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자본론>은 고전입니다. 기계(산업 자본)의 사용으로부터는 잉여 가치가 창출되지 않고, 오로지 인간에 대한 착취분에서 이게 가능하다는 마르크스의 통찰은 적어도 19세기 자본가의 생리를 완전히 꿰뚫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세기 아니라 현재에 이르러서도, 일부 비뚤어진 기업가는 이런 마인드로 사람(반드시 직원만 가리키는 게 아니죠)을 대하고 기업을 운영한다고 해도 별반 틀리지 않습니다. 노동자는 우리 나라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듯 언제나 자신의 권리를 찾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 수십 년 전 어느 명석한 사상가의 인사이트를 한 번 정도는 면밀히 살필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자본>은 현대에 들어서도 과연 유효한 이론이 될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인공지능의 예를 듭니다. 확실히 자본의 생리가 변하지 않았다는 좋은 예를 들기에 이것만한 실증도 없지 싶습니다. 얼마 전 어느 서울 시장 후보가 통번역대학원 졸업자에게 장래 진로로 번역 앱 설계 참여를 권했는데, 사실 이건 큰 실수입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말입니다. 왜냐 하니, 이런 시스템은 결국 해당 분야 전공자의 (가뜩이나 좁은) 취업 진로를 더욱 좁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앱에 참여하는 건, 해당 졸업자들로서는 "당장 수입을 올리기 위해 치어까지 모조리 그물로 쓸어담으라"는 식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포디즘은 테일러 방식과 결합하여 현대 자본주의의 생산성을 극대화한 아주 좋은 예였습니다. 포드 회장은 노동자들이 자사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 주기까지 했는데, 사실 이는 조삼모사 정책과 본질에 있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무튼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데 결국은 빈부의 차이가 더 늘어나고 노동자는 일종의 "카-푸어" 상태에서 더 벗어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힘들어진다는 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으나 적어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자본가 측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의 지나친 약탈적 행태를 막기 위해서도 이런 지식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해킹을 당해서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자신들은 알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라며 발뺌으로 일관한다? 책에는 일본 기업 세븐일레븐이 2019년에 실제로 보인 한심한 행태에 대해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그래도 기계와 시스템에 대해 최고 경영자가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AI가 완전히 일반화하면 이제 소비자는 두 눈 뜨고 피해를 봐도 어디 가서 누구한테 따져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어떤 앱을 이용할 때, 오로지 이매일로만 클레임을 걸 수 있고, 목소리를 가진 "사람 담장자"와 직접 소통할 수 없을 때 큰 불편을 느꼈습니다. AI는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아내기가 무척 힘들며, 책임 소재의 공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사회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이 문제를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예리하게 분석한 점이 이 책의 탁월한 강점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