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미용사입니다
김동하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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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업은 대한민국 대부분 여성들이 일상에서 크게 의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입니다(미용실을 이용하지 않는 여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네 블럭마다 서너 곳은 기본으로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사실 업종 전체로 보면 거대한 산업이겠습니다. 또 미용실 사장님들 중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남다른 수완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특히 알짜 인맥을 구축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업종은 경영의 문제로 접근해도 흥미로운 결론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용실이 잘 되기 위해서는 팀웍이 중요하다.(p60)" "원장은 관리자에게 피드백하고 미용사는 스탭을 피드백하는 역량과 능력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같은 페이지). 직원이 잘 못하면 에휴 그냥 내가 해야지 라며 자신이 직접 나서는 원장님도 있고 이런 모습은 참 좋습니다. 마윈도 자기가 실력 있는 원장(학원장)이니까 강사가 펑크를 내면 자신이 직접 수업을 뛰었다고 하죠. 그런데 저자는 이게 꼭 좋은 게 아니라고 합니다.

"매장의 이익은 회전률에 있는데 한 사람이 계속 시술을 하면 자기도 힘들고 매출이 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객이 지루해한다(p63)"는군요. 이 점은 해당 직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도 꼭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본인이 실력 있는 것과, 학원 등 업소가 전체적으로 능률 있게 매출을 크게 올리게끔 돌아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거듭 말하기를 "고객과 자신 모두를 지치게 만들지 말라(p64)"고 합니다.

마이클 키튼 주연의 영화 <파운더>를 보면 햄버거 원조 레시피를 가진 맥도널드 형제와, 사업을 전국 프랜차이즈로 확대하여 더 큰 이익을 거두려는 레이 크록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전자가 장인 정신도 지니고 있고 그런 고집은 차라리 숭고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책 중에서 저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비스를 손수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어느 남자 미용사분도 최고의 장인이시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이 장인 정신이란 게, 수익, 상업적 성공과 언제나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 점은 외부인이 봐도 참 안타까운 점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나만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기술로 만들라"는 겁니다. 이 대목은 몇 번을 읽어 봐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우리가 독서를 하는 보람이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거겠고 말입니다.

자 그러면, 내 기술을 너무 쉽게 가르쳐 주면 바로 스탭들이 독립해서 나갈 것 아닌가?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이치는 미용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으로서는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그래도 저자는 최대한 공유하라고 합니다. 어차피 기술이라는 게 한두 해 실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가 재차 강조하는 건 팀웍, 팀웍이야말로 성공하는 미용실의 비결이라는 거죠.

"미용은 기술직이고, 고객을 사귀는 직업이다. 눈빛만 봐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과연 그럴 것입니다. 근데 어디 미용만 그럴까요? 요즘은 사람 사귀는 일을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소통 능력이 알파요 오메가인 시대입니다.

두상 자체가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의 매뉴얼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겠죠. 저자는 "본드컷트"와 일본의 "밀본"을 벤치마킹하여 매장을 여셨다고 합니다. 본드컷트는 존 커트의 창시자가 연 아카데미라고 하네요. 이처럼 창시자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설렘 때문에 저자의 직원들도 엄청나게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합니다("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다니!"). 경영자는 이런 것도 부하들에게 해 줄 수 있어야 함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직원을 설레게 만들 줄 아는 CEO".  "매장과 직원의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할 때는 아낌없이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시설이 아니라 직원에게 투자를 해라!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용실은 머리만 하는 매장이라는 것도 일종의 고정 관념입니다. 어떤 직원을 사진을 참 잘 찍길래 그 적성을 살려 보자는 생각에 매장에 포토슈팅 공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이것은 저자 스스로도 말하듯 매장이 커야 가능하긴 하겠죠). "직원 개인의 특기를 살려 자신감을 살려 준다"는 점 잊지 말라고 합니다.

나이가 어린 데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했고 특히 드라이 기술은 최고라면서 자부심이 대단했던 여직원. "진정성이 담긴 원장의 철학과 그 실현하고자 하는 생각, 이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만으로도 동기를 불러일으켜 오래 근무하게 할 수 있다(p127)" 사실 아무래도 상급자로서는 직원들이 일 좀 가르쳐 이제 좀 써먹을 만하면 독립하거나 이직하는 게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 말은 직원을 자기 밑에 오래 근무하게 하고 싶은 사장님들이 항상 명심해야 할 듯합니다.

미용사가 너무 예뻐도 남성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거 참... 그런데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저자는 어떤 직원을 보름 정도만 관찰하면 대략 장래성에 대해 견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주 미모가 뛰어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력서에 쓴 부분과 실제 근무 태도가 다른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이런 걸 구직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고용주 생각은 다 비슷합니다. 서류만 통과했다고 다가 아니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기술인데, 처음에 좋은 원장님한테 배운 게 아닌 티가 났다고 합니다. 또 기술은 처음에 잘못 배우면 교정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참 난감한 건, 너무 지적을 하면 자존심이 상할까봐 조심스럽고, 또 기술에도 프라이버시(sic.)가 있다는 거죠. 이 미용사가 어느 고객에게, 어느날 호된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미용사님은 이러이러하게 하지 이렇게 안 한다는 식으로요. 이걸 보면 지적도 소양과 지성이 있는 고객이 해도 하는 거라는 점(ㅎㅎ)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잘되었다 싶어 저자도 이 기회에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해 줬는데 잘 수용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합니다.

구직자는 무엇보다 일하는 자세가 되었다는 점을 고용주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인난이 심하다고 매장을 떠보며 면접을 다니는 구직자는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이 업종에서 중요한 자질이겠죠?)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발은 단백질이므로 샴푸만 해도 어느 정도는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노입자로 된 성분을 보충해 줘야 하는데... 저자는 나노도 입자가 크므로 잘 안 스며들고 따라서 효과를 못 본다고 합니다. 저자의 매장에서는 피코 입자를 쓰는데, 비용만 비싸고 효과도 없는 보충제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하시네요. 역시 뭘 알아야 미용실에 가도 손해를 안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독자들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네요. 어정쩡하게 비싼 서비스 받고 효과는 효과대로 못 본대서야.

비단 미용실뿐 아니라 요즘은 정말 고객 응대가 좋아야 살아남습니다. 물론 감정 노동이 힘든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를 잘 관리하고, 기술이 아니라 연기, 예술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제품이나 기술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p174)는 말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얼마나 진정성이 있냐는 걸로 귀결됩니다. 기술도 이 분야에서 내가 고객을 최상으로 대우하는 장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최상의 레벨이 습득되지 않겠습니까? 고객 응대하는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성이 있으면 결국 그것이 고객의 마음에 와 닿기 마련이죠. 어느 업종이나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비결은 비슷하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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