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수진의 뷰티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 - 홈 비즈니스, 뷰티로 시작해볼까?
이수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이 참 큰 나라라고 느껴질 때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가꾸고 사업에 성공하여 큰 재산까지 모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부자들은 있지만, 그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랄까 경로가 다양하고, 또 상속, 후계 등이 아니라 자신의 당대에 자력으로 일어선 사람들이 많아야 그 나라 경제가 건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49세 이수진 사장님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한국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중년 여성입니다. 게다가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명문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공부하기를 싫어했던" 편이었으며 책 표지나 본문에 수시로 나오는 것처럼 "경력 단절 7년"의 장애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겸손의 표현이며, 책에도 나오듯이 혼자서 6살 때 한글을 깨쳤다고 하니 "공부하기를 싫어했을망정" 머리는 꽤나 영리하게 태어나신 분 같습니다.

또 일산에서 처음 개업했을 때 인맥도 없었건만 가게와 아이템들이 예뻤다고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회고를 보면 남들 눈에 잘 띄는 화사한 외모에 붙임성 같은 매너가 장사, 사업하기에 애초부터 최적인 적성이 아니셨을까 싶습니다. 또 외모는 대개 유전인데 세 분의 여동생이 하나같이 멋쟁이, 미인이었고 이분들이 초기에 사업을 도왔다는 점도 고려는 해야할 듯합니다. 아무튼, 외모만 뛰어나다고 다 사업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감각이라든가 사람 대하는 기술, 시류를 잘 읽는 능력, 근면성실함 등이 두루 갖춰져야 합니다. 특히 저자분은 워커홀릭 기질이 다분하신 듯합니다. 아동복 사업하실 때 일에 너무도 몰입한 나머지 자연유산이라는 아픔까지 겪으셨다니 말입니다.

특히 저는 근면성실함이라는 자질이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사업 수완이 좋고 사람 끄는 매력이 뛰어나도 현상에 쉽게 만족하고 성가신 일을 제때 처리하는 습관이 안 붙으면 결국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사실 책에 실린 여러 편의 사진들(에서 풍기는 인상)만 봐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데, 굉장히 집념이 강하고 억척스러신 면이 있는 듯합니다. 이 책도 읽으면서 어떤 외적인 조건 같은 것보다는 사람의 이런 내면적인 특성에 초점을 두어야 그 교훈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다.

저자께서는 전남 여수에서 성장했다고 나옵니다. 49세이시니까 이분 성장기 무렵에도 여수는 적잖게 부유하고 번성한 도시였겠지만, 저자는 당시를 회고하며 "20대 여성이 머물기에는 답답한 지방"으로 회고합니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그릇과 야망이 커서였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여수는 심심한 지방이 아닌, 북적거리고 번화한 고장입니다. 여수 광양 일대가 1980년대 후반 제2제철소 들어선 후 제2의 전성기를 맞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명문대"에 대한 아쉬움이 종종 책 중에 표현되는 이유도, 여수에는 명문고 여럿이 소재하여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편이라서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여수 출신들은 깨끗한 표준말 쓰지 전남 방언도 안 씁니다. 저자님은 스스로 "목소리도 크고 억양이 강했다"고 말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것도 매력일 수 있죠

사람은 감수성 한창 예민할 성장기에 어떤 체험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틴에이저때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들었다고 하셨는데 지방이므로 여수mbc 자체 방송(프로그램 제목은 같은 채로)을 들으셨을지, 아니면 서울에서 송출하는 이문세씨 방송을 그대로 재송출로 들으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고 졸업 시기 서울에서 출장나온 아모레퍼시픽 사원분들, 예쁜 자태에 애교 넘치는 서울말을 쓰는 분들께 반한 나머지 학교 졸업 후 잠시 여수시청 아르바이트를 하다 쥬리아화장품에 취업하셨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라고 하시지만 저자님이 여고 다닐 때 그 회사 이름은 "태평양화학"이었겠죠 아마? "쥬리아"라는 브랜드도 요즘은 듣기가 힘들죠. 이 책에 실린 여러 사진들도, 1990년대 사회 분위기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것들이라서 그 시대를 산 독자들에게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이 책은 본문도 깨끗한 백상지에 인쇄되어 있고 사진들도 여러 컷 실려서 아마 어떤 독자들한테는 소장하는 맛이 따로 또 있을 듯합니다.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풍족한 삶을 살며, 큰 규모로 사업하시는 분이지만 한때는 굴욕도 겪으셨다고 합니다. 회사원이었던 남편분이 사업을 하다 잘 안 되셔서 빚 독촉도 당했는데 내 살다살다 빚 독촉을 다 당하다니 라고 회고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동복 사업 할 때도 큰 위기 없이 성공했고 제 짐작이지만 어린 시절도 풍족하게 보낸 분 같습니다. 졸업 후에 부친께서 경차 한 대 바로 뽑아주겠다고 한 대목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분이, 무슨 독촉장이 날아오거나 추심 목적 전화가 걸려오거나 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모멸감이 느껴졌겠습니까. 잘살다가 고생하게 되면 원래 더 못 견디고 더 힘든 법인데, 이 저자님은 오히려 위기로부터 더 의욕과 집념을 다진 분이니 사업하는 것도 다 DNA가 따로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프랜차이즈 처음 시작하신 것도 전세금 올려달라는 요구가 계기가 되었다니 말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좌절하고 내상만 입는 시련인데도요.

전세금 인상 요구가 계기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저자분은 사실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비즈니스우먼의 성취욕을 타고난 사람 같기도 합니다. 특정 프랜차이즈 지점을 내려 하니 그 창업자님이 특정 지역 시장 조사를 해오라는 숙제를 주더라고 합니다. 해 보니, 아 이거 장난아니더라, 아무 기반도 없는 내가 이런 험한 판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나 싶어서 포기하겠다고 솔직히 말했는데, 그 사장님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신이 봐 둔 지역 지점의 창업을 권하더라는 거죠. 역시 큰 사업가는 자신과 비슷한 그릇, 재목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고나 해야겠네요. "운이 좋았다"고 말은 하시지만 사실 되는 사람은 운이 알아서 찾아오기도 하는 법입니다. 5년만에 권리금 4천까지 받으며 아동복 사업을 일단 접었다고 하셨는데 휴식도 필요했다는 거고 아마 저자가 말하는 경단 7년은 이때부터 세는 기간 같습니다.

다시 사회로 컴백했을 때 대뜸 시작한 건 신규 독일 브랜드의 한국 수입 쪽이었습니다. 저자도 아마 이때가 힘이 들었는지, 전국 지사 관계자들이 그냥 평범한 여성 사업가 지망자를 보고 뭘 믿어서 같이 사업을 하겠냐며 마뜩지 않아하던 분위기를 자세히, 길게 회고하는군요. 우리 독자들도 뒤에 자세히 펼쳐지는 화려한 석세스 스토리보다 이 대목을 더 주의깊게 읽어 봐야 할 듯합니다. 일단 이 시점이 2014년이라서, 일산에서 사업하던 시절과 달리 이메일이 일상화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카카오스토리 등 SNS도 널리 보급되었던 형편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게 유리한 조건만도 아니고, 2014이면 뭐 이쪽 사업 판도가 이미 뭘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판이 다 짜여져 있을 때죠. 저자께서는 "비욘"이란 브랜드가 고급스럽고 비전이 있다고 보셨겠으나(안목이 있는 거죠), 책에 나오는 대로 한국의 여러 지사장들은 미덥잖아하더랍니다. "제품은 둘째치고 일단 나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p52)." 개그맨 주병진씨는 1990년대 중후반에 속옷 브랜드 창업으로 크게 성공한 분인데, 그분 같은 경우는 "일이 혹 잘못되면 내가 다시 업소를 뛰어서라도 다 책임지겠다"고 해서 신뢰를 얻었답니다. 그만큼이나 리테일 파트너를 끄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저 구절, 즉 "일단 나부터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라는 구절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기반 없는 창업자가 항상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고비이며, 이를 어떻게 넘기셨는지가 누구 눈에도 관심사이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갑의 여지사장님을 통해 타 지역 지사장님들을 소개받았고..."라든가, "오른팔 역할을 했던 임 팀장(홍콩에서 독일 대표와 접촉 당시)"의 거론이라든가, "거래처에 전화해가며 열심히 홍보한 우리 직원들" 같은 언급이, 역시 경력 단절 후에도 이런 분들은 인맥이 어느 정도는 남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열심히 사셨으니 자연스럽게 인맥의 옅은 흔적이라도 남게 되는 거죠. 반면 독불장군식으로, 혹은 불성실하게 살았다면 어떤 지푸라기 같은 수단도 사실 안 남게 됩니다.

앞에서 "브랜드를 보는 안목이 있으신 분"이라 평가했고, 그래서 비요이라는 브랜드의 힘에도 어느 정도 기대어 성공하셨겠구나 저 혼자 추측했었습니다. 그런데 몇 페이지 더 읽으니, "독일 본사의 경영 부진으로 3년 만에 더 이상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즉 이수진이라는 한국측 파트너에 만족하지 못해서 계약이 더 이어지지 못한 게 아니라 독일 본사의 역량 부족 탓에 한국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거죠. p55에 보면 애초부터 독일 제품 자체가 설명이 미진하고 홍보가 부실했던 탓에 오히려 한국 현지에서 더 충실히 자료를 만들고 마케팅에 공을 들여 분에 넘는(?) 성공을 거두게 해 준 듯한데도 말이죠. 이 정도면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나는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매일 시간 나는 대로 꾸준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p57)" 뭐 본인은 어렸을 때 공부하기가 싫었다고 하시지만 내면의 총기는 충분했던 겁니다. 단지 내 장래와 별 관계도 없을 이런저런 지식을 배워서 뭣하나 같은 실용적인 자각이 앞섰던 거겠죠. 한번 타겟을 정하면 석박사 저리가랄 만큼 집중을 발휘하여 깊이를 쌓는 타입 아니겠습니까.

"화장품 회사에 근무해 보지도 않고, 제품 내용을 전문가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저 블로거분들이 과연 화장품을 잘 팔 수 있을까?(p86)"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뜻밖이었다고 합니다. 일단 통신판매업임을 신고하고, 여러 협찬품을 사용한 후 솔직한 리뷰를 바탕으로 신뢰를 얻고 적절한 가격에 공구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p87)." "고객 입장에서 공감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나오는데 저도 저 플랫폼이 아직 초창기일 무렵 일종의 설명서 같은 책을 흥미롭게 읽고 여기다 리뷰를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아마 더 효율이 높아졌을 겁니다. 이 책에도 그 부분이 자세히 다뤄지니까 참고할 분들에게는 유익할 듯도 하네요. 또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매우 상세합니다.

pp.61~62에는 화장품 수출 절차, 필요한 서류 등이 보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꼭 해당 업계("화장품")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라 무역 일반에 관여하는 이들도 대략 현황을 일별하면 유익합니다.

p13에 보면 "사랑하는 엄마"가 네 딸들에게 보내는 말이 있습니다. 이수진 CEO가 아니라 그 모친께서 쓰신 말씀인 듯합니다. 사진의 네 분들은 이수진 CEO 본인과 그 (자랑이 자자한) 세 동생분이겠고요. 이수진 사장님 본인은 두 아들을 두신 듯한데 본문 곳곳에서 아들 사랑이 뚝뚝 묻어납니다. 이처럼 여성 CEO의 책을 읽으면, 성공한 남성들의 회고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게 나오는 듯한 가족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어 더 흥미롭습니다. 이제는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더 요구되는 산업 구조이므로, 실제 성공 사례도 이렇게 자주 보이고 그들이 쓴 책에서도 얻을 교훈이 더 많이 발견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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