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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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에게건 일생의 사랑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짝사랑도 있고, 서로가 원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맺어지지 못한 인연도 있고, 옷깃도 채 스치지 말았어야 할 악연도 있습니다.

라라진은 한편으로 참 당돌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녀가 어떤 인연을 선택하거나 시도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이 중에는 놀랄 만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있고, 그녀의 할머니 또래에게나 어울리는 구식의 감정선도 눈에 띕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녀의 발걸음이며 그녀의 동선입니다. 밖에서 이러쿵저러쿵할 권리는 없습니다.

"심장이 어떻게나 빠르게 뛰던지 내가 키스를 서툴게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들지 않았다(p109)." 학교의 공식 커플은 따로 있는데 우리의 주인공 라라진은 또 여기서 사고를 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만해 한용운도 회고한 것처럼,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모든 것을 잊고 넋 놓게 만들 만큼 강렬하고도 압도적인 체험입니다.

"흥정이라는 게 생각만큼 어려운 건 아니었다(p247)." 아무래도, 나이 어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런 풋풋한 "첫 경험"에 대한 회고가 재미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공교롭게도 인생의 마지막 장을 향해 걸음하는 할아버지도 나오는데, 이분은 어느 공인회계사 이야기를 하며 "누가 생각이라도 나는 듯" 그윽한 회고에 잠긴 눈빛을 띱니다. 라라진은 그 눈빛 안에 얼마나 깊고 먼 사연이 따라올지 아마 감도 채 잡지 못할 것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네 얼굴은 잘생겼다기보다 아름답더라(p96)." 이런 말을 들으면 물론 수신 당사자는 기분이 뿌듯하겠으나 문제는 발신자의 민망함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눈치 못 채도록 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하겠지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백 미터 밖에서 봐야 그나마 잘생겨 보이고, 안으로 접근할수록 그 못남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이는 거의 전적으로 "보는 사람의 안경"에 달린 문제지요. 한번 사랑에 빠져 콩깎지가 씌면 보는 그 얼굴이 아름다운 정도가 아니라 god(des) of sex를 연상하게도 됩니다.

"이러니 내가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p304)" 사실 라라진뿐 아니라 누구라도, 누구에게도, 진짜와 가짜가 구분이 힘들 뿐 아니라 대체 누구 관점을 기준으로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겠습니까? 애초에 불가능한 과업입니다. 내 자신의 감정도 그게 찐인지 뭔지 판단이 힘든 판에 말입니다.

달달한 로맨스나 어떤 도피처 같은 걸 기대한 독자에게는 뜻밖의 솔직한, 그리고 신랄한 "현실 진단"이 잔뜩 펼쳐지는 게 의외입니다. 그 뒤에 몰려오는 건 각성과 공감입니다. 책 읽은 시간이 뿌듯합니다. 2권도 마저 읽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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