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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머니전략 - 친환경 테마주부터 ETF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린 투자 가이드
황유식.유권일.김성우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 머리말에서는 세계적인 석유 기업 BP의 정기 보고서(Apr 2020)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는 2019년이 정점이었으며 이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내용을 인용(p7)합니다. 40년 전에는 인류가 쓸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이 곧 한계에 달한다고 예측했으나 이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석유 시추 기술이 그간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특히 최근 지속적으로 석유 소비를 감소함에 따라 자연 고갈보다 훨씬 이전 시점에 수요 커브를 반대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2020년 4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WTI가 마이너스 가격을 잠시 기록하는 등 충격적인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한때 금처럼 귀히 여겨지고, 유전의 발견이 팔자를 고치는 횡재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던 걸 떠올리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세상이 변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유 회사들이 다우존수 지수 산출 pool에서 퇴출(p107)되고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일상처럼 일어납니다.
한국에서도 작년 문재인 대통령과 홍 부총리가 그린 뉴딜 안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책 p33에는 EU 27개국 정상들이 2050 탄소중립을 발표했고, 집행위원회에서 "그린딜"을 천명하는 등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간 이어오던, 또 좀처럼 방향이 선회될 것 같지 않던 약탈적이고 소모적인 에너지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뀔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고 나옵니다.
캘리포니아는 전면에 태평양을 두고 배후에는 광범위한 산지를 두었기에 특유의 쾌적한 기후가 유지됩니다. 이러던 캘리포니아가 최근에는 끝도 없이 빈발하는 산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호주도 그러하며 2016년, '18년에는 한국에서도 이유 모를 산불이 강원도 일대에서 꼬리를 무는 등 이상 현상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자들은 이 모두가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책에서는 p50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관심함, 인식 부족 등을 비판합니다. 비판 받아야 할 건 트럼프뿐이 아니라, 탄소 소요 에너지의 과다 사용과 환경 오염에 무지하고 무신경한 우리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자, 이런 이상 기후 현상과 대기 오염, 환경 파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운동이, 이 책 제목이기도 한 "머니 전략"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관계가 있어도 아주 크게 있습니다. 우선 작년 문정부에서 발표한 "그린뉴딜"만 해도 발표 즉시 해당 종목들 가격이 크게 들썩였습니다. 그러니 그린 트렌드에 무관심하고 "아 돈벌이하고 환경보호는 원래 반대로 가는 거야" 같은, 예전식 생각을 해서는 이제는 안 되는 겁니다. 또 MSG, 아니아니 ESG라는 말 자체가 작년 이맘때 제이피모건社에서 낸 리포트에 있는 말이고요. 이 키워드가 일파만파가 되어 작년 하반기에는 한국의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을 대대적으로 선언(p253)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기업 오너의 대외 발표는 여러 다른 계산이 복합적으로 배경에 깔려 있는 게 보통이지만 SK 같은 대기업이 공개적으로 ESG라는 추상적, (어쩌면 아직은) 비주류적 가치(그렇지 않습니다만)를 전면에 천명하고 나선 건 전에 없던 대사건임이 분명합니다.
SBTi라고 들어 보셨나요?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의 약자입니다. 기업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업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해도, 과연 이것이 환경 보전에 얼마나 기여가 되는지, 과학적 근거는 갖추었는지에 대해 확신이 안 설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특히 여러 투자은행, 시중은행 들이 참여한다는 게 돋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구은행, SK텔레콤, SK증권, 신한금융지주회사 등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뒤의 두 기업이 우리 나라에서는 투자은행에 가깝습니다.
ESG라는 말을 처음 만든 곳도 그렇고 투자은행, 증권회사에서 이처럼 "그린"의 가치에 적극적인 건, 일반 투자자, 특히 소액 개미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 그들이 환경 가치의 중요성을 적극 인식하고 일상에서 직장에서 행동에 옮기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떤 부정적 이슈라도 등장하면 커뮤 게시판 등을 통해 네티즌들이 불매운동 정보를 급속히 공유하는 풍조를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기업이 반환경 혹은 반사회적이라고 찍히면 주식시장에서도 상당 기간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는 p76 이하에 특히 "금융기관들의 책무"에 대해 자세히 나옵니다.
요즘은 빅데이터 시대이므로 기업마다 광범위하게 고용량 데이터센터를 갖춰 운용합니다.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가 이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에 슈퍼사이클이 온다는 말도 허황된 게 아니었습니다(요 며칠 삼전이 공매도 때문에 고생 중입니다만). 애플은 데이터센터마저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으며(p82) 재생에너지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이의 생산 등에 기여할 것을 오래전부터 약속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벅, 그리고 (애플의 협력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이 사항들이 예쁜 컬러 일러스트, 인포그래픽으로 설명되어서 우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다른 PT 자료 등에 원용하기 좋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책의 3부가 시작되는 p109 이하에서 ESG의 뜻이 더 자세히 설명됩니다. 어쩌면 책의 진짜 중요 파트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독자가, 이 책을 골랐을 때는 "머니 전략"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ESG는 과거의 사회책임투자 개념과 유사하나, 네거티브 스크리닝(감시, 배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점수제로 기업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요즘 증권 투자자들이 관련 뉴스에서 매일 듣다시피하는 MSCI 중 ESG 리더스 지수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합니다.
노르웨이 국부 펀드 같은 경우는 ESG 지수가 낮은 기업이나 섹터는 아예 포트폴리오에서 빼놓는다고 하네요.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이미 ESG에 따라 다양한 판별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가뜩이나 평판과 (심지어) 루머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증권 가격인데 이런 레퍼런스 지표까지 마련되어 있으면 영향을 안 받을 리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국부펀드 유사 성격으로는 연기금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런 큰뭉치 돈은 수익률만 따라 움직이는 게 결코 아니며 동시대의 가치와 아젠다에 밀접히 그 움직임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펀드매니저, 운용역들이 매번 개인적인 판단, 순발력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증권회사의 상당액 자금은 이미 프로그램 매수 매도에 따라 왔다갔다 합니다. 지수 편출입은 매우 큰 이벤트이며 편출입은 앞에서도 말했듯 ESG 점수에 영향을 받고 편출입에 따라 매도와 매수는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대형지수 편출입을 그리 신경쓰지 말라고도 하나(선반영) 막상 당해보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개인 투자자가 실감하는 겁니다.
지금은 확실히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작년 6월 전에 테슬라 주식을 산 서학개미들은 큰 돈을 벌었고 2,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대거 미주 투자에 뛰어든 것도 이 무렵입니다. 돈의 움직임은 실무보다 몇 걸음 앞서가기에 설령 아직 청색 번호판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이제 몇 년 안에 전기차 웨이브가 거리를 메울 것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며칠 전 SKiet가 신규상장되었는데 첫날 따상이 아닌 따하를 기록하는 통에 많은 이들이 실망하기도 했죠. 이 이슈는 결국 이 회사의 특장인 분리막 생산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하게 수익원으로 기능하냐에 달렸는데, 책 p169에서도 "아직은 먼 당신"쯤으로 표현하고 있듯 전고체 배터리가 현 시점에서는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긴 합니다. 하지만 주식이란 언제나 전망치의 반영이기에, 한국의 증시 참여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락업 물량, 기한 등 다른 다양한 변수가 있었겠습니다만. 책에서는 퀀텀스케이프(美), 솔리드파워(2021. 5 현재 기준 비상장) 등의 종목을 소개합니다.
부생수소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일반 투자자들도 다 알 만큼 주목 받습니다. 아직까지는 완전한 친환경 생산에 기술적 장벽이 높기에 현시점에서 꿩 대신 닭으로 고려해 볼만하죠. 책에서는 관련 종목으로 덕양, 린데 등을 듭니다. 제이엔케이히터, 현대로템(꼭 대북 테마이기만 한 게 아니죠) 등도 주목할 만하다고 권합니다. 수소 연료 전지 부품 관련하여 상아프론테크, 효성첨단소재 등도 여러 전문가들이 추천하곤 하는 단골 종목입니다. 두산퓨얼셀도 작년 하반기 내내 화제였습니다.
작년 11월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풍력 관련도 크게 들썩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강엠엔티, 씨에스윈드, 세아제강, 유니슨, 씨에스베어링, 동국S&C 등이 관심 종목이었는데 이 책 p218 이하에도 자세히 소개됩니다. 중국 기업으로는 금풍과기 같은 게 생소하지만 이 책에서 거론하네요.
말도많고 탈도 많지만 태양광 역시 그린에너지의 핵심 섹터입니다. 특히 책에서는 중국이 그리드 패리티를 앞당겼다며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것을 예상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종목으로는 한화솔루션(코스피), 징코슬라, 통위, 다초(이상 해외 주식) 등을 추천하네요.
"한국은 세계적인 LNG선 제조 강국이다." 이 챕터에서는 딱히 종목 추천은 안 나옵니다만 불과 몇 주 전 조선 종목들이 일제히 호재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한 걸 다들 기억할 겁니다. IMO 2020이 이런 추세를 유발한 것도 이미 투자자들은 다 익숙한 소식이겠고요.
"국내 대기업은 이미 ESG라는 한배를 탔다." 책에서는 SK, 포스코, 한화, 효성, 두산, 그리고 LG 등을 이 트렌드에 합류한 기업으로 꼽습니다. ESG 중에서도 특히 E, 환경을 중시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인데 어디 지켜볼 일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밸류체인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p257)"라고 말합니다.
ETF는 책 앞부분인 pp.118~126에도 나왔지만 p265 이하 챕터 5에 아주 자세히 설명됩니다. ETF가 바로 친환경 코드, ESG와 직접 연결되는 건 물론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일반 투자자들도 관심 갖기 시작한 포맷입니다만, 머리 좋은 설계자들이 요즘 대중의 친환경 수요를 바로 흡수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친환경 ETF를 새로 만들어 두었다는 뜻입니다. 개별 종목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 여튼 그린 트렌드에 동참하는 투자를 원한다면 ETF가 답이라고 책은 말합니다. p271에는 미국의 유망 ETF(물론 여기 나온 종목들은 모두 친환경 관련입니다)가 자세히 나옵니다. 미래에셋이 인수한 글로벌 X 관련으로는 LIT가 있는데 p278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네요. p298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친환경 ETF로서 KBSTAR ESG사회책임투자를 소개합니다.
대략 십 년 전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두고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역점을 두어 강조한 적 있습니다. 이제 ESG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증권 투자에 있어 변수가 아닌 상수적 고려사항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대세를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큰 흐름이 저탄소 친환경으로 가는 것만큼은 분명히 확인되는, 어떤 투자 패러다임상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음은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래의창 책 답게 산뜻하고 가독성 높은 편집이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