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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손실 제로의 법칙 - 손실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극대화하는
시미즈 가쓰히코 지음, 권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생산 현장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건 비용과 원가의 절감입니다. 혁신이나 새로운 발명 같은 건 물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도약입니다만 그런 이벤트는 자주 발생하는 게 결코 아니죠. 결국 매번 일상에서 부딪히는 애로나 장애를 빨리, 저렴하게 해결하는 게 제일의 방책인데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무엇이 가장 자주 맞이하는 루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문제는 선택입니다.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없으니 하나(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버리고 하나만을 취해야 합니다. 이때 어떤 대안이 주는 효용이 100이라 해도, 이 대안 때문에 포기한 것이 주었을 효용이 101이나 뭐 그 이상이라면 이런 선택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요즘 기회비용이다 뭐다 해서 특정 주식을 빨리 손절하는 게 더 낫다고 평가하는 건 바로 이런 사고를 일상의 선택에 도입한 결과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어떤 이론상의 가능성이라든가, 현실에서 마주할 확률이 매우 낮은 어떤 안의 상정은 그닥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해당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이해하며 내가 근무하는 바로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p31).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제"를 리더는 미리 파악하여 다른 구성원들이 그로 인한 애로를 느끼기 전에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p33에서 "니머지는 해결하고 싶지 않으나 국민투표에 부치자"며 현실을 도피했던 데이비드 캐머런의 예를 듭니다. 그는 영국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총리직에까지 오른 정치인이었으나 현재 영국과 유럽이 직면한 브렉시트 등 모든 난제를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젖힌 과오가 있습니다.
한때는 일본이 세계 전자 제품 시장 대부분을 석권했고 반도체 시장 역시 대부분을 좌우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 p98에는 대만 패블리스 기업의 예가 나오는데 요즘 한국 경제 미디어에서 fabless를 "팹리스"라 쓰고 이를 자음동화 과정을 거쳐 "팸리스"로 읽는데 대단히 잘못된, 무식한 관행입니다. 엄청난 투자를 거쳐 거대한 설비를 갖추었으면 그로부터 무엇인가 본전을 단단히 뽑아내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렇다고 거대한 설비를 폐기하자니 너무 아까워서 묵혀 두는 걸 콩코드 효과라고 하는데 본전 생각이 나서 쓸모 없는 걸 계속 유지하는 아주 잘못된 결정입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매몰비용효과"라고 부르는데, CEO는 즉각 이런 것을 폐기해야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몇 년 전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이란 짐 콜린스의 책이 큰 인기를 끈 적 있습니다. 오야마 겐타로 회장은 이런 기준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인품이 첫째, 의욕이 둘째, 그 다음이 능력이다(p131)." 보통 오야마 회장 같은 사람은 첫째도 둘째도 능력을 보고 사람을 뽑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인품, 우리 요즘 자주 쓰는 말로 "인성"이 나쁘면 어디에도 그런 인재는 쓸 데가 없다는 겁니다.
요즘은 어느 조직에서도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책에서는 특히 중요도와 긴급도를 구분(p149)하라고 강조하는데 중요한 일이라도 지금 당장의 시급성에서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하합니다. 전체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보여도 당장 지금 이 일을 해 두지 않으면 모든 일의 처리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긴급도입니다. 요즘 개인적으로도 부쩍 절감하는 게, 이런 일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놓지 않아서 벌어지는 갖가지 비능률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한때 시사주간 TIME으로부터 "컴퓨터 칩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포테이토 칩처럼 팔아제치는 놀라운 회사"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최고 경영자를 임명할 때 "내가 새로운 CEO라면?" 같은 역지사지의 발상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새로 검토하는 전략인데, 이런 근본적 의심을 품어 버릇해야 현재 추진하는 안의 타당성과 합리성 여부를 효과 있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과제를 그저 입맛이나 보듯 건드리기만 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입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어떤 일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며, 나는 여태 시작을 하고 중도에 그만 둔 적이 없을 만큼 집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요령을 갖고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며, 우선순위를 잘 정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위에 오야마 겐타로 회장의 말처럼 인품, 인성을 갖춘 인재가 흔히 그러하듯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끈기 있게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결국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 하늘의 도움이 함께한다는 동양의 격언도 있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