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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취미세요? - 걱정을 사서 하는 당신을 위한 잡걱정 퇴치술
세라 나이트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지만 우리는 대부분 걱정을 달고 삽니다. 나이키의 예전 광고 문구 "Just Do It!"도 알고 보면 걱정이라는 정신 작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걱정을 할 시간에 내실 있게 미래를 준비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고 또 그게 옳지만, 우리 마음이 그리 편하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거지 같은 일을 겪는다. 다만 거기에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p16)." 저자의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이런 말도 나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그리 나쁜 상황은 뭐 아니네. '- 세상에 이런 허튼소리도 없다. 아무리 선의로 이런다 해도 말이다." 진짜 그렇습니다. 허튼소리일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다 잘된다니 자기 일 아니라고 말 함부로 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영어의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될 것 같으면 뭐하러 애초에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나마 걱정을 하고 있는 중에 그 걱정하던 나쁜 일을 당하면 마음의 준비가 된 덕에 타격을 덜 받는 면마저 있습니다. 무방비상태에서 일이 터지면 얼마나 대미지가 더 크겠습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이 책 역시도 "다 잘될 거야" 류의 무책임한 소리를 할 줄 알았으나 저자의 저 말을 읽고 믿음이 강하게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이어 저자는 카테고리를 나눠 설명합니다.
1) 어떤 일은 정말로 잘된다.
2) 때로는 그렇지 않다.
3)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당신이 과민반응한다.
4) 진짜 상황이 심각하게 안 좋은데 당신이 둔감한 경우도 있다!
이어 저자는 자신이 이렇게 독자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1)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 당장은 기분이 좀 괜찮겠으나 달라지는 게 없고, 심지어 대개는 기분도 그리 좋아지지 않는다! (진짜 맞는 말)
2)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나, 이에 대처하는 당신의 행동은 당신이 통제 범위 안에 있다.
3)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4) 상상하는 일 중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난 확률이 낮다.
5) 어떤 건 막을 수도 있고, 어떤 건 나쁜 결과를 완화할 수 있다.
6) 어떤 일은 당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으므로, "걱정이 쓸데없음"을 먼저 인정한 후 그저 잊어야 한다.
저자는 이어서 "①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과 "②그 일에 실제로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구별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게 잘못된 이유는, ②를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①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책 내용을 보면 키가 150cm를 좀 넘는 아담한 여성분인 듯합니다)는 남편과 함께 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주한 후 새로 살게 된 집에서 타란툴라 독거미를 마주했습니다. 이때 저자는 매우 놀랐으나 곧이어 녀석은 다리가 하나 없다, 우리 부부는 놀러갈 계획이 있고 거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 집에 이미 들어온 독거미를 내몰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등을 생각하고, 힘든 일(살살 독거미를 몰아 물통에 가둔 후 숲에 풀어 줌)은 남편에게 시킨 뒤 자신은 예정되었던 보트 여행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패닉 상태에 빠져 "집을 불태운다든가 하는 짓(전에 부동산 중개인 앞에서 그렇게 되뇌곤 했답니다)"은 전혀 쓸데없음도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고요. 걱정과 비이성적인 반응, 그에 따른 극단적인 행동(불을 지름)은 아마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 주말을 완전히 망쳤을 겁니다.
저자는 이미 많은 책을 발간했고 그 중에는 실용적 충고를 하느라 다소 거친 표현이 들어간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독자들은 "(안티히어로가 아니라) 안티구루"라고 그녀를 부른다는데 자신은 그 별명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하는군요.
유리 멘탈, 멘붕의 얼굴(p124:6)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p49)
불안, 슬픔, 분노, 회피.
이 네 가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가르쳐 주는 게 책의 핵심(책 저 뒤 제4장 p248부터 체계적인 대처법이 나옵니다)인데 그 전에 일단 "멘붕자원(p62)"이 뭔지를 알고 이를 멘붕에 대처하는 자원으로 쓸 줄을 알아야 한다네요. 그것은 시간, 에너지, 돈, 그리고 (타인, 즉 친구나 가족 등의) 호의입니다. 그리고 걱정이 생겼을 때 즉시, 즉시 통제할 수 있는 건 바로 "감정적 반응"이라고 합니다.
일단 어떤 일이 걱정 "레이다"에 포착되더라도 어떤 건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고, 어떤 건 아주 높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이걸 저자는1~5등급으로 나눕니다. 설령 이 중 5등급, 즉 아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해도, 이미 벌어지거나 임박한 것보다는 후순위로 밀라고 저자는 조언하네요(p105). "먼 일의 예"로는 "언젠가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른다", 임박한 일의 예로는 "회의에서 했던 부적절한 농담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등입니다. 백내장 수술 같은 건 물론 큰 수술이긴 하나 이제는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너무 큰 걱정은 필요 없지 싶습니다.
멘붕 자원을 시간, 에너지, 돈으로 저자는 앞에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정말로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일(p114)에 대고 절대, 자원(한정된)을 낭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pp.114~121에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예가 죽 나옵니다. 민주주의의 붕괴(ㅋ), 정리해고, 이가 몽땅 빠지는 일, 못생긴 아이 출산 등. 마지막 것은 정말로 많은 산모들이 걱정하는 일이지만, 걱정한다고 뭐가 바뀌는 게 아니고 산모나 의사 그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미래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은 어떨까요? 이건 노력하기에 따라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죠(이것 관련 조금 뒤 p147에 유익한 충고가 하나 나옵니다). 통제가 가능한 범주에 속합니다. 이가 빠지는 건 꿈에 나오면 통제와 관련된 쪽으로 해몽을 보통 하는데 저자도 이런 해몽 상식(?)에 대해 농담을 곁들여 언급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건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받아들이"는 게 "엿 같은 일을 기뻐하라"는 게 아니고(p125), 그저 그 일은 이미 일어났으니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하라"는 거라고 하네요. pp.114~121에 제시된 절대 질문에 대해(=내가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 모두 "아니요"라고 대답이 나왔다면 그게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증거라고 합니다.
역으로 타인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 주면서 나의 걱정을 더는 방법(p130)도 있다고 합니다(아주 자세한 내용은 p251에 나옵니다). 혹은, 지금은 잠을 자는 게 더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라든가...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는, 걱정거리를 오늘의 나보다는 내일의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인데, 그 "내일의 나"를 좀 더 좋은 출발선상에 세우는 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거죠. 여튼, "내가 이 시점에서 '그나마' 내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가?"가 핵심일 듯합니다. p139에는 나에게 걱정거리를 준 그놈에게 복수하기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언제나 이걸 해결하는 전제가 되는 건, 걱정거리를 "발생 가능성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누는 작업"입니다.
걱정을 해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걱정하면 어떨까요? 저자가 명명하기로는 이것이 PHEW 기법이라고 하는데 p147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이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정말 조금이라도 관련된 실천을 하면서 걱정도 덜고 아주 작게나마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도 하라는 건데요. 예를 들어 태어날 아기가 못생길까 걱정되면 옛 사람들 충고대로 좋은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고, 좋은 음악을 듣거나 잘생긴 사람들 사진을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보거나... 물론 이런다고 못생긴 아이를 낳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0.0000000000001%이라도 영향을 줄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마음을 좀먹는 것보다는 낫겠죠.
읽으면서 이 점도 많이 공감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실제(객관적)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믿으며 산다"고 합니다. 이걸 파국화라고 부른다고 하네요(p171). 이게 습관이 되면, 1등급 사건을 5등급 사건으로 만들어 실제로 내 자신이 "통제"하여 내 앞에 부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불안이 초래하는 생각 과잉이, 혼자서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도미노를 저 혼자 쓰러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그리도 강조하나 봅니다.
2장에서 "감정 강아지를 우리에 가두는 방법"을 가르쳤다면, 3장에서는 "이성의 고양이를 움직이게", 즉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재앙이 터지면 물론 가장 좋은 건 "완전 복구"이나 때로는 차선책에 만족하고, 어떤 경우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기본 생존)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리고(사전 행동), 그 후에 "대처(사후 행동)"를 해야 합니다(p191).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최악보다는 그래도 차악이 나음을 납득해야 합니다. 이 3장에서 상황 파악, RIO(realistic ideal outcome. p35, p187, p197.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결과 판단), 트리아지(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응급처치. p193, p200)의 3단계가 기본적인 프레임입니다. 항상 유연성(p205)을 잊지 않아야 하고, 모든 것은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는 점(p211)도 명심하라고 합니다. RIO의 구체적인 예는 4장에서 하나하나 예시를 들며 "당신의 RIO는 무엇인가를 놓고 두 개 중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정답이라는 건 없고, 화살표 알고리즘처럼 자신이 고른 답을 따라가면 뒤의 페이지(pp.268~308)에 각각의 해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부분은 역시 "걱정의 등급 나누기"였는데 등급을 나누고 보면 최소한의 견적이 나오고 그때부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럭저럭 헤쳐나갈 만한 난감한 일(p214)", "삶을 삐걱이게 하는 짜증나는 일(p219)", "일상을 무너뜨리는 괴로운 일(p228)" 등으로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다양한 예를 제시하는데 재미도 있고 실제 이런 일이 닥치면 어느 정도는 누구나 써먹을 수 있는 "심리적 도구(p244)"이기도 했습니다.
걱정을 버리면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p310). 이 책에서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제공해도, 내가 내 문제에 대해 "어디서 돈이 한 십억만 공짜로 생겼으면 좋겠다" 같은 비현실적인 해답만 염두에 둔다면 고민과 걱정이 그칠 날이 없을 겁니다. 최대한 걱정과 고민을 내가 다룰 수 있는 유순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고, 타조 상태(문제를 무조건 회피하려는 태도)를 벗어나야 하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서 가능한 한 나쁜 결과를 돌려놓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