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균형의 힘
이현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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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안 풀린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잘되었을 때의 리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걸 기억하기가 또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말합니다. "삶이 꼬였다면 균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에는 자전거를 타는 어떤 남자의 그림이 나오는데, 한번 배우면 안 잊어버린다는 게 자전거타기이지만 이 쉬운 것도 (어떤 이유에서건) 몸의 균형을 잃으면 그때부터 막막해집니다. 자전거타기의 균형을 바로 찾듯, 삶의 균형도 다시 척 감 잡아지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90년대생과 소통의 어려움" 아빠가 자신을 부하 직원 대하듯 하는 게 불만인 자녀가 있다고 합니다. 90년대생이면 이제 사회에서 일정 몫은 담당하는 세대이며, 승진이 좀 빠르면 벌써 부하를 둔 축도 있을 만큼이죠. 여튼 자녀는 자녀이며 부하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들 자녀를 둔 세대는, 아마 그 부모에게서는 매우 강한 투로 훈육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물론 그 무렵이면 오히려 과잉보호가 사회 이슈가 되었을 만큼, 대다수는 대체로 온화하게 대우를 받았을 겁니다만 말이죠). 여튼 본인이 엄한 훈육을 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아이한테도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말도 안 되죠.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제 상식으로 다들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건, (때로는) 새로운 행동방식이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가족은 본디 '지지적'이고 친밀감을 요구하는 관계이다(p31)." 이전에는 이렇게 하는 게 문제가 없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변화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즉 "내가 먼저 변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수용하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이니셔티브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 p54에는 아주 모범적이고 탐구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장 입장에서 일을 이렇게 진지하게, 더군다나 지적으로 수행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겁니다(적어도 저라면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그 직원이 이제 새로 이동해 온 부서에서는 통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물론 그 직원 본인이고 말입니다.

이때 저자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과거의) 내 방식을 믿지 말고, 그런 방식으로 일했던 나의 '역량'을 믿어라" 이게 참 맞는 말인 게, 내가 능력 있어서 분명 그렇게 잘했었는데, 그 방법은 내가 운이 좋아서 찾은 게 아닌데도, 에휴 뭐 내가 그렇게 유능했었어 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방식을 찾을 수 있는) 내 역량을 믿지 않고 과거에 잘됐던 경험만 믿는다는 거죠. 이처럼 이 책은 "안돼서 그저 헤매기만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잘나갔었는데 현재 좀 힘든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번아웃은 누구한테나 문제입니다. 이게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단계를 거치면서 나타난다고 합니다(p59). 그 이유는 "초기에 가졌던 열정이 시간을 거치면서 차차 사라지고 약화되는 것(p60)"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예전에 어느 소년이, 공장에 다니기 싫어 불을 질렀다는 뉴스가 1980년대 후반 신문지상을 장식한 적이 있었는데 독자들이 욕을 하긴커녕 다수가 동정하는 반응을 보여 더 화제가 되었다고 하죠. 이 책에도 "회사 다니기 싫어 내가 타는 버스가 고장이 나 병원에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회사원이 나옵니다. 또 어떤 여사원은 참신한 기획을 잘 내어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도 그 부담 때문에 정신에 과부하가 걸려 고생한다고 합니다. 능력이 없어도 물론 문제이지만 능력이 탁월해도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처방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휴식해야 한다"는 거네요.

우리는 보통 감정과 이성이 충돌할 때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때로 감정의 손을 들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합니다(p87). 물론 업무 추진이나 대인 관계에서 감정대로만 하다가는 얼마 안 가 사회에서 도태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아내가 간만에 뭘 좀 사 왔는데 남편 생각에는 더 싸게, 최저가 검색을 통해 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싶어 반대의견을 말하려 들 것입니다. 이게 이성적으로 맞습니다. "맞는 말을 했는데 왜 아내는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 남편은 소소한 타당함과 큰 스케일의 어리석음 중 전자를 선택한 겁니다. 아내의 기분을 좀 살려 줄 필요도 때로는 있는 거죠.

여기서 저는, 그 아내 역시, 슬기로운 남편의 얼굴에 살짝 스쳐가는 당혹스러움의 그림자를 빨리 캐치하고, "아차, 저 인간이 내가 최저가 검색 안 한 걸로 짜증이 났지만 티를 안 내고 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센스 있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의 생각을 이처럼 들여다보고 기분도 달래 줄 줄 안다면 아마 그 아내는 앞으로 훨씬 편하게, 아내가 자신보다 몇 수 위임을 이제 깨달은 남편을, 마치 아들처럼 심리적으로 컨트롤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절제하는 게 마냥 좋은가? 물론 일일이 다 표현하다가 더 큰 싸움이 날 수도 있지만 "그 다툼이 관계의 자극이 되어 활기를 가져오기도 한다(p112)"고 합니다. 물론 "절제와 신중함은 미덕(p113)"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속으로 삭이기만 하다가는 관계가 아주 상하기도 하는 게 또한 현실이죠. 또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중하게 추진하고 기획하는 건 좋은데 너무 재고 재다가 일이 진도가 안 나가고 결국 업무 능력 퇴보로까지 이어집니다. "갈등이 항상 나쁜 게 아니니 때로는 명확히 표현을 하라(p115)."

대인관계 감수성이 뛰어나면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환영받습니다. 이런 사람을 두고 흔히 "눈치가 빠르다"고 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업무 능력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더 잘나갈 것이고 또 이런 이들이 곁에 있으며 주위가 참 편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며, "심리적 공간이 서로에게 필요한 부서(p138)"에서는 이게 오지랖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하긴 해당 감수성이 아주 뛰어난 사람은 이런 것도 금세 파악하여 또 바로 적응을 합니다. 문제는, 사실 업무 능력은 좀 아쉬운데 이런 것만 잘하는 사람은, 여튼 존재감은 그냥 유지하려고 결국 종전에 하던 식으로 나댄다는 겁니다. 일도 잘하고 관계 센스도 뛰어난 사람이면 뭐 자유자재이지만 말입니다.

여튼 가장 중요한 건 나입니다. 내가 아 도저히 이거 못 견디겠다 싶어서 내면의 내가 내 자신에게 알람을 치면, 내가 바로 알아채야 합니다. 책에서는 "애자일(agile)함"의 미덕을 지적하는데(p172) 원래는 기업의 조직 유연성, 대 환경 기민성을 강조하던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던 말이죠. 그러나 개인에게도 그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덕목입니다. 부정적 감정도 엄연히 "나"의 일부이니 이를 억지로 외면하면 안 됩니다. 나를 지키면서, 내 안의 이런저런 아이들 사이에 균형을 찾아가는 것, 이런 나, 저런 나 모두 나의 본 모습을 깨닫고 두루 달래는 게 나 자신을 지키고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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