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맥 한국의 선사들
김신곤.김봉규 지음 / 우리출판사(서울출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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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 나라만큼 "불맥(佛脈)"이 오래된 나라도 드뭅니다. 4세기 말에 고구려, 그보다 약간 뒤에 백제의 침류왕 시기 동진의 마라난타가 이 땅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본격적으로 불교가 속속들이 퍼진 건 신리가 그 강역을 본격적으로 넓히고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효, 자장, 의상 등의 고승은 얼마나 선종에 대해 열린 태도를 지녔는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교종 승려들입니다. 선불교는 크게 보아 대승불교의 일종이며, 영어로는 Zen이라 부르는데 이는 일본어의 차용입니다. 일본에서 선불교가 발달한 건 우리보다도 한참 뒤인데 이를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중국에서 발전한 오리지널도 아니고) 일본식 선종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건 조금 유감이긴 합니다.

이 책에서는 신라시대 자장, 원효, 원측 등을 불맥의 원조로 삼습니다. 이들 교종은 신라의 최상층 지배세력만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다고 하면 약간 지나친 면이 있지만, 여튼 이후에 중국 남종선을 기반으로 수입된 선종에 비하면 기층 민중 쪽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이미 8세기 중후반에 접어들면 선종의 세력이 훨씬 컵지며, 지방 호족 등이 이들 선종과 연합하여 민중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나가게 됩니다.

드라마 <태조 왕건> 같은 컨텐츠를 보면 사무외(四無畏) 대사라는 분들이 잠시 나오는데, "그윽한 도를 깨우쳐 무서울 게 없는 고승들"이란 뜻입니다. 네 명 중에 한 명은 탤런트 박병호 씨가 열연한 형미 대사이며, 다른 한 명은 이엄 대사인데 역사적으로는 형미 스님의 제자라고 합니다. 이 이엄대사야말로 9산 중 수미산문의 개조이며, 왕건 가문에 큰 영향을 끼치고 교분을 깊이 가진 승려인데 드라마에서는 큰 비중이 없습니다.

고려 건국의 주체는 호족이지만 이들이 힘을 합하여 구체제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세운 고려에서, 본디 선불교 위주 신앙이었던 것이 귀족 신분제가 공고화하며 불교가 다시 교종 우위로 약간 기운 양상은 좀 의외입니다. 천태종은 물론 선불교를 중시했지만 교종에 다소나마 더 무게를 둔 가르침이었죠. 이러던 것이 고려 최씨 무신 정권이 들어서며 선불교 위주의 조계종으로 여러 교단이 통합되고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릅니다.

책에서는 한국 불교의 거대한 맥락을 인물 중심으로 개관합니다. 어렵지 않고 초심자도 쉽게 읽어 이해할 수 있게 저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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