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꼭 좋은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 요즘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 고민에서 탈출하는 법
유진명 지음 / 레인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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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께서는 10년차 직장인이며 다국적기업인 베바스토코리아 인재개발부에 근무 중이라고 합니다. 책날개에 보면 에니어그램 강사, 심리상담사이기도 하다고 나오는데 막상 책 내용을 보니 너무 솔직한 내용이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심지어 가정에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자신만 겪는 줄 착각합니다. 사실은 이 책 저자님처럼, 정말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일이며, 반면 이런 일 하나도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란 게 얼마나 행복하고, 또 드문 케이스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본래가 사회적 동물이며, 성격이나 취향, 이상, 목적, 충동, 욕구가 모두 다 다른데 애초에 알콩달콩 섞여 사는 일 자체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사람 사이에 살며 스트레스, 갈등, 아픔, 속상함 등을 겪는 건 너무도 당연하며, 중요한 건 이런 애로사항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일 뿐입니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서 대학에 합격한 후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하며 누렸던 독립의 해방감을 회고합니다. 사실 이런 느낌은, 특히 지방에서 유학(留學) 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만합니다. 부모님의 훈육과 간섭을 받으며 자라 왔기에 아들이라고 해도 적잖은 속박감을 느꼈을 만하죠. 이처럼 혼자 지내는 게 좋은데, 타인과 어울려 사는 건 어찌 보면 마치못해 하는 선택이지 꼭 우리의 본능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성인으로서 독립 생계를 꾸리려면 직장에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유독 까다롭게 구는 상사 때문에 마음 고생을 크게 했다고 합니다. 왜 나한테만 짜증을 내고, 이것저것 지적하고... 앞에 나가 PT를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직장에서 이런 일 겪는 건 비슷한 또래의 99%가 공유하는 경험이겠죠.

그런데 저자는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분이지만, 특히 아산에서 먼 전남 순천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시댁 식구들과의 사이도 원만치 않았던 듯합니다. 저자는 아내분이 특별히 민감한 분이었다고 하는데 그렇기도 한 듯 보입니다만 사실 이는 아내분께만 원인을 돌릴 수도 없는 문제 아니었을까 하고 독자인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여튼 부부 간에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억지로 참고 사는 게 능사도 아닐 뿐더러 그럴 수도 없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본인이 직접, 사람이 소속된 집단 중 가장 기본적인 것, 가정과 회사에서 이처럼이나 힘든 일을 겪으셨기에, 소통의 어려움과 그 극복 노하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우리가 참고할 만한 요령을 들려 주실 거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책 서두부터 자신의 아픔을 이렇게 솔직히 꺼내는 자체부터가 벌써 신뢰가 간다고 할까요.

책을 더 읽어 보니 저자께서도 역시 자신의 아픔을 다른 상담사님(여성분이며, 책 저자이자 자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께 상담을 한 경험이 나옵니다. 그 프로그램이 참 성공적이었기에, 프로그램을 통해 이 책 저자분 같은 분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네요. 자상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건, 그렇지 않건 간에 독립은 유쾌하고 즐겁습니다만 이 책 저자께서 서두에 그 일을 특별히 언급한 건 남다른 해방감이 정말로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상담자님께 자신의 사정을 다 솔직히 털어 놓은 건 아니지만, 그분은 마치 속을 다 꿰뚫어 본다는 듯 "유진명씨(이 책 저자)는 더 솔직하게 자신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절감한 건, 그 여성 저자분(상담자)의 말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아직 너무도 잘 모른다"입니다.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그 모든, 내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의 해결 첫걸음이 놓입니다.

책에는 대학교 2학년 때 어떤 호감이 가는 여성을 두고, 가장 친하던 친구와 큰 싸움이 난 경험이 회고됩니다. 이 역시 내담자의 사례가 아니라 작가분 본인의 고백입니다. 저자께서는 "만약 친구한테 솔직히 이야기했더라면 오히려 둘이 맺어질 수 있게 그가 도와줬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찌질하고 소심해서 일을 그르쳤다"고 하십니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사실 꼭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는데 이런 부분은 저자가 너무 자책을 하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더군요. 여튼 내 마음을 너무 부끄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터놓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습관, 성향 자체는 좋은 것이긴 합니다. 항상 잘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소통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저자는 참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는데, "내 생각이 정답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게 모든 해결의 전제"라는 거죠. 정(正)답이 이미 정(定)해져 있는데 소통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타인은 그저 내 말을 따르기만 해야 할 뿐이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은 당당하고 멋있다(p80)." 동생에게 늘 양보해야 한다고 들으며 자라 온 자신(장남), 그리고 고모는 조카의 너무 솔직한 말에 무척 놀랐지만 동시에 통쾌함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억울하신 면도 있을 듯합니다. 거꾸로 형한테 동생이 양보하는 집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실 요즘은 자기 감정에만 솔직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튼 속으로 그저 삭이고 참고 억압된 유형은, 좀 솔직해져야 우선 자신이 살아 남습니다. 안 그러면 병 생기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 p130 이하에 계속 나옵니다. 회사에서 전에 한 번 일려 준 걸 계속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후배도 아니고 동료이니 문제입니다. 이때 상사가 왜 자꾸 받아 주냐고 오히려 한 마디를 하는데, 저자는 이 문제를 이제 명쾌히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한 충고를 들려 주게 됩니다. "남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지 마라" "좋은 사람이기보다는 명확한 사람이 되라" "나와 함께 살아 온 사람이 많을 텐데, 한번 결단을 내려 보기 바란다"

상대와 나의 온도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합니다.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면 갈등은 마법처럼 풀린다"고도 하네요. 절대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고집 불통도 세상에는 많습니다만 저자님처럼 오히려 남한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분들도 오히려 정작 상대방의 처지에 서는 게 쉽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어떤 성격 유형이건 간에 상대방의 처지에 서는 건 일단 만능의 해법입니다.

그렇다고 욱하는 분노의 감정은 자주 표현하면 할수록 오히려 커진다고 하니 조심해야겠습니다. 분노 호르몬도 더 상습적으로 분비되는 경향이 있고 분노의 신경도 습관에 따라 더 발달한다고 합니다. 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p172에 세 가지 조언이 나옵니다.

우리는 누구나 조직 안에서 지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데일 카네기에 따르면 이 욕구가 실현되기 가장 어려운 범주에 속한다고도 하네요. 이 경우 상대방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 주는 방식은, 겉으로는 지는 듯 보이나 결국은 상대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승복을 끌어내는, 결국 이기게 되는 슬기로운 소통법이라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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