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병맛 챌린지
마들렌북 편집부 지음 / 마들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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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끔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병맛" 넘치는 행동을 해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는 말도 있지만, 천성이 자유로운데 이처럼이나 각종 속박과 제약에 시달리니, 가끔이라도 한 번쯤은 반대편으로 핸들을 확 꺾기도 해야 사람이 제정신이 유지될지도 모릅니다. "워라밸"이란 말도 있지만, 병맛이라고 하면 워크보다는 라이프에 원래 그 함량이 더 듬뿍 담겨야 제맛인 것도 같네요. 라이프에 병맛의 농도가 진해지면 진해질수록 사는 게 사는 것 같을 수도 있고요.

책 맨처음에 제안되는 챌린지는 "책꽂이에서 아직 읽지 않은 책 꺼내읽기"입니다. 이것은 병맛 넘치는 행동(도전)이라기보다, 원래 같으면 "미뤄둔 숙제 마저하기"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한가하게 책 꺼내 읽는 정도를 놓고 "일"이라고는 못하겠으니 이것은 워크보다는 라이프 쪽입니다. 이걸 병맛 챌린지로 처음 시도하는 건 두 가지 장점이 있겠는데, 허나는 같은 숙제(?)라도 숙제가 이닌 마구하는 일탈 정도로 생각하면 오히려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겁니다. 또다른 이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튀는 병맛 챌린지를 맨 첫날에 하면 너무 부담이 되어서 나머지 일정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죠. 고립된 탄광 등에서 구조된 사람이 급하게 음식을 섭취하면 안 되듯, 병맛 챌린지도 서서히 그 강도를 높여 가야 일상 자체가 완전히 맛이 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ㅋ

p34에는 또 "아무 책이나 장르 무관 하루 한 페이지 독서하기"라고 해서 책 관련 미션이 나옵니다. 이 역시 챌린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온건합니다. 또 저는 은연 중 얍삽하게 이런 마일드한 챌린지만 골라서 도전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실린 갖가지 과격한(?) 병맛 챌린지 제안을 보면, 역시 병맛도 아무나 풍기는 게 아니구나,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쟁취하듯 과격한 병맛 챌린지를 시도할 줄 알아야 인생에 진짜 자유가 생기겠구나 싶기만 합니다. 사실 루틴의 노예로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별로 없으니 말이죠.

p59에는 "불의를 외면하기" 미션이 제안됩니다. 예를 들면 전철에서 자리 양보 안 하는 젊은이에게 눈치를 준다거나 하는 게 "불의를 외면 안 하는 정의로운 행동"이라면, 저는 거의 매일 불의를 외면해 왔던 셈입니다. 그러니 병맛은 본인만 모르고 있었을 뿐 나의 일상에 언제나 원치 않는 동반자로서 함깨 했던! 매일매일에 거의 병맛 양념이 빠지지 않았던 나의 인생! 새삼 뭘 챌린지하고 뭐하고 할 것도 없었던! ㅠ

p73에는 "헤어진 연인에게 맨정신에 연락해보기"가 있습니다. 이거는 맨정신뿐 아니라 술김에 해도 여전히 병맛이겠으며, 아니 음주라는 극한 병맛짓이 결들여져 아예 병맛의 완성을 보여 줄 것 같습니다. ㅎㅎ 맨정신에 이걸 하라니 챌린지 한 번에 평판을 종칠 수도 없고... 근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이런 걸 해야 어쩌면 이 책을 펼쳐 들고 챌린지를 하는 보람이 있는 거겠고... 아무튼 이거는 진짜 겁이 나서 못하겠으니 좀 순한 맛으로 더 골라 보겠습니다.

p170에는 애인과 내기해서 꿀밤 때리기가 나오는데 현재 없으므로 이것도 역시 제겐 불가능합니다. 드라마 <셜록>에 보면 마그누센이라는 방송사 사주가 왓슨의 눈두덩에 딱밤 치는 장면이 있는데 물론 서로 모르는 사이이므로 엄청난 모욕입니다. 그런데 사정을 모르면 다 큰 어른들, 아니 중늙은이들이 저러고 놀고 있으므로 되게 웃긴 병맛짓입니다. 애인 말고 친구하고 저기 탑골 공원 같은 데 가서 저러고 놀면 진짜 완성도 높은 챌린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인스타에다 나흘 치 미션을 올렸습니다. 아직 좀 서투른데 감정을 정리하고 나서 한 달쯤 뒤 다시 새로운 병맛 챌린지를 해 볼 생각입니다. 예쁘고 귀여운 이 책이 많이 도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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