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부동산 - 오늘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
서울경제 집슐랭.김현정 지음 / 두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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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10만원 하던 게 1천원이 될 수도 있지만, 부동산은 실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혹 임대가 안 되면 내가 살면 되고, 장사를 해도 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p14)." 주식이 표창하는 "회사"는 실재하다가도 망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특벌한 일이 없는 한 그 자리에 계속 있습니다. p26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속성 중 "영속성(indestructibility)"이 이걸 가리키는 거죠.

이 책은 초심자를 위한 책이지만 체계도 꽤 잘 잡혀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동산의 속성, 가격 결정 요인 등을 마치 교과서처럼 요목조목 설명합니다. 어떤 분야의 지식이라고 해도 이야기를 읽듯 쉽게 풀어 준 책만 읽기보다, 이처럼 처음부터 개념을 잘 잡아 주고 시작하는 책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익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읽기에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책에서는 부동산의 가격을 무엇이 결정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며, 그 다섯 번째 요소로 "심리"를 듭니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도 실은 매 순간순간의 변덕스러운 심리가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심리가 영향을 안 미치는 자산은, 아마 거기 투자를 해 봐도 그리 큰 재미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럼 부동산 투자 심리를 어떻게 우리 일반인이 캐치할 수 있을까요? p35에 이미 그런 분석을 하기 위해 개발된 여러 지수가 소게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유익하겠습니다. 단 현직 공인중개사인 저자는 "실가격 지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반드시 비교하여 부분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대목뿐 아니라 저자는 대단히 신중한 자세로 독자에게 여러 조언을 하는데 예를 들어 p32 같은 곳에서는 "이른바 영끌은 조심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p38 이하에서는 우리 부린이들이 잘 모르거나 맨날 헷갈려하는 부동산 용어 10항목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10개만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혼동하기 쉬운 여러 용어들을 10 항목으로 묶어서 가르쳐 주기 때문에 실제로 배우는 용어들은 더 많습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은 상식으로 많이들 알겠지만 이 책에서는 대지면적, 건축면적, 연면적 등 더 기초적인 개념부터 잡고 설명을 확장해 나가므로 독자에게 한결 유익합니다. 재개발은 정부 등이 주도하는 거고, 재건축은 민간(소유주들)이 주도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며, 조합 설립 인가 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p48)"고도 가르쳐 줍니다.

이 책에서는 부동산 관련 각종 지수를 많이 소개해 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pp.50~51에는 매수우위, 매매거래, 매매전망 지수 등이 나오는데 우리 부린이들의 공통점은 이런 지수나 지표를 좀 찾아보고 공부할 생각을 좀처럼 먹지 않고 그저 소문이나 이웃과의 수다(아니면 단톡방) 등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그 당부를 판단(제대로 될 리가 없죠)하려든다는 것입니다. 상당수 독자들은 아마 이런 지수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저도 포함).

pp.53~55에는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pp.16~20에서 부린이들이 공부 첫걸음을 떼는 방법 다섯 가지를 설명해 주지만 그 중에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거나 커뮤니티, 단톡방에서 눈팅하며 분위기 파악하기"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좀 편하게 공부하고 싶어할 겁니다. 그런 공간에서 소통하려면 무엇보다 그런 데서 통하는 말들(신조어들)을 이해해야겠죠. pp.53~55의 신조어 사전이 아마 도움 많이 될 듯합니다. 물론 이 용어 정리는 그런 경우 말고도, pp.21~23에 소개된 집슐랭의 여러  채널들에 보다 수월하게 참여하는 데에도 유익하겠네요.

pp.56~61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정책들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투자를 진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부 정책에 대한 숙지가 가장 최우선의 단계이므로 이 부분도 잘 읽어 둬야 하겠습니다. 이것 관련해서 p17의 2번 항목도 다시 읽어 보고, p32에 언급된 신뢰이익 존중 등의 요인 때문에 어떤 정책이든 후행성을 띤다는 말도 깊이 새겨야 하겠네요.

대출은 신중해야 하고 앞으로 1~2년 사이 금리 인상의 조짐도 있으므로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겠으나 여튼 대출 역시 하나의 옵션이고 p28에 나오듯 부동산 수요는 대개 대출을 끼면서 이뤄지므로 관련 상품을 알 필요가 있죠. pp.82~85의 표에 여러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좋습니다. pp.104~111에는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도 잘 나와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이 책처럼 현 시점에서 최신 사항을 담은 책을 봐야 하죠. pp.126~145에서는 신혼부부 특공, 청약 가점에 대한 사항도 깔끔하게 요약해서 알려 줍니다.

p200이하에서는 리모델링도 일종의 투자로 보고 환금성이 가장 좋은 아파트의 경우를 설명합니다. 다음에는 오피스텔 리모델링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빌라의 경우 환금성은 좋지 않으나 그 대신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리모델링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든다는 뜻입니다). 상가나 다가구 주택의 경우 "대지의 가치에 따라 전체 가치가 대부분 좌우된다(p204)"고 합니다.

투자 말고 실사용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계약서는 꼼꼼하게 작성해야 나중에 큰 후회를 안 겪습니다. pp.86~96, pp.99~103에 공인중개사를 통하든 안 통하든 계약 체결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여러 사항이 나옵니다. 특히 직거래하는 분들은 이 대목을 몇 번이고 읽어 보고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pp.163~183에도 특약 사항 체크 등 계약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나옵니다.

p161 이하에는 중개수수료 요율표가 나오는데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편하게 드나들며 실제 거래를 체결하고도 막상 수수료 청구를 받고는 당황하곤 합니다. 중개사도 무료 봉사를 하기 위해 수고를 한 건 아닐 텐데도 말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워낙 비싸니 1%라 해도 금액이 당연히 큽니다. 그래도 "뭘 했다고 이렇게 많이 받아?" 같은 반응이 많은 게 현실인데 법은 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미리 계산을 해 두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뭐 능력 있으면 네고를 칠 수도 있겠죠. 부동산 물건은 꼼꼼히 가격을 계산하면서 정작 이 부분은 생돈 나가는 듯 아까워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p175에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한국처럼 세금이나 건축 관련 규제가 많은 나라에서는 이런 부분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 서류는 어느 경우든 필수이며, 투기과열지구에서라면 이 외에 자금조달 증빙까지 추가됩니다. 중개사가 있으면 이 신고가 대행이 됩니다. pp.180~181에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거래와 취득을 혼자 하려는 분들은 꼭 읽어 봐야겠습니다.

저자가 현직 중개사이니만큼 거래자 입장에서 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들며 현명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여러 팁도 재미있게 소개됩니다. "좋은 매물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중개사에게) 주라(p155)"는 말도 독자로서 제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합니다. 중개사는 여러 사람, 여러 물건을 상대하고 다뤄야 하고, 어떤 업소든 내가 매수, 입주를 원하는 물건이 그리 편하게 떡하니 준비되어 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겁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신뢰를 형성하라는 주문도 합니다.

7장은 "이야기로 떠나는 임장"입니다. 이 부분은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 뭐 별 생각없이 그냥 이야기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강남도 아니지만 동부이촌동은 예전부터 부자 동네의 대명사로 꼽히던 곳인데 왜 서부와 그토록 차이가 났는지 이 대목을 읽어 보면 한방에 이해가 됩니다.

처음 기대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었던 듯하고 특히 개인적으로는 7장의 임장 이야기(동부이촌동 말고 다른 동네 이야기도 많습니다)가 무척 재미나게 읽혔습니다. 부린이 아니라 부동산 좀 아신다는 분들도 읽어 보면 얻을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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