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바라봅니다
김영희 지음 / 아름다운비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과연 사람은 죽고 나서 다시 다른 생으로 태어나기도 하는 걸까요? 윤회, 환생이 맞는지 그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이것이 근거 없는 생각이라면, 얼마나 죽음이 두려웠기에 인간이 이런 걸 다 상상해 냈을까 하는 결론이 나오겠으며, 유한한 생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우리네의 운명이, 측은,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생은 소중하기에 치열히 살아야만 하며, 죽음은 그렇게 치열히 살아낸 생이 끝날 무렵 최대한 담담하고 평온하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김영희 저자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은 영원한 소멸입니다." 참 냉정하고 야멸차게 들리지만, 우리는 모두 지금 이 단정, 단언이 사실은 팩트임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죽으면 끝이지 그 뒤에 뭐가 있나?" 천국도 지옥도 허랑한 이야기이며, 현생 뒤에 내세가 있다는 말 또한 제발 그랬으면 하는 인간의 희망이 담긴 주문일 뿐입니다.

어차피 죽어 없어질 영혼, 육신이라면, 그저 완전한 사멸로 끝나고 마는 생이라면, 이 유한하게 주어진 인생이 너무도 고맙게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죠. 어찌 보면 저 소박한 표현 속에 생(과 사)의 진실과 요체를 정확하게도 요약했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저자께서는 말합니다. "마음 속에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인정을 따듯이 담아 놓으면, 죽음에 이르러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죽는 순간 온갖 회한과 한맺힘에 부르르 떠는 이라면, 그는 살아 생전에 인간 관계를 깔끔히 정리 못해서 그러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죽음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역시 감탄이 나올 만한 통찰입니다. 이렇게 살다 그냥 갈 수 없어, 죽고 나면 무엇이든 연속되거나, 어떤 보상이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을 우리는 갖곤 합니다만 그게 얼마나 철없이 떼를 쓰는 어리광인지 동시에 우리는 내심으로 다들 인정합니다. 제1장에서 저자가 말씀했듯, 한번 죽으면 그만이지 다른 무엇이 남질 않습니다. 그러니 주어진 삶, 유한한 인생을, 가능한 한 치열하고 성실하게 산 사람이, 죽음 역시도 지저분한 미련 없이 깔끔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객관적"이란 말을 썼지만 사실 저자는 "잘 산 사람이 죽는 것도 잘한다"는 의도 아니셨겠습니까. 죽어서 온갖 괴로움과 두려움에 압도당하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죽는 이만큼 불행한 사람도 또 없습니다.

"가벼운 삶은 죽음도 가볍게 합니다." 여기서 "가벼움"이라는 건, 세속에 집착하지 않고 산뜻한 처신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로 주관 없고 경박하며 제 중심을 갖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바람직한 건 "자기 중심이 잡히고 진중하며 무게 있는 삶"입니다. 이런 사람은 쉽게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고, 어떤 시련이 닥쳐도 쉬이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진중한 삶을 산 분이, 죽음에 임해서도 침착하고 현명하게 신변을 정리하지 않겠습니까.

"죽음은 반드시 옵니다." 만약에, 죽음을 잘 준비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들이 있다면, 운명 전체를 주재하는 신 같은 존재가 마치 로또 복권 당첨 확률로 그들 중에 자격 있는 자를 골라 영생이라는 선물을 준다면, 사람들은 아마 남에게 해꼬지하지 않고 보다 도덕적인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꾸미는 악질 위선자, 사기꾼들이 늘어날까요? 여튼, 제아무리 도덕군자(겉과 속이 같은)라 해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죽음은 매우 낮은 확률이나마 이를 모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한 날짜만 모른다뿐 누구에게나 닥쳐 옵니다. 이 현실을 냉정히, 현명히 직시하는 이가 더 성실하고 보람된 나날을 이어갈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그래서 죽음은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임권택 감독의 어느 영화를 보면 장례식을 축제처럼 표현한 게 있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생을 담대하고 보람차게 살아낸 이에게, 평화롭고 담백한 죽음은 하나의 상장, 표창, 수훈과도 같습니다. 책은 "아름답고 훌륭한 죽음을 죽자"는 내용이지만, 그 말은 결국 "주어진 삶을 최대한 알차게 보람되게 살자"는 뜻이나 같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고 알차게 살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훈장처럼 맞고 떠나도록 하죠. 멋진 죽음은 멋진 살의 목에만 걸어 주는 꽃다발과도 같습니다. 자격 없는 자에겐 결코 주어지지 않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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