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 이메일 작성법부터 엑셀 기본기까지, 친절한 선배 ‘공여사들’의 직팁 모음집
공여사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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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대생은 매우 드물어서 해당 학과에서 아주 귀하신 몸이 되곤 합니다.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공대 나온 여성 인력은 전혀 전공과는 다른 분야로 진출해서도, 여성 특유의 감성과 공대에서 훈련 받은 논리적이고 엄격한 공학적 사고 방식을 모두 발휘하여 조직 적응을 잘해 나가는 예를 개인적으로 봤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공대 출신 남성은 역시 전혀 다른, 어떤 센스와 감성을 중시하는 회사에 취업하여 내내 특유의 무능과 부적응으로 고생하다 기어이 책상을 뺏기기도 하던데 물론 개인의 특수한 예일 뿐이지 바로 일반화할 건 아니겠습니다.

이 책은 "노련한 공여사분들"이, 신입 여사원들에게, "사수의 도움 없이" 이런저런 사소한,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처리 요령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놓은 내용입니다. 일 잘하는, 숙달된 회사원들에게는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질 수도 있지만, 당연한 말을 해도 그 중에 은근 공대 출신 특유의 "로지컬"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은 단편적인 결론은 이미 알지만 아 그런 맥락이 주변에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새삼 오기도 했습니다.

메일을 보낼 때에는 직접 용무가 있는 사람은 (수)이며, 알아두어야 할 사람에게는 (참)에 넣습니다. 상식이지만 예를 들어 책에는 발신자가 메일에 자기네 팀장을 참조에 넣었으면 나 역시 우리 팀장을 넣어야 "안 꿀린다"고 합니다. 물론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고 그러면 좋다는 거지만 저자분들이 "그래야 안 꿀린다"고 한 게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진짜 일센스는 "해야 한다"와 "하면 좋다"를 잘 구분하는 거니까 말입니다. 다른 건 센스라기보다 능력의 문제입니다.

고 밑에 있는 내용이 또 신입들에게는 눈여겨 봐 둬야 할 내용입니다. 상대 팀장이 (수)이면, 우리 팀장은 대개 (참)에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능하면 저쪽 팀 실무자도 (참)에 넣으라고 합니다. 그래야 나는 알릴 걸 다 알렸다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할 수 있습니다.

전달은 회신과 뭐가 다른가? 첫째 지금까지 일이 진행된 상황을 전부 보여 주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할 수고가 덜어집니다. 또 내가 잘 모르는 일을 일일이 설명은 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실력이 안 된다, 이럴 때 그 미숙함을 조금 감출 수가 있습니다(p31에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물론 노련한 상사는 이런 기술들을 다 눈치채지만 여튼 이런 요령은 필요합니다. 제가 주변에서 직접 겪은 일인데 해당 분야를 이미 잘 파악한 부하직원이 일부러 포워드로 보냈습니다. 과장은 지레짐작으로 그 부하를 불러 설명을 요구했는데, 부하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유창하게 해내었고 한방 먹은 과장은 이후 그를 만만하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용이든 역이용을 위해서든 이런저런 잔스킬은 알아둬야 합니다.

단톡방에서 카톡을 할 때에도 때로는 띄어쓰기가 엄청 중요한데 회사에서 공적으로 회람되는 문서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들여쓰기, 표식을 적절히 잘 활용하여 서로 다른 수준을 분명히 시각화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건 남성보다 섬세한 여성들이 훨씬 잘하는 영역입니다. 또 내용이 많으면 주제별로 분명히 항목을 따로 묶어야지 1, 2, 3, 4, 5, 6, ... 식으로 무작정 나열하지 말라고 합니다. 상위 제목에는 볼드체 활용이 또 기본이죠. 니가 알아서 읽어라 내용이 중요하지 식의 (문서 편집) 태도는 회사 생활 안 하겠다는 선포나 마찬가지입니다.

내용면에서 MECE가 중요합니다.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참 어렵죠. 아니 일을 할 때 exhaustive해지면 그 다음엔 exclusive가 잘 안 됩니다. 반대로 너무 exclusive에 치중하면(중언부언 하지 않기) 그 다음에는 exhaustive가 또 안 되고 빼먹는 게 반드시 나옵니다. 상사들에게 지적 잘 받는 건 전자, 즉, 중언부언 안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능력 있고 노련한 상사는 전자는 물론 후자를 또 반드시 지적합니다. 이거는 형식적인 스킬에 긏그치는 게 아니라 사실 기획자의 진짜 실력을 이걸로 판가름하는 겁니다. 이게 잘되는 사람은 이미 업무 통달자이며 바로 이사로 별 달아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 아니 현 시장이 선거 몇 달 전에 v의 약자가 (청와대에 있는) VIP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던 적 있습니다. 아니 얼마나 서류작업을 안 해 봤으면 version의 v도 모르냐는 거죠. 그전 세대보다 훨씬 잔기술이 잘 몸에 밴 채 직장에 들어오는 똘똘한 20대들에게 (이제는 육십대인 오 후보의) 저런 모습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했는데 다른 더 심각한 이슈들에 묻힌 데다 오히려 초기 노이즈 마케팅이 잘되어 시선을 끈 셈이 되어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튼 파일 네이밍 규칙은 p57에 잘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이걸 잘해서 칭찬 받았던 기억(여자는 아닙니다만)이 있어서 더 집중해서 읽곤 했네요.

그 뒤에 나오는 "센스 터지는 나만의 폴더 구조"도 꼭 읽어 보십시오. 신입들에게 특히 유익합니다. 책에서 이런저런 팁을 알려 주면 거기서 만족하지 말고 2단계, 2.5단계로 응용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창의력 응용력이 있어야 조직에서 살아남습니다.

어떤 사람은 함수의 개념도 모르면서 무슨 자신이 프로그래머나 되는 양 행세하던데 요즘 같은 세상에 진짜 실력자 아니면 어디 가서 큰 망신이나 당할 만큼, 어느 조직이라도 눈썰미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괜히 허풍 허세 떨다 매장이나 당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합니다. IF 함수는 엑셀 쓰는 사람이라면 숨 쉬듯 써야 한다고 책에서 말하는데(p110), 참 예전에 엑셀 개발 안 되었을 때는 일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만큼, 아니.. 계산 잘하고 도표 잘 만드는 사람은 그 능력으로 예쁨 받았겠습니다만, "엑셀력"은 사실 함수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로 데이터와 문제 상황에 맞춰 새 함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존 레퍼런스북에 나오는 함수 기능도 빠삭하게 잘 알아둬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이 로데이터로 "또 어떤 다른 결론을 더"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인사이트입니다. 물론 초보 시절엔 각종 함수를 적시적소에 잘 적용시킬 줄 알아야 하겠죠. p155 이하에는 피벗 테이블 활용하는 방법이 여럿 나오는데 독자가 이미 알아도 유익한 설명이 있고, 특히 이제 신입인 분들은 전체를 반드시 숙지해 놓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이미 준비가 잘 된 분들은 능숙히 하겠지만 말입니다.

역시 다들 아는 내용이 많겠지만 구글에서 검색을 정확히 할 때에는 큰따옴표를 쓰는 등 검색연산자를 정확히 알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연산자도 중요하지만 검색 잘 하는 건 좀 다른 요령이 필요하고, 업무의 맥락이 또한 중요하며, 평소에 상식이 좀 많아야 모르는 정보도 잘 찾을 수 있습니다. 20년 전에 "앞으로는 기억력이 별 필요 없고 모르는 건 인터넷에 찾으면 바로 나온다"고들 했는데 실제로 업무에서 검색 잘 안 해 본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시간 없어 죽겠는데 기초적인 것도 검색을 해 봐야 아는 사람은 벌써 시간을 그만큼 까먹고 들어가는 거고, 무엇보다, 아는 게 없는 사람은 자신이 새로 뭘 찾아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정말로 회사 신입, 특히 사수한테 뭘 일일이 물어 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여성 신입 사원들에게 유익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웬만큼 잘 알아도, 빠진 부분 소홀한 대목 잊은 지식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므로, 베테랑들도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편집이 예쁘고 말투가 경쾌해서 잘 읽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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