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수수께끼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4
박빛나 지음, 현상길 감수 / 풀잎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명절 같은 날 고속도로는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데 진입하고 나서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리는 때가 많습니다. 어른들은 뭐 명절이라서 이렇다 하고 이유를 납득하며 인내심을 발휘하지만 애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길에 갇혀 이게 무슨 고생인가 하고 난감해할 수도 있죠.

많지는 않겠으나 ㅎㅎ 정말로 이 책에서처럼 마녀나 초자연적 존재의 저주에 걸려, 마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오이디푸스 같은 신세가 된 건 아닌가. 수수께끼를 못 풀면 영원히 이 교통 지옥에서 못 벗어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만화 형식으로 된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 고립되거나 해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아이들이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인 저도 재미있게 읽었으며, 그림체가 꽉 찬 듯 아기자기해서 보기에 더 흐뭇하고 유쾌합니다.

수수께끼는 아재개그나 넌센스 퀴즈 같은 것도 있지만,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 예전부터 내려오던 것도 있으며 오히려 "수수께끼"라고 하면 이쪽이 더 본연의 뜻입니다. 예를 들면 p55의 26번 "따끔이 속에 빤질이, 빤질이 속에 털털이, 털털이 속에 냠냠이가 있는 것은?" 같은 게 그렇습니다. 이 역시 처음 고안되었을 때는 그 시대의 개그의 일종이었겠습니다만.

이 책 표지를 보면 시인인 현상길 선생이 감수한 걸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의 자매편인 "맞춤법, 관용어, 속담" 등은 몰라도 수수께끼에 왜 감수자가 필요했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마 저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냥 짐작해 봅니다.

pp.6~7에는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엄마 아빠까지는 몰라도 아이들 둘 마리와 그리 등 네 명이 번갈아 나오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요 페이지는 수시로 좀 참고를 해야 하겠습니다. p7의 오른쪽 아래에 보면 누군지 모르는 캐릭터도 하나 나오는데 머리 모양으로 보아 4장 p188에 처음 나오는 노랑색 요정인 것 같습니다. 걔면 걔라고 소개를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음 일종의 스포일러라서인데 이 독후감에도 그걸 밝히면 안 될 듯합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태워 주면 될까요 안 될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p15에서 "세상에 불만이 많은 마녀(p6)"가 처음 등장하는데 마리-그리네 가족이 그녀를 태워 주지 않고 지나가자 앙심을 품습니다. 물론 이 한 건만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고 평소에 쌓인 게 많았는데 운 없이 마리네 가족이 걸려든 겁니다. 마리와 그리는 마녀가 "왜 이 더운 날 망토를 걸쳐 입었는지 수상하다"고 여기며, 아빠는 "어차피 여기서 차를 세울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지나친 겁니다.

마녀가 대체 왜 세상에 불만이 많아졌는지는 책 뒤 p253에서 모두 밝혀집니다.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래도 마녀처럼 엉뚱한 사람한테 분풀이를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마녀는 그리 나쁜 존재는 아니며(그 근거는 여기서 밝힐 수 없습니다), 왜 마리네 네 식구가 고생했는지 진짜 이유는 마녀의 저주 때문이 아니라는 걸 어른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휴게소마다 문지기가 버티고 있는데 수수께끼를 못 풀면 통과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애들이 휴게소마다 버티고 있다는 게 모두 마녀가 저주를 건 탓인데 휴게소가 길 옆에 위치한 게 아니라 "길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리는 이상하게 여깁니다. 또 그리는 나무가 기분 나쁘게 웃는 것도 봅니다.

마녀(그리 눈에는 "할머니"로 보입니다)는 휴게소 문지기보다 더 먼젚 네 가족 앞에 나타나서, "나에게 친절하게 굴지 않았으니 너희가 저주를 받는 것"이라며 내역을 설명하고 호통을 칩니다. 수수께끼를 못 풀면 마리네 가족은 그저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 못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휴게소 문지기의 "부하"가 됩니다.

먼저 만남의 광장 휴게소 문지기가 "정색"을 하고 문제 8개 한 세트를 내는데, 마리네 네 식구가 모두 풀자 이 문지기는 몹시 당황합니다.

"항상 속에 흑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p29 7번)

이렇게 쉽고 오래된 것도 있지만 8번을 보면 문제가 이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중학교는?"

저는 답으로 "로딩 중"을 떠올렸지만, 속으로 이건 책에서 요구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떠올린 답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책에서 밝히는 답도 "로딩 중"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해답은 p258 이하, 뒤에 따로 몰아서 나옵니다.

아무튼 마리네 가족은 실력이 장난 아니어서 문지기들이 팡팡 나가떨어집니다. 그런데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마녀가 조금 배려한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수께끼는 휴게소에서 문지기만 내는 게 아니라, "길도 저주에 걸렸는지" 돌로 가득찬 모습으로 길이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여기서 또 수수께끼가 나옵니다. 다 풀면 길은 다시 포장도로로 바뀝니다.

"오리가 얼면?" (p38 9번)
답은 "언덕"인데 ㄹ불규칙의 활용형을 알아야 풀 수 있겠...는 건 아니고 뭐 센스만 있으면 문법을 몰라도 가능하죠. 좀 어려우면 "오리가 영어로 뭐지?" 같은 힌트가 옆에 나옵니다.

p41에서는 갑자기 차 문이 안 열리는데 마리는"차 역시 저주에 걸린 게 아닐까요?"라며 새로운 문제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 역시 수수께끼 다섯 개를 풀면 풀립니다.

안성휴게소의 문지기는 눈이 하나만 달렸는데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퀴클롭스 같습니다. 얘는 열 개의 문제를 내는데 누리네 가족은 이 역시 모두 해결합니다. 녀석은 "이전의 실력이 단순한 운은 아니었구나!"라며 감탄합니다. 문지기는 마리네 가족이 다 풀릴 때마다 구슬을 내어놓는데 괴물은 그러지 않습니다(p105)

p60에서 다시 길은 숲으로 갑자기 뒤덮이고 엄마는 "역시 휴게소뿐 아니라 길도 저주에 걸린 게 분명해요"라고 상황을 분명히 정리합니다(만 그게 무슨 소용?). 여기서는 다시 문제 수가 8개로 줄었습니다.

망향휴게소에서는 문지기뿐 아니라 식당의 계산원도 문제를 냅니다. 못 풀면 계산을 못 하고 따라서 밥도 못 먹게 됩니다.

망향휴게소와 죽암휴게소 사이의 길에서 갑자기 덩치가 큰, 보라색 네모난 괴물이 나타나는데(p93) 얘는 p6의 등장인물 소개에도 안 나오던 애입니다. 엄마 아빠가 얘 손아귀에 잡히는데 마리와 그리 두 아이가 자기들 힘으로만 문제를 풀어야만 합니다. 일단 문제를 풀어 괴물이 사라져도, 엄마 아빠가 괴물의 손아귀(=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가장 보기 싫은 개는?"(p171 161번)

답은 "꼴불견"입니다.

책 제목이 "빵빵한 수수께끼"라서 저는 캐릭터들(마리네 가족)이 빵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 책 안에 정말로 수수께끼가 빵빵하게 많습니다.

결국 이야기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책은 약간의 교훈도 담고 있는데 1)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풀자. 2)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그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도 해 주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 도착한 마리네 가족이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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