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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딩 타임 - 절대적 부의 영역을 창조한 시간 사용의 비밀
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송경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평점 :
저자 대니얼 해머메시는 미국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고 합니다(책날개 중). 저자는 정통파 경제학자(시카고 학파에 속합니다. p91)이며, 책 뒤표지에 나오듯 "'부(富)'와 '삶의 질'의 동시 달성, 노동과 휴식의 완벽한 균형"을 이 책에서 논합니다.
저자는 일단 발생률과 강도의 차이를 아냐고 독자에게 묻습니다(이런 접근부터가, 역시 학자의 그것답다 싶어서 좋았습니다). "빅3"라는 게 있는데 ㅎㅎ "잠자고, 돈 벌러 일하고, TV 보는 시간" 셋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비유는 남부 텍사스의 오스틴 같은 도시가, 비 오는 날은 적지만(발생률, 빈도 낮음), 한번 왔다 하면 많이 옵니다(강도 큼). 이걸 책 서두부터 강조하는 이유는, 시간 관리라는 것의 체계적 기초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좀 뒤인 p76 같은 곳에서 이 개념이 다시 강조됩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저자는, 무려 백 년이 넘도록 "경제학자들"이 우리 인간 활동의 범주를 대체로 어떻게 나눠 왔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1) 유급 근로 2) 가정 활동 3) 개인 관리(퍼스널 케어) 4) 여가 활동 등의 넷이라고 합니다. 2)는 다른 사람(가사도우미 등)에게 시킬 수 있으나, 3)는 그런 "아웃소싱"이 불가능한 가리킵니다. 3)에서 예컨대 머리 손질을 물론 다른 사람(미용사)에게 시키지만, 머리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또다른 사람을 사서 머리 손질을 "받을" 수는 없다는 그런 뜻입니다. 씻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씻음을 받게 하거나 밥을 대신 먹게 할 수 없다고 하면 이 뜻이 더 잘 와 닿겠습니다. "러시아 차르도 걸을 땐 자신이 걷는다." 배변, 수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아하지 못하다고 해서 아무리 돈을 많이 지불해도 내 배변을 남이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장이나 방광은 직접 비워야죠.
예전에 고 마이클 크라이튼은 "세탁기 등 편리한 기계가 발명되었으나 여성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진 게 무엇인가?"라고 소설 속에서 물었지만 이는 불합리하고 의도가 뭔지도 모를 질문입니다. 세탁기 사는 돈이 아까우면 직접 빨래를 하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아웃소싱의 대체안이 있는 2)의 가정관리이고 책에서도 분명히 그런 태도입니다.
3)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수면이라고 p56에서 다시 강조합니다. 아무리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기술이 발전해도 이게 2)로 바뀌기란 좀처럼 어려울 것입니다. 또 잘 행해진 수면에서 우리는 대체 불가능 급의 만족을 얻습니다.
3부에서 저자는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 즉 인센티브가 있고 다른 나라보다 일을 많이 하며 이런 노동 시간은 물론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워커홀릭"이 많다는 점 등을 요약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우리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부분이 많습니다. 먹고살 걱정 없는 강남 건물주인데도 남는 시간에 집에 있기 좀이 쑤셔서 배민 라이더를 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 있죠. 이게 현대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라이더는 없어서 못 구합니다. 여튼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1970년대만 해도 미국이 이렇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공공정책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건데(p93), 시카고 학파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생각하면 조금은 의외의 주장이긴 합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추세가 보편화하였고, 미디어는 "24시간 경제"라는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경제 활동은 쉴새없이 돌아가며 시차를 고려하여 미국의 근로자들은 전세계의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그러나 저자는 이 개념이 그저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오버타임(OT), 야간 인센티브 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죠(p106). 물론 탄력근무 시간제도 확산되었고 긱 경제는 그의 좋은 예입니다(p109). 이 챕터 말미에서 저자는 "근로시간이 일주일 전체에 확산하려는 현상을 줄이려는 정책의 부재(p110)"를 지적함으로써 앞에서 말한 "바뀌어야 할 공공정책(p93)"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하게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여성 경찰의 역할에 대해 큰 논란이 이는 중입니다. 이는 아직 일의 성 역할 분담에 대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죠. 저자도 5장에서 업무에 있어 성별의 의의를 자세하게 논합니다. 심지어 성별은 인간 존재적 특징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2), 즉 앞서 말한 가정 관리 활동에 시간을 덜 씁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겠으나 이제는 가사의 기회비용(=가사를 안 했을 시 그 시간에 직장에 나가 일을 할 경우 받았을 급여 등)을 남녀 동일하게 고려(p123)합니다. 직장에서의 급여가 남녀 성차별이 없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에서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돈을 적게 받는다고 하며, 이로 인해 여성은 '가정 관리'에의 인센티브가 더 커진다"고 합니다. 확실히 부조리한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이럴 바엔 집에 가서 밥이나 하고 애나 보자 같은 생각을 여성들이 더 쉽게 갖게 된다는 거죠.
p126 이하에는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총근로시간이 남녀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에 대햔 논의가 나옵니다. 이걸 원어로는 iso-work라고 하는데 국제표준기구인 ISO하고는 전혀, 젼혀 관계가 없으니 추가 이해를 위해 검색할 때 주의해야겠습니다. 책 미주를 보면 Burda 등의 논문을 찾아 보라고 하는데 제가 말한 대로 ISO 관련 말고 total work 등의 검색어를 쓰면 그 논문이 PDF 포멧으로 된 게 바로 나옵니다. 발췌가 아니라 논문 전편이 나오므로 읽어 보면 유익합니다. 그래프에는 특히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오히려 여성 근로시간이 더 적은 걸로 나와 역시 이 나라가 특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여성 근로 시간이 더 많게 평가됩니다.
p130에는 비가톨릭, 가톨릭 여부에 따라 이 iso-work가 어떻게 차이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위의 Burda 등의 논문도 거의 똑같은 논의를 합니다. 확실히 이 챕터에서는 해당 연구에 크게 의존하는 것 같습니다. 여튼 결론은 총노동시간이 균일해야 선진국이고 바람직한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iso-work의 또다른 함의는, 이것이 잘 이뤄지면 각 개인이 성별 차이 없이 동일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3)과 4), 즉 개인 관리 시간과 여가 시간을 합쳐서 가리킵니다. 미국에서는 카우치 포테이토가 대개 수컷이다, 즉 TV 시청은 "guy thing, 즉 남성의 일"이라 인식되는 게 재미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이 챕터에서는 성소수자 싱글, 혹은 커플에 따른 패턴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6장에서는 부부의 시간 보내는 패턴에 대해 더 깊은 논의가 이뤄집니다. 개인 말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나, 공동 활동을 모두 포함합니다)이 과연 어떠할지에 대한 논의인데 재미있는 건 남자가 여자보다 약간 더 시간이 많다는 점입니다. 분명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응답인데 어떻게 남자가 더 많을 수 있을까요? 또 미국 부부의 경우 이 시간이 다른 나라 부부에 비해 적다고 합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이는 미국의 노동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어서 그렇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들의 웰빙(well-being)에 도움이 될까요? 동성 배우자의 경우는 어떻겠습니까? 이 챕터에서는 이런 상식적인 궁금함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은 성인과 대조할 때 시간 쓰는 패턴이 꽤나 다를 것입니다. 또 노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인생의 전반은 인생의 후반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동연한이 훨씬 줄어든 만큼 이는 타당한 지적입니다.
8장은 민족과 인종에 따라(주로 미국의 사정이긴 하지만) 어떻게 시간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합니다.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아시아계(이 중 특히 아프리카계)는 백인에 비해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TV를 보며, 가정 활동에는 시간을 덜 쓴다고 합니다. 이는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급여와 기회비용의 차이(쉽게 말해, 급여가 적으므로 그 시간에 잠을 자도 시간이 덜 아깝다 같은) 등 인종 차별의 효과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도시인은 시골 사람에 비해 노동 시장에서 더 많이 시간을 쓰고 가정 활동에는 시간을 덜 쓴다고 합니다. 우리의 상식에도 맞는 결과입니다. 미국은 동서로 길게 걸쳐 있는 나라이므로 시간대의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대는 거주하는 사람의 행복, 심지어 살인율에도 영향을 끼치며(p241), 반대로 중국 같은 경우 자연적 시간을 무시하고 북경을 기준으로 한 동일 시간으로 통합하기까지 했습니다. 서머타임, 즉 DST는 이런 배경에서 특히 미국 사회에 널리 보급된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