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운명 - 오풍연 전 서울신문 법조대기자가 지켜본
오풍연 지음 / 오풍연닷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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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직을 역임했고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윤석열이란 분에 대해 부쩍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 시절 정권 수뇌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명박 정권 시절 재임했던)을 기소했으며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후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한 이른바 적폐청산수사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법무장관에 갓 취임한 조국 전 민정수석과 날카롭게 대립하며 엄청난 뚝심을 발휘하여 기어이 관련자 거의 모두를 법정에 세우기도 했고 올해 3월 자진하여 옷을 벗었습니다.

음... 책에서는 "말이 자진 사퇴이지 사실상 축출당했다고 할 수 있다(p4)."는 표현도 나옵니다. 아무튼 그의 이런 대단한 강단, 결기가 그를 단시간에 주목 받는 대권주자로 부상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행보와 결단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간에 한국 같은 풍토에서 이처럼이나 좌고우면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선택은 무척 보기 힘들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듯합니다. 그는 국회에 출석하여 "정무적 감각은 없는 편입니다"라고 발언한 적도 있죠. 오히려 이 발언이 역으로 "그의 놀라운 정무감각을 증명"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책은 오풍연 서울신문 법조 대(大)기자가 칼럼 형식으로 2021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기고한 글을 모았습니다. 칼럼들이 역시간순으로 배열된 점이 독특합니다. 그간 윤석열이란 인물을 다룬 책이 여럿 출간되었습니다만 윤석열 본인이 직접 구입하여 주변에 권하기도 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어느 신문 기사에서 보았습니다. 또 책의 프롤로그에는 "(윤 전 총장과) 직간접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밝힌다(p4)."라는 저자의 말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독자로서 저는 책을 한번 역순으로 읽어 봤습니다. 책의 맨 뒤에는 윤석열 전 총장을 담은 사진들이 실려 있고, 그 앞에는 파평 윤씨의 간략한 세계(世系)가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의 부친이 윤기중 학술원 회원, 한국경제학회장이며 윤 전 총장이 35세손이 된다고 합니다. 파평 윤씨는 한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가문 중 하나이며 고려 이래 거의 언제나 삼한의 화족으로 꼽힌 명문 거족이죠. 엄연히 세(勢)가 불리한데도 혼자서 장판파 싸움을 벌이는 이런 결기는, 어려서부터 특별한 가풍에서 교육을 받아야 그 정신에 함양되는, 대단히 드문 자질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옳은 싸움이건 아니건 간에 이 정도 중과부적의 형세에서는 다들 도망부터 가고 보는 게 상례이기 때문이죠. p277에는 "이지메"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음... 윤 총장이 거의 가망 없어 보이는 싸움을 시작한 건 2019년 9월경입니다. 그때만 해도 사실상 이 정부의 차기 주자로 내정되다시피한 조국 전 수석에 대해 윤 총장(과 그의 측근[p284에, 비록 실명이 나오지는 않으나 이분을 지칭함이겠죠] 한동훈 검사 등)이 그토록 긴 싸움을 지속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겁니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국 장관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이런 공권력 측의 액션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보수 언론에서 이런저런 "단독" 보도를 내어도 그리 큰 여론의 반향을 얻지 못했지 않았겠습니까. 

이 책에 실린 칼럼은 2020년 4월 1일자부터 시작합니다. 주제는 열린민주당에 대한 비판인데, 이 당은 최강욱 씨, 손혜원 씨, 김의겸 씨, 건축가 김진애 씨 등이 주도해서 만들었죠. 총선이 4월 13일에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표를 얻어 의석을 상당수 확보했습니다. 여론 중 조국 지지세 역시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고, 반면 반대 진영의 조원진 씨 등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걸 보면 선거 결과가 충격은 충격이었습니다. 칼럼에는 진중권씨도 언급되는데 이분도 참 긴 시간 동안 침묵하다가 2019년 동양대 사태를 계기로 소위 "조국 담당 일진"으로 전면에 나섰더랬습니다.

2020년 4월 9일 칼럼에는 "윤 총장이 그대로 물러날 사람은 아니다. 그만한 배짱은 있어 보인다."라고 합니다. "물러난다"는 건 직에서 물러난다는 게 아니라 압력에 굴해 수사를 중단한다는 뜻이겠습니다. p279(20. 4. 17)에는 "자리에 연연하는 총장은 되지 마라.", "자리에 연연해하면 추한 모습으로 비친다. 소탐대실을 생각하기 바란다(p278)." 같은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무렵 여러 다른 신문기사에서 암시되기로는, 윤 총장 측에서 "누구 좋으라고 물러나나" 같은 말을 한다고들 했습니다.

음... 사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직에 연연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게, 정권 차원에서 왕따를 시키는 총장에게 무슨 힘이 실릴 리가 없고, 판공비 등도 제대로 교부, 집행될 턱이 없기 때문이죠. 그냥 더러운 꼴 안 보려면 당장이라도 물러나는 게 윤 총장 측에서는 오히려 옳았겠으나, 이때로부터 근 11개월을 더 직에 머물러 있었기에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당초 염두에 두었던 명분상의 목표를 (그나마) 더 챙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게 "직에 연연하는 태도"는 아님이 명백합니다. 사마천은 "죽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무슨 명분을 챙기고) 죽음에 처하는지 고르는 게 더 어렵다"고도 했는데 윤 총장이 아마 주관적으로는 그런 심경이 아니었을까 제 멋대로 짐작해 봅니다.

p228의 20. 5. 22자 칼럼에서는 한겨레신문이 윤 총장에게 사과한 것과 관련된 논평이 나옵니다. 윤 총장은 19년 9월 국회에 출석해서 "한겨레신문은 '정론지'인데 이런 보도를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며 다만 "검사로서 개인사 관련 언론이나 사인에게 일일이 명예훼손죄를 묻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긴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랬던 것이 근 8개월 경과 후 해당 신문사의 사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p272에는 "무엇보다 홍준표가 윤석열 영입을 반대할 걸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는 홍준표가 황교안 전 대표에 의해 당에서 축출된 후 무소속으로 고향에서 출마하여 "생환"한 시점이죠. 보수의 건강한 재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2020년 총선 결과가 여러 모로 참 최악의 상황이었겠고, 저 진단은 심지어 저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단 여기서 저자는 벌써부터(!) 윤석열을 다음 보수 진영 후보로 옹립할 것을 제안하는데, 이때만 해도 윤 총장 본인의 정계 진출 의도조차도 확인이 안 되는 시점이었고, 그 전 고건 총리(보수 정당은 아니었습니다만)라든가, 반 총장 같은 예를 봤을 때 이른바 "꽃길이 안 깔리고 꽃가마 안 태워진 공직자 출신 후보가 얼마나 버틸지" 회의가 이는 판이었죠. 1년 전 칼럼이 지금 시점에서 읽어 봐도 격세지감, 위화감이 전혀 안 느껴지는 게 신기합니다.

p267의 칼럼에는 보수 진영에서 윤석열, 홍정욱을 띄울 것을 제안하는데 윤총장은 윤총장이라 쳐도 홍정욱 씨가 여태 뭘 보여 준 게 있다고 후보로까지 거론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탄핵 정국 거치며 보수는 완전 씨가 마르다시피했으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대략 2018년 지방선거때부터 대망론이 그를 향해 나오기도 했으나 그 자신이 잘라 말하듯 고사했고 이후 자녀 관련 잡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마른 자리만 골라 앉으려는 그의 깜냥, 역량으로는 '18년에 등판했어도 아무 성과를 못 냈겠을 뿐 아니라 지금 나온다 해도 다된 밥에 숟가락 얹는 이상의 어떤 인상도 못 줄 것입니다. 하긴 1년 전쯤 김종인씨는 백종원씨를 영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으니 당시 보수 진영의 인물난이 어느 정도였는지...

여기서 저자는 통합당(현 국힘)이 엉터리였음을 지적하는데 그 예로 민경욱 공천이 몇 번이나 뒤집어지고 난 후 이뤄진 걸 듭니다. 이뿐 아니라 부산 지역 일대의 공천도 엉망진창이었으며 이런 공천상의 난맥상이 유권자에게 총체적으로 부정적 인상을 준 데다 탄핵으로 파탄이 난 정당, 정권의 낡은 이미지도 벗지 못하여 기록적인 참패, 절멸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던 것입니다.

"헌법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이며 이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 이는 20년 8월초 윤 당시 총장이 발언한 내용이며 이 당시 진중권씨 혹은 저자의 해석은 "검찰은 우리 나라 최고 사정기관이며 그런 검찰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습니다. 저자는 이어서 말합니다. "검찰이 무너지면 권력형 비리 등 거악을 누가 척결한다는 말인가(p222)." 혹자는 신설 공수처를 거론하나 헌법학자 중에서는 공수처의 헌법상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하는 입장도 있고, 이번 공수처 설립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듯 수사전문인력은 결국 검찰 출신에서 충원해야 하며 그 자격도 상당히 엄격히 따지는 걸로 보아 검찰 외에서는 사실상 자원 조달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국 장관 사퇴 후에는 추미애씨가 새로 취임을 했는데 이후 경과는 우리가 다 봐서 아는 대로입니다. 이 책은 제목이 <윤석열의 운명>이며 따라서 그 주제는 인물로서의 윤석열론입니다만, 책의 상당 분량은 추미애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아주 과장은 아닙니다. 사실상 윤석열이 이만큼이나 거물급 후보로 대두하고 차기 대선에서 변수 아닌 상수(p6)가 된 건 추미애 전 장관의 서투른, 혹은 악의에 가득찬 행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추 장관의 악착 같은 조치가 국민 눈에는 "탄압"으로밖에 안 비춰졌고, 그녀가 사실상 사전 선거 운동을 해 준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자는 p92, p262 등 이 책 여러 곳에서 "검찰을 '친정'으로 여긴다.", "고시 12회 이종남 총장 때부터 모든 총장들을 지켜보았다" 등 검찰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언급을 하며 또한 거기에는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저자가 직접 보신 총장 중 가장 카리스마가 뛰어난 이는 김기춘 씨였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과연 그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으며 "숨도 계산해서 쉰다는 미스터 법질서" 평판이 매우 자연스럽게 얻어진 대한민국의 슈퍼엘리트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양반이 처신을 잘못하여 박근혜도 망치고 자신의 커리어도 다 망친 채 지금 저런 모습이 되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젊은 검사들이 지금 죽을 고생을 하는 건 바로 저런 선배들이 "더럽게 해 먹고 간 결과"라는 점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들은 바가 있어서요.

이 책의 맨 처음 칼럼은 21년 4월 1일자이며 이 책에 실린 중 가장 최근 일자에 작성된 글입니다. 여기에는 3월 31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린 박철완 안동지청장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박철완 역시 임은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비판) 역시 그의 자유다." "검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도 합니다.

저자는 박 지청장의 주장에 대해 "검찰 조직만 생각했을 뿐 그 이상을 보지 못했다"며 비판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다른 대목에서 "추미애와 윤석열이 너무 싸우다가 더 소중한 검찰 조직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며 만류하는 듯한 언급도 합니다(물론 비판의 중심은 추 측에 더 기웁니다만). 결국 중요한 건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이며, 그 수단으로서 검찰 조직의 중립성과 권한 존중이 이뤄져야 하고, 그 수단으로서 윤석열 전 총장의 기개와 결행에 대한 높은 평가도 이뤄지곤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조국, 추미애, 윤석열 등은 직을 채웠다가 가는 사람들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와 가치, 그리고 그를 위한 하나의 제도로서 검찰은 본분을 잊지 않고 그 직무에 영원히 충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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