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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지 않고 행동 수정하는 ABA 육아법 : 문제행동편 - 행동분석전문가가 Q&A로 알려주는 문제행동 중재 방법
이노우에 마사히코 지음, 조성헌 그림, 민정윤 옮김, 홍이레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12월
평점 :
요즘은 산모들이 노산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중국발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 등 다른 원인 때문인지, 장애아, 자폐아, 과잉행동증후군 등 아동들과 부모님들께 다양한 고민이 생기는 듯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비율 정도는 있었는데 요즘은 한자녀 가정이 많고 양육에 더 정성을 들이다 보니 이런 예외적 현상이 우리 눈에 더 부각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의학적으로 어떤 근본적인 방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텐데 참 걱정입니다. 여튼 행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동, 자폐아 등에게는 전문가들이 기존에 마련한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과 처방약이 그나마 도움이 될 테니 부모님들이 잘 참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응용행동분석학, 임상심리학, 장애아심리학 전공이며 현재 돗토리대학원 임상심리학 교수라고 합니다(앞 책날개). 무지한 탓에 저는 처음에 ABA 육아법이라고 해서 저자(들)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이론에 이름을 붙인 건가 착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고 Applied Behavior Analysis의 약칭, 즉 학문적으로 이미 튼튼한 베이스가 있는 이론체계였습니다. 응용행동분석은 pp.18~19에 아주 간단한, 그러나 핵심만 짚은 설명이 나옵니다.
p18에서는 ABA가 특히 "자폐아" 같은 발달장애 치료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모든 행동을 아주 잘게 쪼개어 효과적인 치료에 접근하며" "언어인지, 사회성 강화뿐 아니라 옷 입기, 양치" 등 일상적인 동작 하나하나에 도움이 되는 "포괄적인(comprehensive) 프로그램(p19)"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자폐아를 둔 부모님만을 위한 건 아니고, 일반적으로 이상행동이다 과잉행동이다 하는 걸 자신의 아이가 보이곤 하는 부모님들 경우라면 두루 읽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의 편저자는 이오우에(井上)마사히코(雅彦) 교수 한 분이지만 pp.6~9에 나오는 추천사를 보면 추천사를 쓴 윤지은, 김수정, 허은정, 김명하, 홍준표, 한상민 여섯 분과, 옮긴이인 민정윤 소장은 모두 행동분석가(BCBA) 자격을 갖고 있네요.
BCBA가 뭔지를 몰라서 찾아 보니 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t라고 구글에 나옵니다. behavior analyst는 이해가 되고 board-certified에서 어떤 board가 certify 해 준 걸까 더 읽어 보니 the Behavior Analyst Certification Board라고 합니다. 협회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하니 BCBA는 석사급, BCBA-D는 박사급입니다. 이 책 감수자 홍이레 고문, 또 위 여섯 명의 추천인 중 윤지은 교수, 허은정, 홍준표 세 분 등 모두 네 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독자들도 이런 기관이 있다는 걸 알고, 젊은 분들은 혹 진로를 그쪽으로 모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CICS와 ICE 중, ICE의 NCCA 인증입니다.
일단 문제행동이 어떤 걸 가리키는지부터 잘 판단을 해야 합니다. 엄마들은 대개 아동행동 문제의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아닌데도 성급히 특정 행동을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거나, 혹은 반대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예사로 봐 넘기곤 합니다. 문제행동이 문제행동인지 아닌지는 특정 상항의 맥락, 행동의 주체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일단 책 p32에 나온 예시를 잘 읽어 본 후, 자세한 건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어떤 행동이 문제행동이라면 약화(퍼니시먼트. 줄이는 것), 소거(익스팅션. 더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를 해야 합니다(p36). 큰 소리로 울거나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다든가 하는 행동은 일단 문제행동으로 봐야 하며(더 확실한 건 전문가 상담이 필요), 처음에는 이런 제지를 위한 행동이 더 역효과를 부르기도 합니다(전문용어로 소거 폭발[익스팅션 버스트]이라 칭한다고 하네요). 소거 폭발시에는 부모님이 꾹 참고 아이가 원하는 결과를 절대 베풀어 주지 않아야 합니다. 해 주면 이는 강화(인포스먼트)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강화, 약화, 소거 이전에 이런 행동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TV를 없앤다든가 다른 여가 활동을 마련) 이걸 "선행 중재(앤티씨던트 인터벤션)"라고 합니다.
질문을 하면 아이가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질문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반향어(p51)라고 합니다. 항상 이게 문제행동이라는 법은 없으므로 이걸 그저 제지하기보다는 이를 대체할 바람직한 적절한 행동을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벤션은 본래 "개입(p70)"이란 뜻이지만 책을 잘 읽어 보면 확실히 이 이론체계에서는 "중재"라는 번역이 맞는 듯합니다. 학문적 번역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까요. 이 체계에서는 특히 ABC 기록이 중요한데 A는 앤티시던트(=선행행동), B는 비헤이비어(행동), C는 결과(칸시퀀스)이며 이를 시트(sheet)에 다 기록을 해 두어야 합니다(p62). 이 시트는 행동 관찰 시트이며, "전략 시트"는 따로 있는데 제3부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행동관찰에는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기록하는 게 중요(p60)하며 그저 막연히 "아이가 너무 산만하다" 식으로 적어서는 안 됩니다. 기록을 할 때에는 긍정형으로 적어야 하며 부정형은 안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긍정 부정이란 태도나 시각에 희망이 들어가고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구체적으로 했다"가 긍정이며, "무엇을 하지 않았다"가 부정 서술입니다. 이런 식의 부정 서술은 아무 소용이 없죠.
p78부터 전략 시트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옵니다. 행동 관찰 시트는 적는 내용이 자세해야 하고 시트 폼 자체는 단순하지만, 전략 시트는 행동 관찰 시트에 대응 전략이 추가되므로 형식이 더 복잡합니다. 작성이나 활용 방법 자체는 복잡하니 않으니 p79에 나온 예시를 직접 보고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저작권 때문에 이 독후감에서는 사진 생략). 특히 C, 결과란 체크에서 해당이 되는지 안 되는지 헷갈린다면 일단은 모두 체크하라고 합니다.
p126에는 경도의 지적장애가 있는 5세 아이를 둔 엄마의 상담이 나옵니다. 무모하고 집요(책의 표현입니다)한 요구를 하면, 물론 이는 강화(리인포스먼트)가 되므로 이걸 들어줘선 안 됩니다. 대신 "브로큰 레코드 방법"을 쓰라고 하는데, 당장 기분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말을 되풀이하라는 거죠. 짜증을 낼 때는 일단 엄마가 다른 방으로 피하라고 하며,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진정시키면 짜증내기 행동의 강화가 되므로 안 된다고 합니다. 실제 이런 일을 겪으시는 부모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하나의 상담례뿐 아니라 4부 150부 전체가 39개의 상담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방이 아주 구체적이므로 일단은 책에 나온 부분만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더 자세한 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겠으나).
p162에는 이동 순서에 집착하는 아이에 대한 고민이 나옵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도 배우 잭 니콜슨이 이런 강박증이 있는 작가 역을 연기했었죠. 경도의 지적 장애가 있는 4세아라고 하는데 전문가의 해답은 이렇습니다. "특정 루트에 대한 집착이 평생 가지는 않는다. 한 발 물러서서 지켜 봐 주는 여유를 갖는다. 만약 특정 이동 지점이 위험하면 이는 적극적으로 말려야 하므로, 지도(간단한 그림지도) 등에 스티커를 붙이고 피하게 가르치며 피하는 행동을 하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 등입니다.
ABA 방식의 가장 탁월한 점은 "아이의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감정과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두며, (그래서 이 이론 체계에서는) 행동의 형태보다는 기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p9의 한상민 전문가 추천사 중).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섬세하게 지도하는 데에는 이만큼이나 많은 수고가 들며, 그저 기저귀나 갈아입히고 끼니 밥이나 챙겨 주는 게 육아의 전부가 결코 아님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보상, 강화, 소거 등의 방법을 보니 어린이 양육은 거의 애완동물 키우는 만큼이나 잔인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안이하게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