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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사에는 감정이 있습니다 - 내 삶을 옥죄는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 수업
박지현 지음 / 에디토리 / 2021년 4월
평점 :
세상에는 갖가지 장애가 다 있고, 우리는 그 중 몇을, 그 정도가 심하건 약하건 간에, 또 이를 의식을 하건 못 하건 간에, 몸과 마음에 계속 지니고 삽니다. 특히 요즘은 여성분들이 마른 몸에 대한 강박 때문에 식이장애로 고생한다는데, 사실 한국처럼 여성들이 몸매 관리를 열심히, 속된 말로 "빡세게", 이어가는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어떤 드라마에는 "한국에서는 살찐 사람이 사람 대접 못 받는다"며 개탄하는 대사도 나오던데, 좀 과장이 섞이기는 했으나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 싶습니다. 물론 이는 외모지상주의와 함께 대단히 우려스러운 풍조일 뿐입니다. 살은 그저 건강을 유지할 정도로만 빼는 게 좋겠죠.
저자는 이런 식이 장애를 가진 분들이 과거의 이런저런 아픈 경험으로부터 여러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진단합니다. 즉 이런 분들은 감정을 다친 상태이며, 이런 마음의 상처를 미리 낫우지 않고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해 나갈 수 없다는 거죠. 다이어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을 건강하게 지켜 나가려면 먼저 마음가짐이 바로서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식단이 마련되었고, 또 이를 칼 같이 지켜 나간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이를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다이어트를 설령 기계적으로 이어가도, 몸은 비록 날씬하게 유지될망정 마음이 지옥인 채 억지로 음식을 절제할 뿐이라면,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도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감정의 상처가 먼저 나으면, 폭식하려는(혹은 반대로 음식을 거부하려는) 충동 자체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멋진 몸도 유지될 것입니다. 너무 뚱뚱하지도 너무 마르지도 않은 채 말이죠.
다이어트 문제로 고통을 겪은 이들 중 상당수는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나의 노력 여하가 미치지 않는, 타인의 감정과 관련되어 있기에(p25)" 이 문제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타인의 애정이란 참 얄팍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얄팍한 것에 휘둘리다가 끝내 다이어트 감옥에 스스로 들어갑니다.(p28)" 참 맞는 말입니다. 살 쪘을 때는 다들 무관심하다가, 살이 좀 빠지고 미모가 살아나니까 다들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 뭐 이런 경험을 한번 하면 절대 예전으로 못 돌아가고, 음식을 먹고 그 칼로리가 내 몸에 머문다는 상상만으로도 공포에 떨게 됩니다. 날씬한 체형 유지로 일단 안도하더라도, 이렇게 살아서는 내 가치 내 행복이 전적으로 타인의 반응에 의해 좌우되니 결코 올바른 상태가 못 됩니다.
그래서, 저자분과 같은 전문상담심리사를 찾아오는(=내담하는) 이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 없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성공한 적이 있는 분들(p33)이라는 겁니다. 그냥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는 이들은 (혹 다른 도움이 필요할 수는 있어도) 이런 식이장애를 겪지는 않겠지요. 다이어트에 일단 성공했다가 요요를 겪는다거나, 지금 성공한 상태라고 해도 도무지 정신적 안정이 안 찾아지는 분들이 더 큰 문제다, 뭐 이런 뜻인 듯합니다.
사람에게는 유전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지방의 양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두고 "지방량의 세트 포인트"라고 부른다는데(p35), 이걸 무시하고 억지로 모델이나 가수처럼 변하려 하면 몸이고 마음이고 반드시 탈이 날 수밖에 없죠. 이런 분들 중에는 "씹고 뱉기(chewing and spitting)"라는 악습관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p40). 고대 로마에서 귀족들이 양껏 먹은 후 토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하나 이는 식도락이 목적이므로 현대의 식이 장애로 고생하는 이들보다 오히려 처지가 나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이장애로 고생하는 이들 중엔 먹방을 즐겨 보는 이들도 많은데, 진행자 중 상당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타입"이 또 많다는군요. 그러면 시청자는 "먹고 싶어서 먹고, 그래서 살이 찌는, 저들과는 다른 나"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게 되며, 이런 경험이 지속되면 또 트라우마가 생겨 식이장애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된다는 겁니다. 먹방을 안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먹방을 보는 동기는 대개 "안 먹으면서 대리만족을 하기 위함"이라니, "먹방을 보면서 나도 함께 먹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 게 큰 착각인 줄 새삼 알게 되었네요.
결국은 내 뇌가 안정을 찾아야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놓인다고 합니다. 이걸 위해서는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사람과 포만감 있는 식사를 함께 하기"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시도해 보라고 합니다. 또 체중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범주"로 인식할 필요도 있다고 합니다. "나를 믿으세요. 제일 정확한 기준은 내 몸의 감각입니다(p72)." 저자의 말입니다.
폭싱을 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하는가? 저자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 못 하는 사람, 특히 그런 여성(p83)"에게서 이런 어려움이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신체적 배고픔이 문제가 아니라 그저 부정적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건 결코 좋은 식사가 아니(같은 페이지)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을 잘 구별해야 하듯, 잘못된 죄책감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게, 식사를 대하는 올바른 감정을 세팅하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133). 죄책감은 대개 3~5세 사이에 발달하는데, 보통은 자신의 죄책감에 대해 가장 숭고하고 정직한 영역이라 여기므로, 적어도 스스로가 죄책감이 드는 행위라면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고들 생각하게 되죠. 문제는 이 중 일부 감정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데 있습니다. 진짜 죄책감이라면 나의 슈퍼에고로서 존중해야겠으나 그렇지 않은 가짜라면 내 몸과 마음을 망쳐가면서까지 복종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남을 챙기는 게 나 자신을 챙기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합니다. 이는 물론 대단히 숭고한 일임에 틀림 없죠. 그런데 이런 분들 중 일부는 "가정 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사랑과 인정의 욕구를 대신 채워주도록 (남을) 돌보는 자아"가 형성된 결과(p161)라고 합니다. "나는 못 돌보고 남만 돌보는 구멍난 가슴을 한 채 웃으며 살아가는(같은 페이지)" 삶이 되어서는, 비록 남을 돌보는 일이 아무리 보람 있어도 어떤 시점에서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겠죠.
"거식증과 폭식증은 결국 당사자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p198)"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생존을 위한 활력을 얻는 원천, 즉 생존자원(p216)이 필요한데 이 생존자원 중에는 외적(혹은 내적) 긍정자원이라는 게 있다는군요. 이런 자원들을 주변에 많이 확보해 두는 게, 내 감정의 치유와 음식에 대한 태도를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고 합니다.
"생각이 아닌, 감정에 집중하라(p231)." 많은 이들에게 직접 목표는 날씬한 몸을 위해 음식을 자제하는 것이며 이것이 동시에 최종 목표가 되는 게 흔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라고 하며, 그 중에서도 이런저런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을 마음에 쌓아 두지 말고 생산적으로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나 식이장애 외에 우리가 고생하는 여러 다른 문제도 결국 해결책의 시작이 이 지점 아닐지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