸다는 건 특별한 심경의 변화가 있지 않으셨을지... 제목도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입니다. 책 표지에 친필로 써 주신 "OOO님, 우리 함께 괜찮아져요"라는 문구를 읽으며, 독자인 나는 어땠으며 지금 어떤가, 안 괜찮은데 혹 모르고 있진 않은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세상, 정신적으로 어지럽고 물리적으로 심히 오염된 이런 시대를 살며 오롯이 "괜찮은" 분이 그리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맞지 않을지요.

"요즘 지내는 게 어떠신지요.
마음은 어떠신지요.
생활이 낭만이 아니어도 저는 낭만적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후략)"

p47에는 저런 말이 나오고 그 페이지 앞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사정이 나옵니다. 이사 후 큰 비가 오고 4층 벽이 사라지고 옆집 창고로 내려앉아 2차 피해까지 낳았다는 겁니다. "1층 바닥엔 황토 더미가 가득하고"... 누가 시골 생활이 낭만 가득하다고 하겠습니까. 이런 일을 겪으면 금전적, 물리적 피해는 둘째 치고 정신적 충격이 참 클 듯합니다. 게다가 친구분에게는 누군가가 표절을 해서 큰 상처를 주고... 저자는 여기서 "품위"를 말합니다. 서로가 자신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살면 모두가 상처로부터 조금은 안전해질 텐데...

"사진으로 보는 건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습니다(p71)" 반대로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아름다울 수도 있는데 이는 찍는 분이 기술이 좋아서겠죠. 저자는 "순간의 느낌"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안개는 걷힌다는 것이지요. 살면서 안개 속에 갇혔다 싶을 때에는 헤매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일과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p74)." 상처가 정말 크고 방향 감각마저 잃어버릴 때에는 내 일로 복귀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더군요. 꼭 그럴 때는 (아예 너무 상처가 커서 아직도 제 정신이 안 돌아왔을 때를 제외하면) 집중도 잘 되긴 했습니다.

"집 앞에 너른 땅이 있습니다. 원래는 논이었던 곳이 농사를 짓지 않자 버드나무가 자랐습니다. 땅주인이 바뀐 뒤 나무를 모두 베어냈는데 여름이 되자 망초꽃이 가득 피어났습니다.(p100)"

이 다음에는 오후에 이웃분이 누드베키아를 들고 찾아오셨다는 말이 나옵니다. 망초꽃이나 누드베키아 모두 독자인 저한테는 낯선 꽃인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둘 다 화사하기보다는 수수한, 그러나 자태가 확실한 꽃이더군요(제 느낌으로는). Rudbeckia는 400년 전 어느 과학자의 이름을 따 그리 불린다고 합니다. 여튼 앞으로는 저 꽃이 루드베키아구나, 혹시 눈에 띄기라도 하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 바람이 선선히 불어 주면 더욱 더.

작가님의 전작이 <시골책방입니다>인데 어느날 손님이 한 권을 계산하고 나가다가 다른 손님이 마침 들어와 "이 책 강력 추천이에요!"라고 하는 말에 나가다 마시고 한 권을 더 샀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장면도 (상상해 보면) 재미있지만 그 다음 상황, 작가님이 그 막 들어오던 손님에게 "몸 둘 바를 몰라 연신 고마워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체적인 건 궁금하면 p110 이하에서 직접 확인하십시오)

사실 오랜 동안 안 만나고 지내면, 아니 불과 2~3년만 못 보더라도 나한테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 얼굴 잊는 건 한순간입니다. 사람은 당연히 그대로인데 장소만 확 바뀌어도, 또 도회(불과 본인도 몇 년 전까지 몸 담았던) 출신인 듯 세련된 복장과 분위기로 마주하면 이상하게 (이제)시골의 나는 좀 위축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분은 그동안 외국까지 갔다와서 새로운 일까지 시작한 분이니... 여튼 통하는 사이끼리는 깻잎에 싸 먹는 삼겹살(p111)이 제격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심 어느 가게라도 깻잎은 꼭 같이 내 주죠. 그 맛 아니까....(?)

"하루를 사는 게 '살아낸다'는 것, 이런저런 일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p124)." p4의 프롤로그에도 "살아낸다"는 표현이 나왔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아픈 곳도 많아지고 사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사람들, 품위 없는 사람들, 상처 주기 좋아하면서 정작 자기 상처는 못 견뎌하며 더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 이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정신적 상처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픈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낸다, 안 괜찮다" 이런 느낌을 우리에게 쉴새없이 안기는 건 바로 이런 관계의 상처, 아픔인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파서 글을 쓸 수 없어요.(p158)" p124에는 너무 아파서 샤워할 힘도 없었다는 어떤 분의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뒤의 말은 위경련 관련이었고, 앞의 말은 책방에서 현재 글쓰기 수업을 하시는 저자에게 어느 수강생이 한 것입니다. 상처와 자기 연면에서 비롯한... "나이 들어서 배우는 일은 속도가 빠릅니다." 어찌 들으면 통념과는 상당히 다른데, "절실함이 크고, 그만큼 무르익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나이 들었다고 다 그리 될 것 같지는 않으며, "절실함이 크고 그만큼 무르익는다"는 게 또 아무나 다 그렇지도 않을 듯합니다. 무르익지까지는 못해도 절실함 하나라도 키울 수 있다면 나이 들어서도 여전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난 글씨 쓸 줄 몰라. 좀 이따 글씨 잘 쓰는 사람 올 테니 그 사람더러 쓰라고 하면 돼(p178)." "그런데 여기 사람이 와요? 솔직히 말해 보셔." "어르신들도 오셨잖아요." 사실 어르신들이 목소리는 원래 더 큽니다. 그렇게 목소리를 키우시면 아직 기력이 정정하다는 걸 증명하시는 셈 치는 건데(모르긴 해도요)... 아닌 줄은 서로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해드리는 거죠. "공기 좋지, 책 있지, 커피 있지." 그렇죠. 커피도 있어야 할 듯합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갈잎만 빼고 딴 것들은 두루 먹는 편이 송충이에게도 좋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이 시골책방은 여러 행사가 열리고 유명인들도 많이 찾아옵니다(p226, p249 등).

"그냥 너 자신으로 살라고, 모자란 것은 모자란 대로 잘하는 것은 잘하는 대로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p243)." 이 문장은 엄마, 자녀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아는 엄마 이야기 끝에 나온 것입니다. 엄마는 결국 자녀를 (성인으로서) 떠나보내야 하고 자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와는 사실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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