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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입시의 기술 - 대학 입시, 모든 것이 전략이다!
윤윤구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1년 3월
평점 :
현행 입시 제도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전형이 존재하며, 따라서 그 중 자신의 여건과 적성에 맞는 걸 골라 더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에도 "아는 만큼 보이는~"이란 문구가 들어갔는데, 책을 열어 보니 과연 다양한 방법들이 나와 있었고, 어떻게 해야 이런 방법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또 직관적으로 와 닿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저도 간혹 각 대학교 입시관리부서에 직접 연락도 취하곤 해서, 도대체 전형 과정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브로셔를 받아 보고 정독한 적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어떤 경우를 상정하여 마련한 경로인지 짐작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역시 전문가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한 안목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2학년도 입시의 중요한 변화는 정시 확대였습니다.(p19)" 이른바 N수생들은 언제나 입시에서, 특히 정시 입시에서 큰 변수였습니다. 정시확대가 늘어난 만큼 이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며, 저자는 특히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여긴 이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응시가 큰 폭으로 늘어나리라 예상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현역들, 즉 현 고3들은 수시 전형을 더욱 꼼꼼히 살피고 신중하게 임해야겠습니다.
구체적으로 학생부 전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예를 들어 고려대의 경우 교장 추천 전형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80%는 우리가 익히 알던 대로 정량 평가 위주의 교과 성적인데, 나머지 20%의 경우 진로선택, 전문교과를 반영하며 이것이 "정량"이 아닌 "정성(定性. qualitive)"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전망(p87)입니다. 특히 저자가, 최신 트렌드의 뚜렷한 방향 변화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만큼 입시생들이 유념해서 이 부분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의 지적대로, 이 학생부 전형은 본시 정량 평가 위주였다는 점을 먼저 유념한 후 그 뜻을 잘 살펴야겠지요.
우리 나라 현 입시는 도대체 큰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문제입니다. 한때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없애거나 완화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보면 p88같은 곳에서 "반드시, 최저 기준을 충족하도록 주의하라"는 말까지 저자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미디어에서 전후 맥락 없이, 혹은 부정확하게 대충 언질만 나온 수준의 워딩을, 신중한 검토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걸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확신하곤 하는 우(愚)를 범합니다. 이런 개인적 기억+미디어의 신중치 못한 보도와, 이런 입시 전문가의 저서 중에서 언급, 강조되는 대목 중, 어느 것을 신뢰해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후자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나는 이렇게 들었는데"라며 고집을 안 꺾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녀의 장래가 달린 문제이니만큼, 확실한 정보와 권위 있는 식견에만 근거하여 이런저런 판단, 결정을 내려야 하겠습니다.
공교육의 참된 목표도 그러하며, 대저 학습이란 자기주도의 과정이되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결론이 타당해도, 그 과정에 대한 올바르고 이성적인 납득 없이, 그냥 주입 강요하는 식이라면 그게 효과적으로 머리에 자리할 리도 없고, 학생의 인성도 왜곡되며 정신에 상처를 입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 책 p102 이하 같은 곳에서는, 자기 주도의 학습, 창의력 발휘, 호기심 발동 등의 과정을 특히 강조합니다. 대체 자기가 스스로 재미가 있어서 공부하는 학생과, 코뚜레에 코가 꿰어 끌려가는 가축처럼 억지로 공부하는 학생 사이에 얼마나 큰 결과의 차이가 날지는 불문가지 아니겠습니까.
특히 최근 수능 중 수학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의 경우, 난도가 상당히 높기로 유명합니다. 유형도 독창적이거니와 기존의 이름난 참고서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방향의 문제가 출제되기에, 설령 족집게 강사로부터 고액 과외를 받는다 한들 그 해결을 바라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책 p167 이하에, 사교육의 병폐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습니다.
누구는 "수학 천재들이 살아서 와도 제 시간 안에 못 풀 것이다"고도 하던데, 혼이 나야 할 소리입니다. 그런 사람의 정신 세계와 역량을, 그 레벨이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짐작하겠습니까? 혹 뉴턴과 아인슈타인이라면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정직하게 시인해도 할 뿐이지, 자신이 짐작도 못할 타인의 기량을 함부로 입에 올리며 남 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현실의 한국에서 만점을 맞은 수험생은 그럼 그런 역사적 위인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이겠습니까? 참 다행한 일이긴 합니다만.
책의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생각 외로 효과가 큽니다. 어떤 미션을 그저 재미삼아, 스스로 흥미가 발동하여 도전에 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 성취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재능이 노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스스로가 학습 동인을 찾아서 열심히, 매 순간 희열을 느끼며 한 계단씩 오르는 학습자에게는 결국 정복되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바로 p116 이하에서 말하는 "진짜 공부"이기도 합니다.
p153 이하에는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독서 전략이 나옵니다. 저자는 이 화두를 꺼내며,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은 결코 필독서가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사실 필독서란 없으며,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줄 아는 학생에게는 그가 스스로 고르는 모든 책이 양서이며 독해력 양성의 기반이 됩니다. 독서는 그저 입시 전형으로서의 논술 대비 수단이 아니라, 입시를 넘어선 인생 전체의 자양이고 밑받침입니다. 물론 국어 영역에서 비문학 고득점 확득의 지름길이기도 하죠.
결국 입시의 정석은, 인성과 바른 세계관과 학습 능력, 문제 해결력이 일체가 된 길입니다.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인성 면에서 문제가 있으리라는 짐작은, 이처럼 변화하는 입시 제도 하에서 더 이상 근거를 갖지 못합니다. 공부의 정석을 걷는 선택이, 결국 자신의 인생 진로 전체에서도 올바른 방향을 잡는다는 사실을 학부형과 입시생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얄팍한 사교육만으로는 어떤 전형도 쉽사리 통과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