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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블레스 유 - 적게 벌어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3단계 생각 플랜
정은길 지음 / 에디토리 / 2021년 5월
평점 :
"재테크는 원래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p47)." 요즘은 영 앤 리치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20~30대에 평생 쓸 돈 다 벌어 놓고 이후에는 여유롭게 사는 게 꿈입니다. 실제로 코인 덕분에 큰돈 번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고, 주변의 성공 사례를 보면 괜히 배만 아픕니다. 이때 저자는 찰리 브라운에 나오는 명언을 인용하며 이보다 더 맞는 말도 없다고 합니다. "내가 가진 건 나를 미소짓게 하며, 내가 못 가진 건 나를 우울하게 하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자." 또 요즘은 백세 시대이니(요즘 태어나는 애들은 150까지 산다고도 하니), 심지어 50대, 60대에 한 번 정도만 성공해도 재테크는 만족스러운 것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투자를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며, 정말로 50대 60대에 가서야 성공하자는 게 아니겠습니다.
p37에는 요즘 서울 집값이 엄청 올라서 다들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솔직한 느낌이 나옵니다. 해당 사항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요즘 말로 "벼락거지". p43). 그런데 집값이 오른 사람들은 그럼 어떤가? 오른 사람도, 다른 동네가 더 올랐으면 그것 때문에 우울하다고 하며, 또 열심히 일해서 번 돈보다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생긴 돈(아직 안 생겼지만)이 더 큰 걸 알고 허탈해진다고도 합니다. 사실 아무리 집값이 올랐어도, 이걸 당장 팔아서 차액을 실현할 게 아니면 내 돈이 아직 아닌 건데, 설령 판다고 해도 주변에 값이 다 오른 집밖에 없으니 이사할 데도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안 오른 곳으로 가자니 주거 조건이 좋지 않겠거나 (이런 상황에도 안 오른 집이라면) 보유 전망이 얼마나 암울하다는 뜻이겠습니까. 애초부터 여기서 딱 서울 생활 정리하고 귀농을 마음 먹었던 분이라면 모를까.
내 집 마련을 강력히 원하는 동기, 대한민국 사람이면 대부분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YOLO가 유행한다고 해도 절대 다수는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악착같이 아껴서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할 겁니다. 저자분 역시 20대때 이처럼 아껴서 반지하 빌라를 처음 마련했는데(7년 동안 저축하여, 29세때 1억을 모았다고 합니다. p23) 그 기쁨은 짐작이 충분히 됩니다. 어떤 분이 "그렇게 아껴서 뭐하게요?"라고 묻자 "집 샀어요!"라고 대답(p29)했다는데 이런 질문에 대한 가장 통쾌한 종류의 응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화려한 것만 같아도 이런 애환과 고충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남들 아무렇지도 않게 큰돈 버는 걸 보면 이른바 "현타"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돈태기 맞는다"라고 부른다고 하네요(p25). 여튼 저자는 그 동기가 어려서의 결핍이든 뭐든 간에, "핏빛처럼 선명한 목표"를 찾고 흔들리는 나를 다잡는다면 수시로 찾아오는 이런 "돈태기 맞는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과거의 후회에 발목을 잡힌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현재의 행복까지 모두 망가지는 것이다(p45)."라고도 합니다.
p34에는 "생각보드"가 나옵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 정은길 아나운서가 아닌, 가상의 이경자(2030 세대- 이제는 경제 자립하자라는 뜻으로, 저자이자 동시에 독자. p13) 씨가 대답한 내용입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우리 독자가 시도해 볼 수 있게 같은 시트가 나오네요. 저 뒤 p150 등, 이 책은 총 10챕터인데 매 챕터의 끝에 다른 9개의 보드들이 있습니다.
p75에는 저자가 젊은 시절 구입했었다는 반지하 빌라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전철역 도보 5분에 1층 위치라서 구입했으나 살아 보니 역시 단점이 나오더라는 거죠(머리말 중 p7에 "당시[2008]에는 무지해서" 그런 결정을 했었다고 합니다) . p76에는 이런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p94에 그 "사당동 소재" 빌라에 대해 또 후회하는 대목이 나옵니다(p112, p123에도).
"대출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p91)." 특히 저자는 당시 방송국의 정규직 아나운서여서 여러 우대 조건이 있었을 텐데도 "대출은 꼭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이를 꺼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시세가 이렇게 되고 보니 역시 집을 일찍 장만하는 편이 나았으며, 부동산 추세와 정반대로 움직였던 과거(머리말 중 p9)가 후회되었다고도 합니다. 빌라건 아파트건 처음에 장만해야 하는 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니 말입니다.
1) 진짜 마음에 드는 집 발견할 때까지 발품을 판다
2)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가 더 낫다
3) 대출을 무조건 두려워하지는 말라. 기회나 가능성이 있다면 이용하는 편이 낫다.
다만 내년이나 올해 하반기에 금리가 미국발로 오를 수가 있으니 주의는 필요하겠습니다.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오래간 적은 역대 없었으니 말입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상환이 꽤 부담이 됩니다. 2030은 이 역시 최근에 겪어 본 적이 없으니...
1) 내가 전세 준 아파트의 전세금이란 빚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자.
2) 수입의 100%를 빚 상환에 쓰지는 마라. 소득은 원래 물가 오르는 속도를 못 따라가니 투자를 해야 한다. 삼전이나 ETF 추천.
3) 잘 아는 지역의 아파트를 사라. (p97)
이 역시 저자분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참조하면 좋을 팁입니다. 특히 1)은, 전재산이 그 아파트뿐이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저자분처럼 따로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여유를 좀 가지고 상황을 보자는 뜻입니다. 2)는 투자에 좀 실력이 있으면 백번 추천해도 되겠죠. 원론적으로도 무조건 맞는 말씀이니 말입니다. 3)은, 책 조금 뒤 p114에는 다소 상반되어 보이는 충고가 나오는데, 맥락이 조금 다르니 주의해서 읽어야겠습니다. 모르는 지역은 가급적 피하되(원칙), p114에서 말하는 다른 장점이 있으면 꺼릴 필요가 없다는 뜻(예외)이겠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경기도 외곽에 빚 전혀 깨끗한 상태로 내 명의(정확하게는 부부 공동 명의)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이동이 불편해서 결국 (서울은 아니고 비교적 가까운) 1기 신도시로, "자가를 팔고 전세로" 이사했다고 하십니다(대출 없음). 근데 이게 네번째 실수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때는 갈아타기를 했어야 했는데 전세가 실수였다는 거고, 부족한 돈은 이때 대출을 받아야 했었다는 거죠. 구입을 망설인 건 첫째 대출에 대한 두려움, 둘째 직전 주택 구입시 처분이 너무 어려웠었다는 점 때문인데, 이거는 본래 환금성이 떨어지는 주택 형태가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p113에는 "살던 집의 전세를 내놓은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서 다른 집을 구입하면, 중개수수료는 집 매매시 발생하는 비용만 받는다"는 팁이 나옵니다. 이것도 전 몰랐는데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pp.126~130에는 전세 처음 구할 때 젊은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팁이 나옵니다(p194도 읽어 보십시오). 집주인들이 다 이렇게 몰상식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우리 아들이 결혼하면 계약 종료" 같은 불확실한 조건이 항상 걸리는 걸까요? (이 저자분이나, 이경자씨뿐이 아니죠) 야박하게 이런 것도 다 문서로 구체화하자고 할 수도 없고. 반대로, pp.131~135에는 몰상식한 세입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 왜 집을 사기 어려운가? 첫째 감당이 어려울 만큼 올랐다. 둘째 상투 잡을까 겁이 난다. 두번째 이유는 모든 투자에 다 공통적인 심리겠습니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데서 파는 게 기본인데 그게 판단이 쉽지가 않죠. 이럴 때에는 "어차피 나와 잘 맞는 집이라면 후회없다"는 생각으로 사라고 합니다. 집은 반드시 투자 목적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원래는 내가 입주하여 이용하려는 거죠(모든 게 다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그저 막연히 느낌상 맞기만 하다고 살 게 아니라, 이 책 p76의 체크리스트를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또 전문가들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고 자신이 잘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p147). p161에는 "집값이 설령 떨어져도 되는, 나만의 가치가 담긴 집을 찾으라"고도 합니다. p172에는 "내 집 마련은 믿음과 용기의 문제"라고도 합니다.
요즘은 포털 뉴스에 달리는 댓글을 안 보고 살 수가 없습니다. p154에 실감나는 말씀이 있는데, 폭락론 믿는 사람은 "막차 타다 골로 간다"고 하고, 그 반대편은 "그러니 당신이 무주택자인 겁니다."라고들 하죠. 아주 자주 보는 패턴입니다. 2010년 즈음에도 X대X씨 같은 분들이 "인구 절벽, 대가족 감소, 현재 넓은 평수 아파트 수요 급감, 소형 주택 위주 전환, 집값 폭락"을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p204에 보면 그러나 1인 가구라 해도 꼭 작은 평수 방 한 개만 선호하라는 법은 없다고 나옵니다. 이 역시 맞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2020년 초에도 폭락론이 나왔기에 그말만 믿었는데 시장은 웬걸 정반대로 움직였죠. 사실 저런 말들이 큰 추세로 보면 결국은 맞을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미시적으로 아주 복잡한 추세를 보이며 격동하기 때문에 거시만 믿고 가면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판단대로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했으면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게 저자의 충고입니다.
"노동의 가치가 퇴색(p186)"되었음을 확인하는 게 최근 집값 상승이 부른 가장 씁쓸한 점입니다. 그러나 여튼 내 집 마련은 필요하며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p178)라고 합니다. p97에서 "그전보다는 세상을 조금 더 아는 언니가 이제 된" 저자께서는 MZ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피부에 더 와 닿고 솔직한 팁들을 이 책에서 전해 줍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는 말은 가식이 없고 너무 솔직해서 좋습니다. 또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p187에서 주식 매도타이밍을 놓쳐 현재 8년째 장투 중이시라는 말을 읽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쩜 이렇게 다들 비슷한 모습일까요. 적어도 이 책은 독자의 상처 입고 불안한 마음은 확실하게 달래 주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