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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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는 참 징그러우면서도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그 종류가 매우 많으면서도 번식력이 강하고, 우리 인간들은 아마 지표를 놓고 경쟁하는 존재로 여겨서인지 이들을 몹시도 싫어하지만, 그 중에는 예쁘다며 완상하고 열광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이런 벌레를 두고 그 정확한 성질을 이해한 후 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건 의미있고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방어 무기는 오로지 보호색뿐" 방아깨비는 사실 인간처럼 예리한 시력을 가진 포식자 앞에서는 대단히 무기력합니다. 우리는 흔히 당장의 위기를 면하기 위해 노출된 약점을 제거하고 달아나는 사람의 행태를 가리켜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비웃는데, 이 방아깨비도 그런 습성을 가졌나 봅니다. 하지만 일부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고도 결국 개체 전체의 생존을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리는 녀석들을 보면 불쌍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종종 작은 손실을 보지않으려다 더 큰 손해를 입고서 비로소 나중에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 때문이죠.

얼마 전 특수한 형태의 정원을 아파트에다 짓는 구상이, 모기때의 위협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라는 논쟁을 유발하여 시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만큼 모기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폐해가 거의 극복되었지 싶어도 실상은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살충제를 쓸 수 있다고 쳐도 현실은 당장 우리의 주변에 살포하는 행동조차 우려와 불쾌감을 부르니 말입니다. 곤충, 벌레의 생태 방식이 여전히 우리 인간의 생존 문제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지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구리, 두꺼비는 곤충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히(도시는 아니지만) 볼 수 있는 동물들입니다. 책에는 "갈바나이즈"라는 동사의 어원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과학자의 중요한 발견 역시 개구리라는 동물의 도움,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요. 두꺼비는 오히려 농촌에서 개구리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한데(이 책에는 p234에 그 "반대"되는 내용이 설명됩니다) 이 책에 그 특유의 습성에 대해 매우 재미있고 자세한 서술이 있습니다.

"뱀이란 동물은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기독교의 성경에조차 "뱀처럼 영리하고 지혜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뱀의 습성은 오히려 자연 속의 놀라운 생존력을 통해 인간에게 교훈이 되는 바 있습니다.

주자는 격물치지를 논한 바 있습니다. 자연을 비롯하 세상의 이치는 우리에게 매 순간 교훈을 안겨 주며, 교훈을 내 것으로 만들고 못 만들고는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지혜로운 삶을, 이런 동물들에 비해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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