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내려놓기 연습
최경선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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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일상에서, 혹은 직장에서 피곤하게 만드는 건 그 대부분이 사소한 감정 싸움에서 기인합니다. 정작 물질적 이해관계에서 유발되는 갈등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 싶을 만큼입니다. 이런 갈등 구조는 아마 사회에 따라 제각각인 모습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라면 감정만 어떻게 스스로 잘 다스리고, 혹은 서로가 타인의 그것을 (순전히 전략적 이유에서라도) 배려해 준다면 괜한 역량이나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가 잘못하면 도리어 큰소리를 치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유형(p72)이 우리 주변에도 보면 꼭 있습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도 보면 바람 핀 남편(아내)이 잘못을 추궁하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화를 내며 사람을 그리 못 믿냐고 역으로 따집니다. 이걸 두고 무슨 영리한(아주 못된) 전수로 보기보다, 자기도 미안해서 저러는 거 아니겠냐고 이해를 하라는 훈수, 충고도 간혹 보이는데 이 역시 한국에서만 발견되곤 하는 이상한 반응 양식일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누구나 자기 방어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게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냐"며 역으로 상대방에게 일종의 어리광을 부리는 심리라는 쪽으로도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으며, 책에서 권하는 진짜 처방은 "본인의 따스한 감정을 부인하지 말고 인정하라. 상대를 비난하면 그 상대 역시 당신을 비난하기 위해 속으로 칼을 갈며, 이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질 않는다."입니다. 또 어떤 상황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오는 자체가, 우리들이 과거의 어떤 체험 때문에 감정에 부정적인 꼬리표가 달려서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때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나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감정이 제 출구를 찾아 나오게 돕자는 겁니다. 그럼 과거의 상처도 자연스럽게 치유된다는 거죠.

솔직히 타인과 어떤 갈등을 빚을 때는 누구나 살벌해집니다. 이때 인간적이거나 어떤 "따스한" 마음을 먹으면 그게 악질의 상대방을 만났을 때는 다 약점으로 전이됩니다. 악질 역시도 핑계를 대며 "당신이 나에게 나쁘게 할 줄 알고 나도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과연 이런 사람한테도 나의 따스한 감정과 인간적 양심을 노출하며 자연스럽게 대해야 하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이 책 저자께서 "자연스러운 감정을 스스로에게 인정하는 게 나 자신을 위한 힐링"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100% 동의하고 싶네요.

"화 내는 습관은 병이다. 습관은 힘이 아주 강하여 한 개인을 성공으로도, 혹은 파멸로도 이끌 수 있다(p51)." 저자는 전철 안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이 역시 습관"이라 말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직장 혹은 학교로 향하며 이후에 전개될 일정 때문에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느껴 그러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이며, 관계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어차피 이런저런 접촉에서 우리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면 화를 내고 벌컥 감정부터 폭발시키는 어떤 "버릇"을 내 몸에서 마음에서 잘라내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직장 동료, 시댁 어른들, 혹은 자신의 부모와 빚는 여러 갈등들도 차마 못 치를 괴로움입니다. 그런데 내가 내 속으로 낳은 자녀가 이제 머리가 굵고 자신만의 의견, 철학을 가졌을 때 나와 빚게 되는 갈등, 이거 역시 정말 못 할 짓입니다. 도대체 얘가 왜 내 말을 이렇게 안 들을까? 누구 자식인데 이처럼이나 부모 말을 거스를까? 다른 경우와는 달리 자녀는 내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베풀기만 하는 상대이기에 갈등의 타격이 몇 배는 더합니다. 이때에는, 혹시 내가 나의 부모님으로부터 느꼈던 서운함과 상처, 미움 등을, 이번에는 내가 나의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건 아닌지 먼저 돌이켜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보고 몇날 밤을 우셨다고 하는데 저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대개 부모님들이 이런 생각을 하시므로 자녀들도 그저 자기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역지사지한 후 무슨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입니다. 나중에 혹 돌아가시고 나면 무엇보다 후회감과 자책 때문에 내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으니 이는 부모님이라기보다 오히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에, 공적인 부분에 감정을 대입(이입)하는 걸 그리 나쁘게 여기지 않습니다. 감정이 없으면 일에 열정이 안 실리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업무 하나하나에 감정을 넣는 사람이 일처리에서 잔실수도 잘 안 합니다. 그런데 특히 p143에서 저자는 "어떤 결정권을 가진 자가, 기회만 오면 사사로운 감정을 대입하며 모든 조직을 혼돈에 빠뜨리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이거는 사실 조직 부적응자의 파탄적 행태인데, 공과 사가 전혀 구분 안 되며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을 전혀 객관화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의 감정적 상처 보호, 주관적 자부심 고양 등만을 최우선 순위로 놓는 미숙한 사람의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럴 때 "거절은 똑부러지게 그 사람의 눈을 보고 하며,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키는 부정한 청탁에 절대 간여하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일에 안 엮이기 어려웠으나, 사회 분위기가 어지간히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요즘은 개인이 결단 내리기가 보다 용이한 분위기입니다.

저자는 책 여러 군데에서 "잘못된 습관"을 고칠 것을 주문합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돠풀이하는 많은 행태들은 꼭 그럴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그 행태들을 반복하는 게 몸에 익어서 되풀이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습관 중 쓸데없이 감정을 소비허거나, 화풀이 등으로 불건전하고 비건설적인 쾌감만 일시적으로 얻는 게 많다면? 우리의 성과나 성취는 날이 갈수록 퇴보하고 내 마음과 정력은 회복 불능으로 손상될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보다 성숙히 관리하고 무익한 습관에서 벗어나는 게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데에까지 도움이 되리라고 합니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창의적이기까지 하다는 제안,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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