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닭다리 탐정 - 비밀 짜장 소스 도난 사건 명탐정 닭다리 탐정 1
정인아 지음, 정예림 그림 / 모든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은 닭다리 탐정이며, "박 조수"가 항상 그를 따라다닙니다. 이름이 괜히 닭다리 탐정이 아니라서 변신을 할 때에는 "완전한 닭의 모습"으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닭다리 탐정도 특이하지만 박 조수가 더 놀라웠는데 p3의 등장 인물 소개를 보면 "스마트 황금 젓가락"를 귀에 꽂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귓구멍에 꽂는 게 아니라(그랬다간 크게 다칠 수 있어서 위험하죠), 귀 뒤에 꽂아 놓고 다닌다는 뜻 같습니다.

이 황금젓가락 기능이 예사롭지 않아서 중간쯤의 p23을 보면 이 젓가락을 빙그르르(큰따옴표가 쳐진 걸로 봐서 다르게 돌리면 안 되고 반드시 "빙그르르" 돌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돌리면, 그 근방의 모습이 360도 입체 촬영된 후 홀로그램으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냉장고를 찍으면 그 속까지 다 보인다고 하는데 투시 기능도 있나 봅니다. 이걸 박 조수 혼자서 개발한 건 아니고 닭다리 탐정과 함께 개발했다고 나오는데 박 조수의 본업은 "요리 과학자"입니다. 참 다재다능한 캐릭터 같습니다.

박 조수는 특히 닭강정 요리를 잘 만든다고 하는데 닭 요리에 관한 한 모든 걸 다 좋아하는 닭다리 탐정이 절대 이 박 조수를 곁에서 멀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사람에 비하면 렉스 스타우트가 만든 니어로(=네로) 울프의 컴패니언 아치 굿윈은 아무 쓸모도 없는 조수죠. 농담따먹기 말고는 특별한 재주가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울프가 그렇게나 음식을 좋아하는데...

p7에는 실제로 닭강정 만드는 방법이 그림과 함께 나옵니다. 이뿐만 아니라 p19에는 닭다리 튀김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진짜 레시피입니다. 사건이 다 해결된 후인 p77에는 금먹방 셰프의 짜장면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이거는 레시피까지는 아니고 그림만 참 맛있게 보이는 정도입니다. 이 책은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그림이 너무 선명하고 예쁘게 그려져 있어서 그냥 그림만 봐도 재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p77의 내용은 레시피가 아닌데도 레시피 같은 착각을 안기게 그림이 잘 그려졌습니다.

"아니 어떻게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를 알 수 있나? 나도 분명 보았는데 어떻게 자네만 알고 나는 모를 수 있지?" "왓슨, 그것은 본다고 되는 게 아니네. 관찰을 해야지. 아주 기초적인(elementary) 것이야." 명탐정 중 가장 유명한 셜록 홈즈와 왓슨이 나누곤 했던 유명한 대화입니다. 이 책의 닭다리 탐정은 셜록 홈즈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계단 올라오는 소리만 듣고도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맞힐 뿐 아니라 앞치마 펄럭이는 소리까지 듣고 그 주인공이 "금먹방 셰프"임을 정확히 추론(p9)해 냅니다. "관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p73에서 닭다리 탐정이 다시 강조합니다.

금먹방 셰프는 요리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이었는데 비밀리에 만들어 온 짜장 소스가 도난을 당했습니다. 이거만 있으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인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10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금 셰프로서는 매우 난감한 처지가 됩니다. 사람들은 짜장 소스를 훔쳐 자신의 요리에 쓰고선 우승을 노리는 자의 소행이라고 추측합니다.

<태조 왕건>에도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은 아들이 큰일을 저지르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금셰프는 평소에 자신의 아들인 "금주방"이 자신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닭다리 탐정도 일단 그를 의심하여 꼬치꼬치 캐묻지만 "이런 놀라는 표정이 연기일 리가 없다!"며 용의선상에서 제외합니다. 닭다리 탐정도 형식적인 알리바이나 범행 동기만 따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표정, 기색을 따진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저는 예전에 크리스티 여사의 <목사관 살인>을 읽고 그 결말을 봤을 때, 그 사람이 범인이라면 어떻게 그처럼 대단한 연기를 통해 주위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을까? 이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는 수상한 기색, 당황하는 태도 같은 게 (법적인 증거로서 효력은 없어도) 더 큰 단서가 되겠으며, 닭다리 탐정이 이런 점을 중시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외 용의자는 보조 요리사, 장요기(금셰프의 고향 후배), 넘버투(금셰프 식당의 주방장이며 요리 대회 우승자) 등입니다. 뒤의 두 사람들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범인은 p49 이하에서 밝혀지는데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의외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용의자가 세 명밖에 없고 그나마 한 명은 조기에 제외되었는데(이런 장르에서 초기에 명탐정이 확신을 갖고 제외하면, 그 사람은 아무리 수상쩍어도 결국은 범인이 아닌 걸로 드러나죠), 어떻게 의외가 될 수 있느냐? 뭐 여튼 의외는 의외입니다.

범인만 밝힌다고 다가 아니라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까지도 다 해명을 해야 합니다. 원래 고전 추리물은 범인만 오리무중이 아니라 범행방법도 미스테리입니다(밀실 살인이라든가). 현실적으로 이는 수사당국이 형사재판에서 전과정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그저 장르문학의 관습이 아니죠. 닭다리 탐정은 여기서 범행 방법도 다 해명을 해 냅니다. 그리고 p73에서 "관찰을 하세요 관찰을!"을 외치는 거죠.

수수께끼 세 개가 나오고(해답은 바로 뒤 페이지에 나옴), 미로찾기 가 pp.34~35, pp.58~59 두 군데에 나옵니다. 미로찾기의 해답은 책 맨뒤에 몰아서 제시됩니다. pp.34~35의 미로찾기에 보면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노랑색 모자에 햄버거를 먹는 아이를 찾아 보세요"라는 말이 있는데 이거는 미로찾기에의 힌트가 아니고 별개 문제로 봐야겠습니다. 그 아이는 p35의 하단에 있는데 아이가 서 있는 지점은 사방이 막혀 있어서 닭다리 탐정의 자동차가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pp.90~91에 다른그림찾기가 나옵니다. 난이도가 좀 높아서 신경 쓰고 찾아야 하겠으며 닭다리 탐정 이야기가 너무 좋았던 어린이 독자에게는 큰 선물입니다.

하드커버판입니다. 혹시 책날개(하드커버니까 책날개가 없지만)나 뒤표지에 시리즈 다른 권 소개가 있을까 싶어서 봤는데 이 책이 닭다리 탐정의 첫번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꼭! 후편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읽은 어린이책 중 개인적으로 최고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