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 직장인, 취준생, 3모작 도전의 체험 인사이트
박창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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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창욱 선생님은 (이 책 책날개에 따르면) "평생 사람을 연구"하신 분입니다. 예전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꼼꼼한 사무처리, 정확한 상황 판단, 청렴한 태도, 방대한 업무 지식, 이 모두가 필요한 덕목이지만, 결국 사람을 어떻게 파악하고 용인(用人)하고 적시적소에 배치하느냐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그릇과 심리와 포부와 기량과 심산을 다 파악하면 천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독자로서 저는 그 다음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의 한계를 절감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연구"하기 시작하셨다는 겁니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똑똑하다고, 유능하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인물을 감정하는 걸 자주 봅니다. 물론 그런 판단 중 상당수는 정확한 결론일 겁니다. 허나, 그렇게 남을 판단하는 사람 본인은 남에게 판단을 받지 않을까요? 오히려 함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환영 못 받고 조직 안에서 견제의 대상이 되기 쉬우며, 나쁜 평판도 따라오기 쉽습니다. 결국 현자는, 내가 남을 판단하기보다 남에게 내가 더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 남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 이것이 진짜 승자가 되는 길임을 깨닫게 되지 않을지요? 저자께서 말씀하신 이 길이야말로 처세의 궁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길의 끝까지 가 본 사람이라야 이런 겸손한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입니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인사쟁이'이신 저자 본인의 생각과 삶을 담은 첫 파트,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담긴 두 번째 파트, 모집과 채용에 관한 글의 세 번째 파트"(p9)입니다. 특히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젊은 세대가 많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겠으며, 평생 HR로 잔뼈가 굵으신 분의 말씀이니만큼 이 세 번째 파트를 주의깊게 읽어봐야겠습니다.

살아오신 경험에서 비롯한 여러 생생한 일화를 들려 주시는 가운데에도, 참으로 지혜와 교훈이 가득한 말씀이 많습니다. 18년 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패션"이란 무슨 뜻입니까? "열정"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거죠(p60). 저자는 이를 두고 한 단어에 서로 모순되는 두 뜻이 담겨 있다고 평합니다. 이른바 contronym이라는 건데, 사실 영어 네이티브들은 이 단어를 contronym으로 분류하지는 잘 않습니다. 단지 우리말 "열정"에 꽤 긍정적인 느낌이 들어있다 보니 우리 한국인들만 번역을 보고 그리 느끼는 거죠. 여튼 열정이 곧 수난일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젊은이들이 꼭 새겨들을 만합니다. 이때의 열정은 꼭 야단법석을 부리는 게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목적(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열정"의 대체어로 삼을 만하다고 합니다)을 추구(p61)할 수도 있죠. 이 말도 한번 곰곰 새겨 보십시오.

"고통이 없는 목표는 진정한 목표가 아니라 말로만 하는 것이다(p61)."

저자는 (주)대우 무역부문에서 커리어의 중요 시기를 보낸 분이라고 나옵니다(p106, p72 등). 대우는 지금 김우중 회장의 몰락과 함께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졌으나 한때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예전에 저도 이 독후감( https://blog.naver.com/gloria045/222055160222 )에다가, 한때 당당했던 그룹 대우 출신 인사들의 회고와 다짐을 읽고 제 느낌을 적은 적 있습니다. 이런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셨던 분이니 사람을 볻기만 해도 견적이 주루룩 나오시지 않겠습니까. 신입 말고 경력사원의 경우 저자는 지원자와의 면접을 마치고 "악수의 강도, 몸의 냄새, 액세서리, 손의 청결도" 등을 다 체크하다고 합니다(경력사원의 경우임을 유의하십시오). 1~2초 안에 결론이 난다는 것이며 저자는 이 대목에서 말콤 글래드웰(우리 독자들도 잘 아는 바로 그분)의 책 한 구절을 재인용(p101)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이 대목에서 그 지원자가 평소에 쌓은 습관, 훈련됨, 씩씩함, 반듯함 등이, 목소리나 몸짓에서 다 드러난다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인생이 이처럼이나 만만치 않은 겁니다. 게으르고 불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이런 분한테 걸려 면접 단계에서 다 판정이 나는 거죠.


면접장 안의 "내숭(p102)"과 면접장 밖의 본모습이 큰 차이 나는 경우, 저자는 특별히 실무자들에게 당부하여 이런 무의식적인 게으름, 불성실함,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을 잘 걸러내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면접장 안과 밖이 현저히 차이 나는 이런 양극단의 모습이야말로 인사 담당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결정적인 불합격 요인이라고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는 면접자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데(p104), 이때 공손하게 받는지, 몇 걸음 나아간 후 아예 봉투를 열어 보고 타 대기업의 금액과 비교해 보는지, 큰 소리로 떠들며 까불거리는지를 다 체크하신다고 하네요. 여튼 평소에 조신하고 성실한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 건 불변의 이치입니다. 다음 말을 한번 잘 새겨 보십시오.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p107)."

학위가 전부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대략 20년 전부터 미국 등지에서 MBA를 따 와 주요 스펙으로 추가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게 설령 청탁이 있다 해도,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p106)"며 결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일단 뽑고 나서 지켜봤는데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실무자들에게 "다음에는 MBA 출신 절대 뽑지 말죠." 같은 극단적인 말도 듣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자기 일신도 못 추스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비슷한 경력을 지닌 다음 사람들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셈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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