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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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 선생님이 오랜만에 펴 내신 소설입니다. 배경은 저 제목 그대로 2061년인데 생각보다 너무 소재가 다채롭고 현대적이라서 읽으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현재 코비드19라는 변형 RNA바이러스 때문에 고생을 하는 중인데요. 이 소설 중에도 팬데믹에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주인공은 시간 여행자, 즉 영국 드라마 닥터 후 같은 데 나오는 시간여행자인데 이름이 심재익이더군요. 성이 심씨이면 조선 명문가들이 연상되어서인지, 아니면 이 선생님의 전작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 때문인지 왠지 이지적이고 어깨에는 큰 책임을 진 남성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물론 ㅎㅎ 글로 상상으로 시간을 여행하는 이인화 선생의 페르소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꿈의 힘을 믿어야..." 이런 말이 아마 청나라 말 함풍제 같은 이의 입에서 나왔다면 현실 도피라며 많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겠죠. 그러나 우리는 이미 1990년대 말에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봤기에, 현실이 현실이 아니라 가공의 감옥이며, 오히려 우리가 자유롭게 꾸는 꿈이 현실일 수도 있음을 배운 바 있습니다. 아니, 꿈이 꿈일 뿐이라면 애초에 왜 우리가 꿈을 꾸게끔 설계, 혹은 진화가 되었느냐는 의문을 가질 만합니다. 꿈에는, 혹은 현실에서 희미한 자취만 보이고 지나가는 그 모든 것에는 다 존재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면 말입니다.

이 세상에는 노름꾼도 있고, 남을 돕는 의사도 있고, 요즘 말로 "xxx WORKER"라고도 불리는 성x매 종사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미래라고 그 모든 부조리함,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 혹은 부질없고 비생산적인 욕구가 다 사라졌을까요? 인간은 애초에 태생으로부터도 비합리적이고 모순에 가득한 고깃덩어리입니다. 또 하나 개탄스러운 게 있습니다.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싸우거나, 아예 이 모든 걸 부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드는 무모한 분자들이 어느 시공간에나 진을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이제 기계의 도움을 받아 더 강력한 능력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뭐 17년 전 레이 커즈와일이 자신의 책에서 이미 그 존재를 예상, 상정한 대목이기는 합니다. 작가는 역시 천재적인 언어 감각의 보유자 답게, 어떤 문자라도(로마자는 물론 한글이라도) 인간의 발성기관으로부터 나는 다양한 소리를 표기하기에 역부족임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래서 동아시아권은 표음문자 아닌 뜻글자를 일찍부터 만들어 썼던 것일까요? 이름부터가 낡은 극우사상과 편협한 민족주의를 떠올리는 어느 캐릭터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음산한 부호 뭉치를 다시 입에 올립니다. 그 시절이 다시 와야 한다는 소망과 당위를 전파하듯 말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사색하고 응시하고 실천해야 할지, 이 소설은 우화의 형식으로 가르쳐 주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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